‘소수인권’은 없다
‘소수인권’은 없다
  • 정예은 정기자
  • 승인 2018.04.1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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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24일, 대만의 최고법원인 사법원은 동성 결혼을 금지한 현행 민법이 결혼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22조 와 ‘인민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7조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에 사법원은 2년 안에 현행 민법을 동성 결혼이 가능한 내용으로 개정할 것을 의회에 요구했으며, 2년이 지나도 법이 개정되지 않았을 때는 동성 연인이 사법원의 결정에 근거해 혼인 신고를 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대만이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것이다.

  같은 날, 우리나라는 대만의 역사적 진보에 역행하는 아이러니를 보였다.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이 동성과 성관 계를 맺은 A 대위에게 징역형을 선고 한 것이다. 해당 성관계는 사적 공간에서 업무에 무관한 상대와 합의 하에 이 뤄졌으나, A 대위는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군인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군형법 제92조 6항에 따라 처벌받게 됐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국가는 성관계한 상대가 동성이란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에 범죄의 낙인을 찍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현재도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10차 개헌 을 추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는 지금, 개헌안에 동성애를 허용하는 조항이 속하면 안 된다는 반동성애적 움 직임도 일고 있다. ‘다수의 인권’에 가려져 ‘소수인권’이 보장되고 있지 않은 것 이다.

  그런데 소수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다수의 인권을 향상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2011년에 심리학자 마크 하첸뷜러 가 미국 오레곤 주에 거주하는 3만 2천 여 명의 청소년을 조사한 결과, 진보적인 지역보다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 보수적인 지역에서 동성애자 청소년의 자살 시도율이 20%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이성애자 청소년도 마찬 가지였다. 하첸뷜러의 연구에 따르면, 이성애자 청소년은 진보적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보수적인 지역에서 자살 시 도율이 9%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하첸뷜러는 “동성애자 청소년에게 살기 좋은 환경은 이성애자 청 소년에게도 좋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소수의 권리를 잘 보장해주는 사회는 보편적 권리도 잘 보장할 개연성이 높 다. ‘소수인권’이 인과관계(Cause and Effect)가 아닌, 상관관계(Correlation) 로써 다수를 위한 인권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소수인권’이라는 말은 사회적 소수자만 관련돼 있는 인권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소수인권’은 없으며, 우리는 후손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즉 소 수인권을 지지하는 것은 실제로 이 세계를 더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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