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어 가는 대학문화
바뀌어 가는 대학문화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05.24 1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대학은 진보의 요람이자 거점이었다. 이 대학에 요즘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상아탑 내에서 대학생들의 보수적인 목소리가 결집되고 그 소리들이 조직화되고 있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보수적 청년단체들의 결성은 그간 한국의 대학을 지배해왔던 단일한 정치지형에 대한 하나의 반작용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1980년대이래 대학을 격동시켰던 좌파적 진보이념은 역사적 기여와는 별개로 대학사회를 강력한 규범적 구도로 일원화시켜왔다. 그들은 진보와 보수를 선택가능한 정치적 입장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삶과 총체적으로 연계된 도덕(혹은 반(反)도덕)의 문제로 규정하였다. 따라서 반(反)진보 내지 보수의 입장은 담론의 한 축으로 간주되기보다는 규범적 비난의 대상으로 단죄되기 일쑤였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의 움직임은 일단 대학사회의 다원화경향의 한 징표로서 긍정적인 일면을 내재하고 있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젊은 대학생들의 보수적 목소리는 대학의 운동은 물론이요 우리사회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이념적 좌표가 정리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이 더해가는 느낌이고, 그 와중에 이들 단체의 활동은 싫건 좋건 운동의 한 축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수 청년단체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의 믿음을 확고히 하면서 반미주의와 병역거부 등의 문제에서 이미 진보진영과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들의 실천이 더욱 조직적으로 체계화된다면, 우리의 대학과 사회는 새로운 국면의 이념논쟁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들 단체의 지향과 활동 그리고 향후의 보혁논쟁 가능성을 백안시할 것이 아니라 발전적인 이념투쟁의 계기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보수, 진보 양 진영에 공히 요구되는 과제이다.

  사회 전반의 뿌리깊은 보수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사회는 진정한 보수이념이 부재했었다. 흔히 말하는 보수적 입장과 태도는 왜곡된 정치질서 속에서 강요되거나 무의식적으로 주조되었지 결코 탄탄한 보수이념에 의해 논리적으로 뒷받침된 것이 아니었다.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자신들의 정치, 사회적 입장과 비전을 체계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었고, 그 결과는 '현존질서의 고수'라는 값싼 현실주의와 보수주의를 등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수는 물론 이들과 대결해야하는 진보진영의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양 진영 중 어느 한쪽의 교조화는 무엇보다 다른 진영의 부재나 왜곡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보수 청년단체들의 활동이 진보진영에 대한 즉자적인 감정적 반향이거나 몇몇 이슈 중심의 일회성 결집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수준높은 정치이념에 근거한 논쟁의 주체이자 상대자로 서야 한다. 사실 기계적으로 현실을 묵수하는 태도는 하나의 이상적 세계관으로서 보수주의와 전혀 상관이 없다. 보수주의의 대표격인 유교의 역사에서도 숱한 불복종과 비판, 갱신의 사례를 보지 않았던가. 역사에서 우러나온 농익은 지혜와 이 지혜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치밀한 논리 그리고 인간의 보편성에 호소하는 높은 비전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질 때 청년 보수운동의 진정한 미래가 담보될 수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 없는 운동은 우리를 속절없이 과거로 되돌릴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