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병역법에 따르면 여성은 징집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사병으로 복무할 수 없다. 우리나라 여성 군인(이하 여군)은 1950년 8월 한국전쟁 여자 의용군 교육대 491명으로 시작해 2022년 기준 1만 6,000여 명에 달한다. 적은 군 내 여성 수로 인해 여군은 △성범죄 △전용 생활시설 △보직 및 직위 관련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이에 군 내 여성이 겪는 문제와 이를 해결할 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병역자원 감소로
떠오르는 여성징병제
현재 우리나라 징집 병사 수는 △2006년 54만 명 △2012년 50만 명 △2018년 46만 명 △2023년 36만 명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병역자원을 보충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성징병제가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육군 본부는 ‘미래 육군 여군 인력 활용성 제고 방안 연구’를 통해 초저출산 추세 심화가 병역자원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져 적정 상비병력을 확보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병력 공급 부족을 메울 수 있는 여군 확대 방안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밝혔다. 이에 우리대학 정치외교학 전공 박진수 교수(이하 박 교수)는 “현재 군 안보 환경이 변화했음에도 수십 년 전에 목표했던 50만 명 병력 목표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없이 병력 목표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병력 중심의 안보 환경이 아닌 군사 과학기술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병력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징병제 도입 전
현주소부터 살펴야
여성징병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현 여군의 실태를 먼저 알아야 한다. 2013년, 2017년, 2021년 약 4년 가량의 간격을 두고 군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잇따라 사망했다. 2013년 육군 직속상관에게 성관계를 요구받으며 성추행을 당한 여군 대위와 2017년 해군 장교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군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지난 7월, 상관에게 강제 추행을 당하고 스스로 세상을 떠난 이예람 중사(이하 이 중사)의 장례식이 3년 만에 치러졌다. 이 중사의 유가족은 가해자의 처벌을 촉구하고자 이 중사의 장례식을 잠정 연기했으나 장기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건강이 악화돼 결국 장례식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피의자 중 일부는 아직까지도 재판 중인 상태다.
원활한 부대 운영을 위한 행정규칙인 ‘부대관리훈령’에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 △성폭력 피해자 비밀유지 의무 △가해자와 피해자 우선 분리 △피해자의 권리행사 방해 행위 금지 등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공군 부사관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 직후 바로 신고 절차를 거쳤음에도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보호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 또한 이 중사가 소속됐던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는 4년간 네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이전부터 성범죄 행위가 잦았다. 해당 사건 이전에도 여군을 대상으로 계급을 악용한 성범죄가 반복해서 발생했으며 피해자의 극단적인 선택에도 재발 방지 대책은 전무하다. 박 교수는 “국방부는 군인권개선추진단같이 성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새로운 규범이 군에서 내재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 체계의 꾸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2019년 국방부의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경험을 신고한 비율은 32.7%에 그쳤다. 또한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들 중 약 44%가 ‘아무 조치도 취해질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이는 신고를 해도 실질적인 해결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피해자에게 ‘관심병사’라는 낙인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최영진 교수는 “군 내부의 소극적 분위기를 변화시켜야 한다”며 “여군 확대 시 적극적인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지휘관 교육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영역별 여군 차별 경험’에 따르면 보직 및 직위 관련 문제가 24.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여성 장교의 비율이 높은 병과는 △간호 △의료행정 △재정 △인사로 기술·행정병과 위주다. 핵심 전투병과로 여겨지는 △보병 △방공 △포병의 경우 병과 내 여성 장교 비율이 5%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여군 부사관으로서 부대 근무 시 가장 어려운 점에 관해 물은 결과 인사관리가 24.5%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여군은 시설이나 진급 면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2018 부사관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속 부대의 야외훈련장에 여군 전용 시설이 전혀 없다는 응답이 30%를 차지했다. 여군 전용 화장실이 없어 인근 부대·민간인 시설을 이용하거나 참는다는 답변도 있었다.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생활시설은 여군의 원활한 근무를 방해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진급 문제로 이어진다.
국가가 바라보는
‘여군’은 어떤 존재인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정부는 군 내 성범죄 방지를 위해 여러 대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실효성이 떨어지거나 여군의 지위를 감퇴시키는 제도가 태반이었다. 2018년 1월, 국방부는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근무여건 조성’ 등 성평등·가족친화적인 근무여건을 조성해 나갈 것을 말하며 ‘국방개혁 2.0’ 개혁안을 세웠으나 보여주기식 수사에 그쳤다. 국방부는 이를 통해 △전문 강사를 통한 성폭력 예방교육 확대 △성폭력 예방 전담조직 강화 △민간 전문상담관 확대 △성범죄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 적용을 방안으로 내세웠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실정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성범죄 예방을 위해 가해자를 제지하기보단 주피해자인 여군의 자기관리를 요구하는 모순적인 내용을 담은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2011년 국방부가 제시한 군 내 성범죄 예방을 위한 동영상 교육자료에 의하면 여군은 근무 중 애교스런 말투나 농담을 지양해야 하며 일과 후 △과도한 노출 △몸에 딱 붙는 티셔츠 △짧은 치마 △화려한 의상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회식 중 상관이 술을 권할 시 사전에 준비한 빈 물잔을 탁자 밑에 놔둬 눈치껏 버리라는 대처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군형법 상의 허점도 문제다. 군형법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 △부사관 △준사관 △병을 포함하는 군인에게 우선 적용되는 법률이다. 그러나 군형법은 여성에 있어 미흡한 점이 많다. 민간법에는 상급자의 지위나 권력으로 성관계를 맺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지만 군형법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군형법 자체의 실질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군형법에서는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각각 5년 이상의 징역과 1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했다. 민간법의 경우 성폭행 3년, 강제추행 10년 이하로 형량 자체만 봤을 때에는 군형법이 민간법보다 엄격하다. 하지만 국방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군 형사사건으로 입건된 성범죄 4,936건 중 기소된 사건은 2,173건이었다. 실제 발생한 사건에 비해 처벌이 제대로 이뤄진 사건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같은 기간 성범죄 사건의 1심 선고 기준 실형 비율은 각각 △육군 10.3% △해군 10.5% △공군 9.4%로 10건 중 1건꼴로 가벼운 형인 집행유예 비율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올바른 군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징병제 도입을 논의하기보단 국내 여군의 근본적인 문제인 성범죄·유리천장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공공부문 성별대표성 제고를 위한 향후 5년간의 종합계획에 따라 군인 간부 중 여성 비율을 2022년 8.8%에서 오는 2027년까지 15.3%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2% △해경 3.3% △과학기술 분야 2.1%을 포함한 공공부문 고위직·관리직 여성 비율 중 ‘여군간부’가6.5%로 가장 크게 확충될 전망이다.
또한 단순 부족한 군 병력을 채우기 위한 징집이 아닌 우수한 군 인재상에 걸맞는 병사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북유럽 국가에서는 여성징병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에서 시행하는 여성징병제는 모든 여성을 동원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여성징병제 국가인 노르웨이는 매년 19세가 되는 6만여 명의 남성과 여성을 모두 복무대상자로 간주한다. 하지만 징집되더라도 학업 등의 사유로 징병을 면하는 등 대상자 전원 강제 복무가 아닌 자유로운 복무 선택이 가능하다. 또한 2016년부터 여성 입영을 시작한 노르웨이는 남성·여성 병사 공용 내무반을 운영한다. 그 결과 여군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줄어들었다. 스웨덴도 여성 징병제를 도입했으나 노르웨이와 같은 선택적 징병제로, 단순 부족한 군 병력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닌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미 여성징병제를 운용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유동적인 징병제 운영도 고려해봐야 한다.
모든 성범죄 피해자는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군 내의 상명하복식 조직문화에서 피해자를 위해 군 형법에 따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히 형식적인 법과 제도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조직문화의 변혁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