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유명인의 조상이 친일 활동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친일파 후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과거 인물의 잘못을 그 자손에게까지 짊어지게 하는 것은 ‘현대판 연좌제’라며 지나친 비판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이처럼 과거의 문제를 두고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엇갈린다. 흔히들 과거는 지나간 시간이며 중요한 것은 남은 현재와 미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말 과거는 지금의 우리에게 무의미할까. 우리는 이 물음에서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고 추모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달 13일 리서치 기업 피앰아이(PMI)가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광복절 인식 조사에 따르면 광복절을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만 60세 이상이 93.5%인 것에 비해 만 20~29세는 75%에 불과했다. 또한 최근 서울권 고등학교 야구부의 5·18 혐오 표현 사건으로 근현대사 교육 강화의 목소리가 재점화했다.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국 교사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1년간 학교에서 학생들의 △혐오 △차별 △역사 왜곡 표현을 접했다는 교사가 89.3%에 달했다. 이는 세대가 변화할수록 역사에 대한 인식도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근대건축물이 도시개발을 이유로 철거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인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가 2019년 선정한 근대건축물 492건 가운데 5년 만에 52건이 사라지거나 훼손됐다. 추모 공간을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추모공원은 참사 11년 만인 2025년 착공했다. 지역 주민 일부의 반발이 사업 지연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이러한 주민 반발을 원인으로 안산시 측은 착공식에 불참했다.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보다 현재의 불편함과 이득을 우선하는 인식이 여전히 만연하다.
이처럼 우리는 과거의 문제나 상처를 현재와 분리하고자 한다. 그러나 역사는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대만의 국가 정체성과 역사적 기억」에 따르면 역사적 선택은 국가 정체성과 민족성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무수한 역사적 사건들이 모여 현재를 만들어냈다는 의미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가치와 일상은 사실 과거 사람들이 목숨 바쳐 지켜낸 것이다. 나는 학창시절 역사 공부를 좋아했지만 유독 근현대사를 배우는 것은 힘들었다. 처절했던 투쟁의 역사가 분노와 슬픔이라는 감정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을 불편함으로 연결하는 것이 아닌 과거 세대와의 연대로 이어야 한다. 우리가 실제로 겪지 않았어도 과거로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는 감각은 곧 우리가 만나지 않은 미래 세대와의 연결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받은 빚을 미래에 갚아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나의 선택 앞에서 한 번 더 망설이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