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재테크 뒤 속모를 검은 손
대학생들의 재테크 뒤 속모를 검은 손
  • 문화평론가 김헌식
  • 승인 2006.09.16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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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대학생 재테크, 문제는 강박적 심리 조장
  대학생들의 재테크를 옳다, 그르다 이렇게 논쟁을 붙이는 것 자체가 고리타분한 때다. 생각해보면 재테크는 대학생과 일반인을 떠나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기 돈을 좀 더 불리고자 하는 일에 직업적 구분이 있을 리 만무하다. 다만, 대학생의 재테크를 주목하는 것은 대학생은 공부만 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생이 재테크하게 만드는 상황도 중요하다.

구조 없는 현상은 없다. 재테크 열풍도 나름대로 연원을 가지고 있다. 대학생 재테크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현상도 아니다. IMF 이후의 달라진 풍속도중 하나다. 경제적인 위기는 생존의 위기였다. 이러한 사회적인 상처는 돈벌이에 대한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길 꺼리는 사회 심리를 없애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위해 안정되고 많은 급료를 받는 좋은 자리에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념이나 학술보다는 취직 공부와 자격증이 생존위기 탈출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념이나 학술은 외환위기 이후의 생존 투쟁에 이전에 그러했듯이 별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단지 취직만 잘 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든 길거리에 나앉을 수 있는 고용 불안의 시대. 속된 말로 돈만이 오로지 자신을 지키는 무기라는 인식이 강화 되었다. 이를 단적으로 대표하는 것이 ‘부자 신드롬’. 부자 신드롬은 과거 이념의 세대에게도 여전히 불어 닥쳤다. 그러나 어디에서 돈을 많이 버는 사업을 할 것인가. 직업에 관련 없이 꾸준히 자산을 불려나가는 것이 해법으로 보였다.

이 때문에 재테크가 붐을 이루었다. 동아리 활동을 한다 해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닌가. 학생이 공부는 하지 않고 돈벌 궁리만 한다? 물론 이렇게만 말할 수 있는 세상은 아니다. 돈을 무조건 백안시 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아닐뿐더러 다른 이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반영도 배어 있다. 이는 대학생 여부를 떠나 사회적 공통 현상인 것이다.

그만큼 고용 위기, 경제적 불안정은 대학생을 떠나 이 시대의 한국인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핵심 요인 중에 하나다. 그렇기에 돈만 밝히는 대학생들이 문제라고 말할 수 없다.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기 이전에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재테크에서 읽어야 하는 것은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 정서다.

타당한 상황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주의할 점도 있어 보인다. 무분별하게 뛰어 들어 수 천 만 원을 잃는 사례나 재테크에 맛 들여 학업을 뒷전으로 하는 태도가 전적인 비판의 목적은 아니다. 물론 전공 서적보다 주식과 금융상품에 대한 책을 더 열독하는 학생들도 문제일 수 있다. 한꺼번에 대박을 바라고 허황된 꿈을 꾸는 학생들도 개탄의 대상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 세대와 다른 별종 혹은 영악하다는 식으로 쏘아볼 수만은 없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같다. 다만 시대적 상황에 따라 특정한 성격이 더 사회적으로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생각해보면 다른 어느 세대보다 가장 봉사 활동을 많이 하는 이들이 요즘의 젊은 세대이기도 하다.

주류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고 있는 것처럼 대학생 모두가 재테크 열풍에 휩싸인 것도 아니다. 수많은 대학생들 중에서 과연 열풍에 휩싸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적해야 하는 것은 대학생이면 누구나 다 재테크 열풍에 빠져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장하는 이들이다. 이렇게 조장하는 이면에는 각종 금융 상품이나 재테크 시장을 키우고자 하는 목적에서 비롯하는 경향이 크다.

요컨대, 대학생들이 재테크에 빠져드는 데에는 기존 금융권의 움직임 때문이라는 것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금융권은 복마전이다. 끊임없이 재테크 상품 유치에 목숨을 걸고 있다. 단순히 홍보하고 심지어 경제 교육을 시킨다는 이유로 초등학생들에게도 강의 프로그램을 접하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교육이 아니라 대박 조장 교육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좀 더 일찍부터 키워보자는 것만 빼고 마찬가지로 많은 대학생들은 끌어들여야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진다. 신흥 종교가 교세를 확장하기 위해서 대학생을 먼저 끌어들이는 것과 같다. 어떻게 보면 지금 대학은 부자교 교세의 확장의 범위에 들어가 있는지 모른다. 재테크를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담론은 대학생들 자체가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즉, 대학생 집단이 많이 한다는 사회적 행위는 외부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새로운 시장 확대에 이용되어 왔다. 더구나 유명 대학교 학생들도 많이 한다는 식의 담론은 더욱 그렇다. 무분별한 대학생들의 재테크 열풍에 문제점이 있다면, 학생이 아니라 장밋빛 대박 꿈을 주입하는 것이다. 즉, 문제는 재테크에 대한 강박 심리를 조장이다. 각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재테크를 하면 될 일이다. 강박적으로 거부할 이유도 무분별하게 대박 심리에 휩쓸릴 이유도 없다. 중요한 것은 허상의 꿈을 통해 대학생들의 돈을 털어가는 이들에 대한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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