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로 집계하는 죽음의 무게
조회수로 집계하는 죽음의 무게
  • 정해인 기자
  • 승인 2021.05.12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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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두 대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한 명은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다가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또 다른 한 명은 평택항 부두에서 적재물 정리를 하다 컨테이너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나이의 대학생이 숨진 사건이었지만 언론의 보도 태도는 달랐다.

  지난달 25일 새벽, 한강수상택시승강장 인근에서 실종된 고 손정민 군(이하 손 군)의 죽음에는 온 언론이 이목을 집중했다. 28일, 손 군의 부친이 아들의 실종 소식을 블로그에 게시하며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여론에 퍼졌다. 손 군의 시신 발견 이후 발인이 이뤄진 지금까지도 언론은 이 사건을 집중보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5월 7일 오전 기준 ‘한강 대학생’을 검색하면 관련 보도 560건이 집계된다. 실종 신고 상황부터 시신 발견과 부검, 장례식 진행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장례절차가 끝나자 수사과정을 중계하고 의혹까지 제기하는 기사가 이어졌다.

  한편, 손 군과 같은 달 참변을 당한 고 이선호 군(이하 이 군)의 죽음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군은 부친을 따라 평택항 부두에서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로 근무했다. 그리고 지난달 22일, 용역회사 지시에 따라 컨테이너 작업을 하다 300kg 가량의 지지대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산업보건법상 있어야 할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가 현장에 없었고, 본래 이 군이 맡아야 했던 업무도 아니었다. 윗선 보고를 우선하느라 119 신고도 늦어졌다. 본청은 이 군에게 업무를 지시한 적 없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사고조사 진행이 더딘 탓에 사건 발생 이후 보름이 지나도록 발인도 못 하는 상황이다. 유가족들은 해당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 군의 누나는 “며칠 전 한강 사건의 그분도 내 동생이랑 나이가 비슷해서 착잡하더라”며 “그렇지만 그 사건과는 기사화 정도가 너무나도 다르다”고 말했다. 5월 6일 기자회견 전까지 이 군의 사건을 다룬 기사는 네 건이었다. 이마저도 단 두 매체만 해당 사건을 보도했다.

  두 사건 모두 20대 대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언론의 태도에 이렇게 차이가 났던 이유는 언론의 흥미성 추구 때문이다. 산업재해 사망 사건은 여론의 관심이 덜 쏠려 조회수를 올리기 어려운 주제다. 연간 2천 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산재 사고와 직업병으로 사망하는 데 비해 이를 보도하는 기사가 적은 이유기도 하다. 반면 손 군의 사망 사건은 사건 초기 인터넷 커뮤니티를 활용한 양친의 호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 등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이에 덩달아 서울 소재 대학 의대생이었던 손 군의 학벌, 가정 환경, 손 군의 친구를 둘러싼 의혹 등이 이슈화되자 언론은 이를 엮어 보도했다. 개중에는 단순 의혹이나 허위사실도 있었다. MBC 라디오에 출연한 도진기 변호사는 “언론이 선정적이고 재미만 추구하는 기준을 따라가고 있다”며 “손 군의 유가족은 오히려 냉정히 대처하는 반면 언론이 더 들떠서 날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군의 사망은 단순 사고가 아니다. 구조적 폐단으로 인한 사회 문제다. 그러나 화제성이 덜하다는 이유로 묻힐 뻔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미희 사무처장은 인터뷰를 통해 “두 청년의 죽음에 언론이 선택적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조회수 장사에 따른 보도 행태 때문이다”며 “산업재해 사망 사건은 조회수가 높지 않다는 이유로 보도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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