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16일 첫 방을 시작한 MBC 일일드라마 <아현동마님>은 이제는 안방극장에서 꽤 유명해진 임성한 작가의 최신작이다. 임 작가는 그동안 대박 드라마를 집필하였지만 이야기 전개의 엽기성(?)과 선정성 때문에 안티카페까지 있는 작가이다. 따라서 드라마 <아현동마님>을 볼 때 이런 작가의 독특함을 미리 염두에 두고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검사라는 번듯한 전문직 여성인 백시향은 우유부단하고 가냘픈 여성으로 그려진다. 도대체 강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어 검사라는 엄중한 일은 어찌해왔나 싶은 캐릭터이다. 반면 그녀의 두 여동생은 언니(시향) 한번 희생하여 본인의 안락한 삶을 꿈꾸는 대단히 탐욕적 인간형으로 묘사된다. 시향이 호텔사장 성종과 결혼하겠다고 할 때 그녀의 어두운 표정은 아랑곳없이 두 자매와 엄마가 박수까지 치며 기뻐하는 장면은 마치 현대판 심청이를 보는 듯하다.
또한 시향의 상대인 부길라의 집에도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들이 우수수 등장한다. 말끝마다 ‘여자를 길들여야한다’, ‘집에서 노는 여자, 밖에서 고생하는 남자’, ‘여자가 집에서 뭐하냐 남자 편하게 해줘야지’ 식의 봉건주의적 윤리관에 휩싸여있는 부길라의 할머니와 사돈어른, 또 그 할머니의 충실한 수행자인 손자 부희라는 ‘여자는 남자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 이라는 논리의 신봉자들이다. 이렇듯 <아현동마님>에는 선정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대사가 몇몇 인물들을 통해 서슴없이 등장하고 있다.
드라마가 절정을 향해 갈수록 역시 관심은 시향과 부길라의 결혼에 맞춰진다. 한국사회에서는 남성연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또 허물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띠동갑 커플들도 의외로 많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떠할까? 마치 작가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처럼 12살 여성 연상커플을 그리는 <아현동마님>이 어떤 해답을 줄지는 지켜볼 일이다. 여전히 임작가의 작품답게 에피소드의 황당함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부정적인 면보다는 발전적인 여성연상 커플이야기가 그려지기를 기대해본다. 그러기에는 우선 백시향의 갈대 같은 마음부터 잡아야하겠지만 말이다.
한국여성민우회 권지연 모니터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