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술문예 1부문 심사평,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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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2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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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문예상 1부문 심사평

김문규(영어영문)


금년 학술문예 시·시조 부문에는 모두 6명이 응모를 하였다. 예년에 비해 응모작들이 다소 쉽게 읽혀지기는 했으나 많은 경우 자기만의 상념에 갇혀 소통에 실패하는 습작기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글쓰기의 근본 목적은 타자와의 소통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시는 가장 강밀하기에 가장 불친절할 수 있는 소통 형식일 수 있다. 그렇기에 역으로 좋은 시의 기본으로 요구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소통을 위한 ‘서사’가 아닐까 싶다.

 

당선작으로 선정되지 못한 대부분의 응모작들의 경우, 더러는 감각적인 언어에도 불구하고 소통을 위한 서사가 빈약하여 몇 번을 읽어도 그 의미가 잘 와 닿지 않았다. 그 점은 당선작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는데, 가작으로 선정된 “제2막”의 경우도 쉽게 읽히는 만큼  모티브가 상투적이고 시적 정황의 필연성이 박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작으로 선정된 것은 다른 응모작들에 비해 대화하듯 시어를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집에 왜 왔니”를 우수작으로 선정한 것은 시에 있어서 소통을 위한 서사란 바로 비유나 은유임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교적 기승전결의 논리가 갖추어져 있어 단지 발상이 기발하다는 느낌만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응모자의 다른 시들은 서정이나 은유로 걸러지지 않는 정치의식 과잉이 시의 밀도와 긴장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더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유의하기를 바란다.

 

끝으로 응모자 모두의 노고에 찬사를 표한다. 젊음의 고뇌로 지샌 불면의 밤들은 또한 창작의 환희로 채워진 시간들이었던 만큼 그것으로도 여러분들은 득의만만하리라 믿는다. 응모자 여러분 모두 응모의 결과는 그저 덤으로 여기고 당선 여부에 관계없이 좋은 시를 쓰기 위해 계속 매진하기 바란다.

 

 

학술문예상 시부문 우수작 수상소감

김지향 (국어국문 4)


사랑하는 이에게

창밖으로 보이는 교정 곳곳에는, 어느새 나무들은 잎사귀를 떨군 채 쓸쓸한 가지를 수줍은 듯 내어놓았고 학생들은 저마다 옷깃을 여미고 종종 걸음 재촉하고 있습니다. 문득, 안부를 여쭙니다. 안,녕,하신가요.

 

사계절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곳에서, 바야흐로 곧 졸업을 앞두고 기쁜 소식 하나가 제게 찾아들었습니다. 부끄러운 마음 한가득 담아 응모했던 교내 학술문예상 시 부문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고 하는 전화가 왔더군요.

 

재 작년 쯤이었던가요.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서 전국노동자들이 모여 대규모로 열리던 집회 현장에 있었더랬습니다. 마침 시청 앞 잔디광장에서는 하이서울페스티벌이 한창이었는데,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로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그곳은 더욱 비극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저는 한걸음 물러나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소시민의 모습이었습니다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처참함 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스치었습니다. 이 시는, 어느 특정 집단을 지지하여 옹호하거나 정치색을 드러내고자 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단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부당한 차별에 대한 미약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를 내보고자 한 작은 노력쯤이라 한다면 좋을 듯 싶습니다.

 

사실, 이것을 ‘시’라 이름붙이기엔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 것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책상서랍 속에 감춰놓았을, 훌륭한 다른 이의 글들이 저를 비웃을까 걱정도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모자란 글을 읽어주시고, 지면에 오를 수 있도록 평가해주신 심사위원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 한량 없습니다. 더불어, 항상 애정어린 관심으로 지켜봐주시는 이명찬선생님, 김은희선생님, 양정호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은 당신이 더욱 잘 아실겁니다.

 

앞으로 더 넓은 생의 현장에서, 있는 힘껏 치열하게 느끼고, 생각하고, 고민해볼 요량입니다. 더불어, 더 많이 웃고, 아프고, 행복할겁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내내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이만 총총.

2007. 늦가을의 교정에서.

 

 

학술문예상 시 부문 가작 소감

송향숙(약학 3)


시보다 수상 소감이 더 쓰기 어렵습니다. 아직 이런 것 하나 멋들어지게 써낼 수 없는 사람이 큰 상을 받아도 되나 싶습니다. 몸에 맞지도, 어울리지도 않는 언니의 옷을 입고서 예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벗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우주에서 사라지고 싶을 때도 있고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질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 극한의 상황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봅니다. 굳이 한강다리 위에서, 지하철역에서 마지막을 알리려는 사람처럼 말이죠. 그건 아마도 혀와 고막을 가진 생물의 당연한 본능인지도 모릅니다. 본래 소통하면서 살라고 주어진 것들이니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삶이 힘겨울 때 택하는 소통의 방법은 아름다울 거라 생각합니다.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힘든 줄도 아는 법이니까요. 그 여러 가지 방법들 중에 글이라는 창을 선택한 것이 아마도 이런 행운을 얻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별이 뜨면 펼치는 일기장은 누구의 것이든 지상의 별이 됩니다. 일기장 갈피마다 숨어있는 별이 하늘의 그것만큼 많을 것을 생각하니 어디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나 이 순간,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고 어떤 것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근원적인 쓸쓸함에 힘겨운 사람이 있다면, 심지어는 구도자라 할지라도 가슴 속에 늘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 달팽이의 껍데기 같은 존재란 것을 인식하게 될 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기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감하는 것만큼 따뜻한 위안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말에 더 귀 기울이고, 내뱉는 말이 허공에서 떠돌다 사라질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질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어떤 말이 시고 어떤 말이 일상적인 언어인지 구별조차 힘들어질 세상을 말입니다. 그때쯤엔 저의 글을 기억하는 분이 한 분도 없으시길. 부끄러우니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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