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가을 산 속 애국의 역사
쓸쓸한 가을 산 속 애국의 역사
  • 이수현 기자, 이보영 기자
  • 승인 2011.11.23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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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바로 앞에 위치한 북한산 순례길. 그러나 정작 가까이 위치한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도 이용되지도 않고 있다. 휴식공간은 물론 순국선열의 묘역, 국립 4.19 묘지를 한 눈에 내다볼 수 있는 전망대 등을 갖추고 있는 순례길.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탈바꿈한 그곳을 다녀왔다.


 
순례길이란

  북한산 둘레길은 북한산국립공원 자락 저지대 일원을 따라 11개 구간으로 조성돼 있다. 그 중 하나인 ‘순례길’은 우리대학 바로 앞에 위치한 솔밭공원부터 이준 열사 묘역까지를 지칭한다. 이곳은 다른 구간과 비교해 매우 의미있고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독립과 건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이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북한산 순례길을 돌고 오면 애국심이 솟아날 것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순례길 탐방

4.19 묘역이 한 눈에 내다보이는 '4.19 전망대'
  일요일 아침 8시, 순례길 탐방을 시작했다. 탐방 시작 후 처음으로 우리가 본 것은 4.19 전망대였다. 4.19 묘역을 한 눈에 내다볼 수 있는 이곳은 단연 순례길 내의 인기코스다. 그곳을 지나면 드디어 하나 둘씩 선열들의 묘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으로 우리가 마주한 묘소는 독립지사 신숙, 김도연  선생의 묘역이었다. 이들의 묘역을 시작으로 낙엽이 다 떨어져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걸어가면 휴식공간인 야생동물 발자국 길이 나온다. 배드민턴 장을 비롯해 여러 운동기구가 즐비해있는 공터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벤치에 앉아 조용히 신문을 읽고 계신 할아버지부터 야생동물 발자국에 자신의 발을 맞춰보는 어린아이까지. 순례길을 돌며 만났던 분들이 ‘가장 활기차고 예쁜 코스’라고 추천해주신 것이 정말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오래간만의 등산에 헐떡이던 우리도 이곳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지도를 보니 이제 반밖에 못 왔는데 이미 시간은 출발한 지 70분이 훌쩍 넘어가 있었다. 순간 북한산 홈페이지에 ‘순례길 소요시간 70분’이라고 써있던 것이 떠올랐다. “70분은 무슨…. 묘소까지 꼼꼼히 살피려면 3시간은 족히 넘겠다”고 투덜거리며 우리는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바쁜 우리의 발걸음은 섶다리에서 다시 멈춰졌다. 섶다리는 나룻배로 이동하기 힘든 겨울을 대비해 만든 일종의 전통 임시다리다. 순례길 속에 있는 또 하나의 볼거리로 우리도 기대했던 곳이었다. 늦가을의 섶다리는 사진으로 봤던 울창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리저리 떨어진 낙엽이 강물처럼 섶다리를 감싸고 있어 아름다웠다. 특히 섶다리와 함께 보이는 유림 선생 묘역은 낙엽에 쌓여 운치있는 풍경을 자아냈다. 그 곳을 지나가며 한 아이가 아빠에게 “아빠 유림 선생이 누구야?”하고 묻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아들의 등 뒤로 유림선생의 일생과 업적이 적힌 소개문을 흘낏 훔쳐보며 대답하는 남자분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이 씁쓸함은 섶다리 뒤에 위치한 수많은 선열들의 묘소를 지나며 더욱 강해졌다. 초대 부통령 이시영 묘역과 광복군 묘역, 독립을 위해 싸워온 법조인 김병로 선생의 묘역, 독립운동과 나라 교육 등으로 많은 활약을 펼쳤던 신익희 선생과 그의 아들 신하균 선생의 묘역 그리고 마지막 도착지인 이준 열사의 묘역까지…. 우리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잊혀지는 그들의 뒷모습

  우리가 만난 많은 사람들 중 하나는 국립공원국공회 사무국장 김준석 씨였다. 초대 부통령 이시영 묘역에서 자연탐방 안내교육과 묘역·역사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던 그는 우리에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국가유공자에 대해 무지한지 알 수 있습니다”라며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부족한 편이에요. 국가유공자들의 후손에 대한 태도만으로도 그걸 알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순례길에서 이시영 선생의 묘를 홀로 지키는 이시영 선생의 며느리 분을 예로 들며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소개를 기대했던 우리는 뜻밖의 말에 당황했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한 분은 김준석 씨 뿐만이 아니었다.

이준 열사의 묘역 앞 동상
  한사코 이름 밝히기를 거부하며 단지 이준 열사 묘역의 관리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신 분도 “우리나라는 국가를 위해 싸우신 분들을 잊어버린 것 같아”라고 운을 뗀 뒤 “교육도 잘 안 되는지 이런 분들에 대해 아이들이 전혀 몰라. 여기에 순례길이란게 생기기 이전에는 정말 오가는 사람도 없었어. 그렇게 목숨바쳐 나라를 지켰는데 잊혀져가는 거야”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관리소에서 이준 열사에 대한 책자를 찾더니 우리들의 손에 쥐어주며 조금이라도 더 이준 열사에 대해 자세히 알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이준 열사의 모습이 새겨진 묘소를 끝으로 우리는 드디어 순례길의 여정을 마쳤다. 순례길 탐방을 끝낸 우리들은 씁쓸함을 느꼈다. 각 묘소는 한적했고 조금 깊게 들어가야 하는 묘소는 사람의 발걸음이 뚝 끊겨 있었다. 그곳을 관리하는 분들의 말은 이러한 현실을 더욱 절절히 보여줬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나라, 식민지배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우리의 문화를 지켜온 자랑스러운 나라. 수많은 번드르르한 말 가운데서 정작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진짜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는 잊혀진 것이 아닐까.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는 쓸쓸한 묘역을 통해 우리의 기억 저 너머로 사라지는 이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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