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두려워”
“명절이 두려워”
  • 이원영 기자, 최시은 기자
  • 승인 2013.09.1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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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가치관 변화와 함께 찾아온 명절증후군

단편 애니메이션 <쏭의 명절> 중 주인공 쏭이 명절에 가족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장면이다.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생각과 맛있는 음식, 추석특선영화,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은 명절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하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인터넷 상에는 ‘명절에 듣기 싫은 말’ ‘명절 스트레스 순위’라는 글이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얻을 정도로 명절이 두렵다는 고민도 들려온다.


 

 

 

"안 그래도 나만 일하는 게 불만인데
핑핑 노는 남동생들에겐
한마디도 안 하면서
나한테만 다 시키고 잔소리야!!!"

  단편 애니메이션 <쏭의 명절>에서 29살 노처녀인 주인공 쏭이 명절날 어머니의 잔소리에 화가 나 소리치는 대사이다. 이 말은 단순히 애니메이션 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다. 명절 때 발생하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명절증후군이라 한다.

확대된 명절증후군의 의미
  명절증후군은 명절에 주부들이 과도한 가사노동으로 겪게 되는 근육통, 두통과 같은 신체적 증상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엔 신체적 스트레스와 함께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명절증후군의 의미가 확대됐다. 그 대상의 범위 또한 넓어져 주부뿐만 아니라 직장인,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명절증후군을 겪고 있다. 비에비스 나무병원이 지난 7월 1달간 병원을 찾은 20~70대 3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추석 때 명절증후군을 겪은 적이 있다’는 사람이 무려 64%로 나타났다.

“친척들의 잔소리가 스트레스예요”
  사람들이 명절에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는 친척들의 잔소리다. 미취업자에게 “취업준비는 잘 하고 있니” “누구는 대기업 갔다는데”, 미혼자에게 “결혼은 언제 하니” “애인은 있니”, 몸매에 민감한 20대 여성에게 “살 많이 쪘네”, 수험생에게 “어디 대학 가니”. 걱정에서 우러나온 말이지만 듣는 이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우리대학 이지은(국제통상 1) 학우는 “친척들의 걱정하는 말은 가족이기에 할 수 있는 말 같다”며 “그러나 때때로 그 걱정의 말에 더 스트레스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가족 간에 걱정해 주는 것을 ‘가족의 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이런 걱정의 말은 듣는 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경향이 있어 즐거운 명절을 스트레스의 명절로 만들어 버리기 일쑤다.

가족 갈등이 정점에 달하는 명절
  잔소리와 더불어 명절에 가족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또 다른 스트레스다. 고부, 동서, 사촌 등 평소에는 마주치지 않던 가족과의 만남은 충돌과 갈등의 원인이 된다. 특히 주부에게 명절은 ‘시월드’와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다. 주부들은 시댁에 도착하자마자 쉴 새 없이 가사노동을 하며 시댁식구들 눈치를 보느라 친정에 맘 편히 갈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남성들 역시 답답한 귀성길, 명절선물과 가족들에게 줄 용돈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화난 부인 눈치 살피기로 명절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다고 한다. 이석기(남. 51) 씨는 “귀성길에 교통체증과 운전으로 예민한 상태인데 뒷좌석에서 오히려 자녀가 짜증을 낼 때 힘들다”며 명절 스트레스를 토로했다.
  통계청의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이혼 통계를 살펴보면 설과 추석을 지낸 후인 2~3월, 10~11월에는 그동안 쌓인 부부 간 갈등이 명절을 기점으로 폭발하게 되면서 전 달에 비해 이혼율이 평균 11.5% 높게 나타난다. 또한 기독교 문화와 충돌하는 차례문화, 여성들에게만 강요되는 가사노동, 명절에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 등으로 인해 가족 갈등을 빚기도 한다.

한국인 가치관 변화가 가족 갈등의 원인
  그렇다면 과거 대가족 시대보다 가사 부담도 적어지고 친척들과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큰 스트레스로 인해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혜경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이하 권 교수)는 “한국사회가 산업화, 도시화, 근대화를 거치며 사람들의 가치관이 예전과는 다르게 변했고 그와 함께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가치가 상충하면서 스트레스와 갈등이 발생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즉 한국인들은 그동안 유교적 가치와 남성위주의 가족관계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그 가치가 변화한 시대적 상황과 맞지 않을 때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권 교수는 “여성의 발언권과 경제력이 향상됨에 따라 여성들이 남성중심 문화에 부당함을 표출하면서 가족 갈등이 겉으로 드러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절증후군 없는 사회를 위해
  권 교수는 “사회적 갈등은 법에 의해 처리할 수 있으나 가족 간의 갈등은 해결이 쉽지 않다”며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명절이 가족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시대에 맞는 가족문화를 고려해야 할 때”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명절에 장시간의 운전과 가사노동 등 힘든 일이 많은데 그때 가족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명절증후군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트레스를 부수는 STRESS 실천!
보건복지부는 영문 ‘STRESS’를 이용해 가족 간에 발생하는 명절 스트레스 해소법을 소개한다.

Smile
맞이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사고와 즐거운 마음으로 명절 즐기기.
Together
가족 모두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고, 함께 휴식 취하기.
Respect
나만 고생한다는 생각은 말고 아내는 운전하는 남편에게, 남편은 제사상 준비하는 아내에게 존중의 마음 표현하기.
Event
산책, 윷놀이, 영화보기, 노래방 가기, 온천, 찜질방 가기 등 가족 이벤트 하기.
Speak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고맙다, 수고했다’는 진심 어린 따뜻한 말하기.
Slowly
‘당연히 막히려니~’ 하는 마음으로 안전 운전하기, 서두르지 않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행복한 명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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