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할까,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까, 어떻게 살 것인가
  • 이예림 기자, 정지원 기자
  • 승인 2017.11.21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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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 작가와 함께한 제17회 작가와의 대화
 
  지난 7일, 본사는 정희진 작가와 함께 <무엇을 할까,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제17회 작가와의 대화’를 개최했다. 이날 강의에서 정희진 작가는 현시대의 문제점과 페미니즘,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학우들의 고민을 듣고 조언하며 열정적으로 강연에 임해 학우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무엇을 할까, 어떻게 살 것인가
  오늘 진행할 강의의 제목은 <무엇을 할까, 어떻게 살 것인가>예요. 이 주제는 제가 요즘 하는 고민이에요. 진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나아가 미래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요. 사람들은 진로가 정해지면 그 분야에 매진하죠. 하지만 저는 제 나이가 50살이 넘었는데도 아직 진로를 정하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지금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지 고민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자살률이 높고 가정폭력이 많이 일어나는 등 사회문제가 많아요. 또 우리나라는 실력이 없는데 욕심은 많은 사람이 출세하는, 부조리한 사회예요. 이런 사회에서 대학생들은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저도 이런 사회에서 제 진로를 고민하고 있어요.

  세상의 부조리를 바라보다
  제 진로를 정하기에 앞서, 제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말해주고 싶어요. 제가 바라보는 세상이 여러분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요. 저는 이 사회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세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타인에 대한 불신이에요. 과거에는 대부분이 선의를 베풀고 호의를 제공하는 사람을 착하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사람을 멍청하다고 해요. ‘뒤통수를 치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도움을 받은 사람이 도움을 준 사람에게 고마워하기보단 도움을 준 사람에게 적반하장으로 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타인에게 불신을 갖게 됐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 이유는 사람들의 편견이에요. 사람들에게 저를 글쓰기 강사라고 소개할 때와 여성학 강사라고 소개할 때, 각각의 상황에서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요. 여성학 강사는 페미니스트고, 모든 페미니스트는 무척 강해서 이들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편견 때문이죠.

  마지막 이유는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힌 부조리한 제도예요. 대표적인 예로 가부장제와 외모지상주의가 있어요. 가부장제는 오래전부터 우리사회에 자리 잡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하나의 생활양식이자 생활 체제가 됐어요. 저는 이 제도가 마치 ‘공기’와 같다고 생각해요. 공기가 없으면 진공상태가 되는 것처럼 우리사회에서 완전히 이 제도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래서 우리는 이 제도에 단순히 투항하기보단 이에 맞설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해요. 그리고 외모지상주의는 오랫동안 우리사회에 만연했지만, 최근에 더 심해졌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단정한 외모를 선호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외모가 하나의 경력이 되는 걸 넘어서 인간성을 판별하는 기준이 될 정도예요. 날씬한 여성을 보고 ‘몸매가 착하다’라고 말하잖아요. 외모가 여성의 정체성과 자아존중감을 규정하는 기준이 된 거죠.
학우들이 작가와의 대화를 듣는 모습이다.

   과거를 성찰하며 나아가다
  그럼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사회가 될까요? 먼저 우리나라는 과거를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급속하게 변해 왔던 지난 20년을요. 삐삐를 사용했던 PC 통신에서 지금의 스마트폰까지 발전하는 데 불과 10년도 걸리지 않았어요. 이렇게 빠르게 사회가 변했는데도 우리나라는 미래만 생각하지 과거를 연구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취임했던 대통령들의 연설을 들어보면 모두 “새로운 국가를 만들겠다”고 말하지 “과거를 살펴 살기 좋은 국가를 만들겠다”고 말하지 않아요. 자본주의의 부정적 면이 어떤 식으로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는지 성찰하지 않아요. 그저 자본주의의 긍정적 면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죠. 계속 앞만 바라본다면 더 나은 세상은 오지 않아요.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은 과거에 일어난 현상에 대해 연구해요. 우리나라도 과거에 일어난 현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구해서 과거를 성찰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정해진 틀 밖에 서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 다들 이 속담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예요. 여러분은 이 속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옛날에는 많은 사람이 자신을 새와 동일시했어요. 그 시대에는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자’, ‘열심히 살자’가 화두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많은 사람이 자신을 새가 아닌 벌레와 동일시해요. 새는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벌레의 입장에서 보면 일찍 일어나면 일찍 죽는 거예요. 일찍 일어나도 새에게 잡아먹히고, 늦게 일어나도 삶에 지장이 생기는 거죠. ‘무조건 열심히 살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적당히 삶을 유지하자’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었어요. 저는 이런 생각도 좋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입장에서만 삶을 바라보지 말고 여러 입장 즉, 새와 벌레 모두의 입장이 돼 삶을 바라보자는 거예요. 문제를 여러 입장에서 살펴보고 그 대안을 달리 생각하고, 틀 밖에 서보는 거죠. 기존의 전략과는 다른 전략으로 살아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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