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 단풍거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한 카페에서 예사롭지 않은 아줌마 모임을 보았다. 다섯 살, 일곱 살 아이들, 엄마들의 과잉 교육열을 얘기하면서도 부드럽고 미소 띤 얼굴은 유치원의 원장임을 알게 했다. ‘아이들 교육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치원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하는 이야기들은 끝날 줄 몰랐다. 특히 지난달 30일 열린 교육인적자원부 주최의 ‘유아교육 5개년 발전 방안’ 공청회가 무산된 일을 두고 격분되어 있었다.
일제시대 사학으로 시작한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역사는 100년이 되었고, 이젠 전국의 유아기 아동이 취학전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유아기 교육이 조기 교육이란 미명아래 치맛바람을 부추기며 엄마들은 비싼 사교육 기관(특기교육, 영어교육, 영재교육)에 아이들을 맡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립유치원은 사립이라는 죄로 사교육 기관과 20년 가까이 경쟁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1990년대 초 보건사회부(현 여성부) 산하에 맞벌이 가정의 아동 종일 탁아를 위해 출범시킨 어린이집(DAY CARE)은 해를 거듭할수록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급성장했고, 이 밖에 국˙공립은 물론 민간 어린이집도 양적 팽창을 하며 유치원과 맞붙어 원아 유치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 유아교육 시장은 수요(아동 수)보다는 공급(교육기관)이 훨씬 많은, 피 튀기는 레드오션 시장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유치원 취원 연령 0~5세로 확대, 방과 후 허용방안 등의 공청회를 여니 보육업계의 반발은 당연했고, 머지않아 정부가 만5세(7세)를 국˙공립 병설유치원에서 데려가겠다는 저의가 여실히 보여 사립유치원의 반발도 예상되었던 것이다.
정부는 이 나라 미래를 이끌어갈 새싹을 교육시키는 기관을 시장 논리의 자유 경쟁에만 맡기지 말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쌍방이 함께 수긍해 갈 수 있는 유아 교육 발전 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법을 뜯어 고치지만 말고 설립 당시의 목적과 원칙을 상기시키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