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한국 축구계는 '감독들의 무덤'?
백미러-한국 축구계는 '감독들의 무덤'?
  • 정하나 기자
  • 승인 2005.09.05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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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 앞 광장을 빨갛게 물들였던 2002년 여름. 전국민이 축구에 열을 올리며 “대한민국”을 외치던 것이 벌써 3년 전이다. 그 후 한국 축구는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너무 과도한 기대었을까. 전국민의 영웅과도 같이 여겨지던 히딩크 감독이 한국을 떠난 후 코엘류 감독, 본프레레 감독이 연이어 중도 하차의 길을 택하고 만 것이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한국 축구가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지난해 6월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결국 재임 14개월 만에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본프레레 감독은 월드컵 6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자질론 시비에 휘말려 왔었다. 거기에 최근 잇단 졸전으로 한국 축구팬들과 언론의 거센 압력에 결국에는 자진 퇴진의 길을 택하고야 만 것이다. 이 역시도 여론의 힘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내딛은 발이어서 사실상 문책 경질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중도하차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어서 말들이 많다. 지금까지 총 5명의 외국인 감독이 선임되었었지만 그 중 2002년 한국에 4강 진출의 기쁨을 안겨준 히딩크 감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불명예 퇴진이었다. 이는 한국인 감독들도 마찬가지였다. 역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평균 재임기간이 약 8개월이었다는 사실이 퇴진당했던 감독들의 흔적만 드러내줄 뿐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한없는 기대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인내심과 기다림 없이 무조건 좋은 실적만을 요구하는 국민들, 게다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곧바로 모든 것을 감독 탓으로 돌려버리는 것이 현재까지 반복되어 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가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로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히딩크 감독 역시 초기에는 0-5의 대패로 시작해 ‘오대영’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니기도 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떤 명장이라도 단기간에 큰 성과를 이뤄내기란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은 단기간의 실적을 보고 평가를 내리고,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떠넘겨진다. 이제는 눈앞의 성적에만 급급한 나머지 쉽사리 감독을 희생양으로 삼는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축구협회를 비롯해 기술위원회, 선수 등 모두가 책임을 가지고  함께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본프레레 감독이 떠나간 자리를 채우는 일이 또다시 시급한 문제로 남았다. 독일월드컵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는 감독만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시행착오를 되풀이되지 않기를 희망하며, 한국 축구의 부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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