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역사의 증인, 서대문 형무소
어두운 역사의 증인, 서대문 형무소
  • 덕성여대
  • 승인 2018.11.13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올해 제주도는 제주 4.3사건 7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에 많은 사람이 제주 4.3사건을 기리는 여행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지역을 관광하는 것을 ‘다크 투어리즘’이라고 부른 다. 다크 투어리즘은 역사적 비극이 발생한 현장을 방문해 교훈을 돌이켜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기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관광지인 서대문형무소에 방문해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새겨봤다.
 

  지난 4일, 일요일 오전에 기자는 독립문역에서 내려 5번 출구로 나왔다. 오전 10시의 햇살은 눈부셨고, 공기는 상쾌했다. 서대문형무소가 독립문역 바로 앞에 있어 기자는 고민 없이 서대문형무소로 향할 수 있었다

  서대문형무소의 모든 건물은 붉은 벽돌을 사용했는데, 벽돌이 군데군데 낡아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기자는 서대문형무소의 거대한 규모에 위축되는 동시에 장엄한 외벽에 감탄하며 전시관으로 입장했다.

  전시관은 서대문형무소와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민주화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전시관의 자료는 일제강점기를 주로 다뤘는데, 이를 보고 독립운동가들이 얼마나 처절하고 끈질기게 일제에 저항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전시관 지하에는 일제가 독립운동가들에게 자행한 혹독한 고문이 모형으로 재현 돼 있었다. 기자는 전시관 지하로 입장하기 전에 마음의 각오를 다졌지만 물고문, 손톱 찌르기, 상자 고문, 벽관 감옥 등 잔인한 고문을 연달아 보게 되자 몸이 굳어졌다. 설명문은 고문의 종류와 이로 인한 병증을 담담하고 건조하게 기술했지만, 오히려 이 같은 고문을 자행한 일제에 대한 분노를 꾹꾹 눌러 담은 것처럼 느껴져 기자에게는 설명문의 문장조차 아프게 다가왔다. 그러다 동지들의 비명을 듣고,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르는 고문의 공포 속에서도 독립운동가들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던 지하 독방 앞에서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극한의 공포 속에서도 조국을 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했던 고결한 정신 앞에서 더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마음을 추스른 후 들른 곳은 옥사였다. 옥사에 들어서 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모형으로 만들어진 일본인 순사였다. 옥사를 한 눈에 감시할 수 있도록 2층에 위치해 수감자들에게 윽박지르는 듯한 모양새였다. 독방은 기자가 누워서 좌우로 몸을 돌리는 것이 다일 정도로 좁고 어두웠다. 일반 감옥은 독방과 비교하면 넓었지만, 이곳에서 많은 사람이 움직일 틈도 없이 갇혀 있었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그때 감옥 생활에 대해 쓴 ‘백범일지’의 내용이 떠올랐다.

  감방에 수인의 수가 너무 많아, … 착착 모로 눕고 난 뒤, 더 누울 자리가 없으면 … 좌우에 한 사람씩 힘센 사람이 판자 벽에 등을 붙이고 두 발로 먼저 누운 사람의 가슴을 힘껏 민다. 그러면 드러누운 사람들은 “아이구, 가슴뼈 부러진다”고 야단이다. … 힘써 내밀 때는 사람의 뼈가 상하는 소리인지, 판자벽이 부러지는 소리인지 우두둑 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출처 / ‘백범일지’>

  옥사를 나온 후에는 서대문형무소의 수감자들이 강제로 노역에 임해야 했던 공작사로 갔다. 수감자들은 공작사에서 하루 10~14시간씩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전시관을 이미 둘러보고 온 기자는 서대문형무소의 수감자들이 고문을 받는 장면과 공작사에서 노역을 수행했을 장면이 겹쳐 떠올랐다. 기자는 마지막으로 사형장, 시체를 들고 나르던 시구문, 수감자들의 운동을 위한 장소지만 파놉티콘 형태로 구성돼 수감자들이 운동하는 중에도 감시를 받아야 했던 격벽장을 둘러봤다. 그리고 서대문형무소에서 나와 독립관과 순국선열추념탑, 3.1운 동기념탑에서 애국선열들을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하철역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독립문을 볼 수 있었는데, 현재 독립문은 선조들의 고고한 정신과 함께 독립문 그 자체가 주는 근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독립문의 돌 하나하나가 선조들의 아픔이 담긴 과거를 기록하는 것 같아 서글펐다.

  서대문형무소는 많은 사람에게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한 관광지로 손꼽힌다. 아름다운 풍경과 잘 가꿔진 서대문독립공원은 산책하기도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서대문형무소는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나라의 어두운 역사를 담고 있다. 서대문 형무소에 방문해 같은 장소, 다른 시대에 머물렀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이예림·정예은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8
  • 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재연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한상권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나재연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