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여성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8.11.13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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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불평등을 해소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여성할당제는 남성 중심의 사회·정치구조에서 여성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이는 특정 직책에 여성을 일정 비율 이상 할당해 여성이 국회의원, 임원 등 고위직에 오를 가능성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을 파괴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기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성할당제에 대해 알아봤다.

  평등한 사회의 시작점,
  여성할당제의 도입

  여성할당제는 여성의 사회·공직 진출을 위해 정치·경제·교육 등의 부문에서 사람을 채용하거나 승진시킬 때 일정한 비율 이상의 자리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제도다. 이는 여성고용할당제나 젠더 쿼터 시스템(gender quota system)이라고도 하며, 많은 나라에서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성차별 해소를 위한 개헌여성행동’이 공직진출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를보장하는 개헌안을 만들어 달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출처/여성신문 트위터>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성차별 해소를 위한 개헌여성행동’이 공직진출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를보장하는 개헌안을 만들어 달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출처/여성신문 트위터>

  여성할당제와 유사한 제도는 ‘여성임원할당제’와 ‘여성채용목표제’다. 여성임원할당제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여성임원이 일정 비율 이상이 되도록 하는 제도다. 또한 여성채용목표제는 여성의 공직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여성의 채용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따라 합격 자를 뽑는 제도다. 이 제도에 따르면,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목표로 정한 채용비율에 미달할 경우 5급에서는 커트라인에서 3점까지, 7급에서는 커트라인에서 5점까지 낮게 책정 해 여성 응시생을 성적순으로 추가합격시킨다. 두 제도 모두 여성의 비율이 일정비율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부터 여성할당제가 시행 됐는데, 이 제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구체화돼 그 효과가 발휘되고 있다. 1996년에 결성된 제15대 국회의 여성 국회의원은 299명 중 9명으로 3%에 불과했지만 2000년에 결성된 제16대 국회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5.9%를, 제17대 국회의 여성 국 회의원 비율은 13.3%를 기록하면서 그 비율이 증 가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북돋아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돼

  여성할당제는 남녀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남성 중심의 견고한 사회·정치 구조를 타파 하는 데 활용된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정치연구소 김은주 소장(이하 김 소장)은 “여성할당제는 정치 분야에서 대표성의 남녀 불평등, 즉 ‘남성 중심의 정치’를 가장 실효성 있게 해소할 수 있는 제도다” 며 “여성할당제에 의한 여성 대표성의 증가는 사회적 약자에 관한 입법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 했다. 한신대학교 김현희 교수와 성공회대학교 오유석 교수가 발표한 ‘여성정치할당 10년의 성과와 한계’ 논문에 따르면, 여성의원의 양적 증대는 여성 관련 법률안의 발의·통과의 증가를 가져온다고 한다. 이는 여성할당제를 통해 선출된 여성들이 ‘상징적 인물’이나 ‘대리 여성’에 그치는 것이 아 니라 의정 활동을 통해 여성과 여성의 이해를 대표해 활동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지난 3월에 열린 ‘개헌과 여성대표성, 젠더정치의 동학’ 국제심포지엄(이하 국제심포지 엄)에서 국립대만대학교의 황창링(Chang-Ling Huang) 교수는 “여성할당제가 시행됨에 따라 능력 있는 여성이 후보에 출마하는 걸 고려하게 되면서 여성의 인력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고 다양한 입법 활동을 함으로써 남성의 가부장적 정치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여성할당제가 여성이 정치 분야에서 차지할 수 있는 인력의 범위를 넓혀 여성이 정치에 입문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부정적 시선부터
  존폐 논란까지의 위기

  우리사회에는 여성할당제의 시행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여성할당제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나타났다. 이날 제공된 자료집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대 국회의원 중 남성 의원의 22.3%와 여성 의원의 0%가 ‘할당제는 남성에게 역차별이다’라는 항목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또한 남성 의원의 25.6%와 여성 의원의 2.6%가 ‘할당제는 필요 없으며, 능력을 바탕으로 선출하는 것이 좋다’라는 항목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는 여성할당제가 일부 남성 의원에게 긍정적 제도로 인식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또한 김 소장은 “여성 할당제는 남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로 왜곡됐다”며 “결과적으로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져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할당제는 역차별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여성할당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견해 <출처/'개헌과 여성대표성, 젠더정치의 동학' 국제심포지엄 자료집>
여성할당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견해 <출처/'개헌과 여성대표성, 젠더정치의 동학' 국제심포지엄 자료집>

  일각에서는 여성할당제의 존폐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 7월 4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차기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여성 1명을 의 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하는 ‘여성 최고위원 할당제’를 폐기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전국대의원대회준 비위원회(이하 전준위)에서 해당 의결에 대한 반발이 일었다. 해당 의결 결과가 지도부를 구성할 때 지도부의 30%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것을 보장 한다는 당헌·당규를 위반한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7월 16일에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준위가 재고를 요청한 여성 최고위원 할당제를 재 논의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유지하기로 결 정했음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중앙위원 구성비를 보면 여성의 비율이 30%가 안된다”며 “최고위원 선거의 *컷오프(cutoff)에서 여성 후보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비한 강제성을 강화해
  여성의 정치적 활약 도모해야

  우리나라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탈피하기 위해 여성할당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현재 여성할 당제에 대한 강제이행 규정이 없어 이를 위반해도 제재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사회에서 남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할당제의 의무화와 강제이행 규정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정당들은 당헌·당규에 기초해 여성할당제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정당 자체의 제도와 문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또한 당헌·당규에 기초하는 북유럽과 유사한 여성할당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를 실질 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정당이 많다”며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할당제를 성공적으로 시행한다고 평가받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해당 제도에 강제성을 부과한다. 그중 1947년부터 여성할당제를 시행해 온 대만은 2005년 7차 개헌에서 정당이 내세우는 비례대표 후보의 50%가 여성이 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그리고 2016년 대만의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전체의 38%를 차지했으며 이는 세계 평균인 23.5%를 웃도는 수치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30% 여성 할당 의무화와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 강화를 위해 국내에 있는 약 400개 여성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다. <출처/복지뉴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30% 여성 할당 의무화와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 강화를 위해 국내에 있는 약 400개 여성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다. <출처/복지뉴스>

  여성이 당당한 목소리를 내는
  우리사회가 되는 그날까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여성의 정치 참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남성에 비하면 여성은 여전히 소수의 위치에 놓여있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대의민주주의에서 진정한 국민주권은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가 이루어질 때 실현된다”며 “우리는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을 실현하기 위해 여성할당제를 시행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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