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심장은 뛴다
누구나 심장은 뛴다
  • 김지향 기자
  • 승인 2005.09.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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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러

 오래 전, 모 의류 회사의 광고 하나를 기억하는가. 그것은 사람의 심장 세 개가 놓여진 지면 광고였는데, 각각 그 심장은 백인, 황인, 흑인의 것을 뜻했다. 이는 피부색은 달라도 모두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광고는 오히려 노골적인 인종 차별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었다. 원래 사람의 심장이라는 것이 모두가 같은 모양임에 당연함에도 외려 피부색으로 구별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번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친 뉴올리언스의 참혹한 현장에서도 이런 씁쓸한 모습이 발견됐다. 도로를 막아 임시로 만든 이재민 수용소에서 담요 한 장 덮지 못한 채 배고픔에 떨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는 흑인이었으며, 뉴올리언스 슈퍼돔에 수용된 이재민도 99%가 흑인이었다. 이곳에 모인 흑인들은 “우리가 백인이면 정부의 지원이 이렇게 더디게 이뤄졌겠느냐”며 크게 비난하고 나섰다. 가난한 흑인들이 80%가 물에 잠긴 도시를 빠져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방위군이 제공하는 교통편인데, 그나마도 그 대부분이 이라크에 가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억장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눈덩이처럼 커진 이들의 분노는 늑장 대응을 한 정부는 물론이요, 애꿎은 백인에게까지 돌아가고 있다. 심지어는 ‘백인들이 일부러 강둑을 폭파했다’는 유언비어까지 돌고 있어 그들의 감정은 겉잡을 수 없을만큼 격해지고 있다.

 피해 소식을 전해듣다보면, 이곳이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이 아닌 제 3세계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피해 복구도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미국 사회 깊숙한 곳에 감춰져 있던 빈부 격차와 흑백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모렐 뉴올리언스 시의원은 “뉴올리언스에서 흑인 유권자가 80%에 달하는 만큼 재건 과정에서 흑인에게 설계에서 건설까지 합당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피력했고, 대부분이 흑인으로 이루어진  NBA 농구 선수들까지 “힘을 합쳐 기금을 마련해 피해 복구에 힘쓰겠다”며 발벗고 나섰다.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깊이 상처받아 날카로워져버린 이재민들의 심정을 어루만져 주기엔 역부족이다.

 어쩌면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인종 갈등은 영원히 해결해야할 숙제로 남을 것임에 분명하다. 부시 미 대통령은 이번 카트리나 피해를 이번 숙제를 풀 수 있는 전화위복으로 삼아 현명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더 이상 이 땅에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있어서는 안된다. 지금도 지구상의 모든 인류의 빨간 심장은 피부색과 관계없이 뜨겁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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