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소비자’에게만 부과되는 세금, 핑크택스
‘여성 소비자’에게만 부과되는 세금, 핑크택스
  • 이예림 기자
  • 승인 2018.12.05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의 소비는 핑크빛이 아니다

  지난 7월, ‘하말넘많(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망고’는 파마를 하러 미용실에 갔다. 그의 머리 스타일은 해당 미용실의 남자미용사보다 짧은 기장이었지만 그는 ‘여성용’ 가격을 요구받았다. 여성용 파마 가격은 남성용 파마 가격의 대략 2배였다. 이에 그는 미용실에서 부과된 ‘핑크택스’(Pink Tax)를 거부하며 직접 파마를 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이렇듯 같은 상품이나 서비스인데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때 이를 ‘핑크택스’라고 부른다.

  여성이란 이유로 붙는
  분홍 꼬리표

  핑크택스는 제조업체가 ‘크기를 줄이고 분홍색으로 만들기만 해도 여성은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할 것이다’고 생각하는 것을 비꼬면서 생겨난 용어다. 의류나 생활용품, 유아용품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때 부과되는 핑크택스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실제로 2015년에 뉴욕시 소비자보호위원회(Department of Consumer Affairs)는 90개 브랜드의 800개 제품의 가격을 조사했는데, 조사 결과 여성용 제품의 가격은 유사한 성능과 디자인을 가진 남성용 제품의 가격보다 평균 7%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티셔츠, 면도기, 아동용 스쿠터 등을 판매하는 여러 제조업체가 같은 소재와 성능에도 불구하고 여성용 제품을 남성용 제품보다 비싼 가격으로 책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여성용 제품에 부과되는 핑크택스로 인해 여성 소비자는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남성과 같은 제품을 구매할 때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GirlTalkHQ의 분석에 따르면, 1년 동안 여성용 제품을 구매하는 여성 소비자는 남성용 제품을 구매하는 남성 소비자보다 2천 달러를 더 지불해야 한다. 또한 평생 여성용 제품을 구매한다면 남성용 제품을 구매하는 남성 소비자보다 10만 달러를 더 지불해야 하는데 이는 원화로 약 1억 원 정도를 더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성 제품의 가격 책정
  그 속에 숨겨진 비밀

  대부분의 기업은 이 같은 현상을 단지 마케팅 전략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핑크택스를 반박한다. 남성 소비자보다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마케팅 전략에 더 큰 비용이 소모돼 여성용 제품의 금액이 비싸진다는 것이다. 포틀랜드 팸플린 경영대학의 이안 파크만(Ian Parkman) 교수는 “보통 남성 소비자는 항상 사용하는 브랜드의 가장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와 달리 여성 소비자는 제품을 사용하면서 경험적 가치를 얻길 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은 여성용 제품에 더 큰 비용을 투자해 특별한 향이나 패키징을 추가한다”며 “이는 기업이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불공평하지만 영리한 마케팅 전략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여성용 제품이 일반 제품과는 다른 제형을 사용해 제품 자체의 가격이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소비자 전문 월간지 컨슈머 리포트가 2010년에 진행한 핑크택스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당시 브랜드 측은 ‘일반 제품보다 여성용 제품을 만드는 데 실제로 더 큰 비용이 든다’고 답했다. 이는 ‘제품을 생산하는 데 투자한 비용이 많을수록 가격도 상승한다’는 시장원리에 따라 여성용 제품이 남성용 제품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는 논지다.

 

  사회 속 만연한 성차별
  여성의 불공평한 소비

  여성 소비자들은 이러한 기업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최근 여성 소비자 못지않게 소비를 통해 경험적 가치를 추구하는 남성 소비자가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이하 이 교수)는 “최근 남성 소비자도 경험적 가치를 얻기 위해 소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남성 소비자가 경험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소비한다는 관념은 과거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로, 현대사회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미용실의 미용 서비스를 꼽았다. 이 교수는 “최근 많은 남성이 미(美)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용 제품이나 미용 서비스를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미용실에서 남성 소비자도 여성 소비자 못지않게 섬세한 미용 서비스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같은 조건의 남성 소비자와 여성 소비자가 같은 미용 서비스를 소비할 때, 여성 소비자는 남성 소비자보다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며 “이는 여성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이 더 많이 투자된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뚜렷한 차이 없이 성별만을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업이 남성용 제품보다 여성용 제품에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한 데 절대 마케팅 비용만이 영향을 줄 수 없다”며 “단지 지금까지 여성용 제품의 가격이 남성용 제품보다 가격이 높아도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구매했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책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에 뚜렷한 차이를 반영하지 않고 성(性)을 기반으로 다른 마케팅 전략을 펼친다는 것부터 이미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25~39세 1인 가구 월 평균 기준 소비지출<출처/고용 노동부>(왼) 여성용 제품과 남성용 제품 가격 비교<출처 뉴욕시 소비자보호위원회>(오)

  작은 움직임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

  핑크택스는 오래전부터 시장에 존재했으나 이를 소비자가 인식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소비생활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엔 소비자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이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핑크택스를 인식하고 이를 비판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난 7월,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SNS를 통해 진행하는 ‘여성소비자총파업’을 제안하는 글이 게시됐다. 여성소비자총파업은 매월 첫 일요일, 하루 동안 여성 소비자가 모든 금전적 소비를 중단하는 활동으로 핑크택스를 비롯한 기업의 성차별적 관행을 비판하고 철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성소비총파업에 참여한 A씨는 여성신문을 통해 “이번 여성소비자총파업의 주체는 ‘능동적인 소비가 가능한 여성 노동자’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은 남성과 같은 노동을 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적게 받으면서 소비할 때는 더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며 “여성소비자총파업은 궁극적으로는 성차별 철폐를 위한 운동이지만, 사회에서 여성에게 부과한 비용을 비판하는 목적도 지닌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시장에서 정당하지 않은 행위를 하는 기업에게 경고하는 올바른 행위다”고 말했다. 이어 “핑크택스를 부과한 기업 중에서는 스스로 핑크택스를 부과한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기업도 많다”며 “이러한 기업들은 여성소비자총파업을 통해 핑크택스를 인지하고 이를 반성하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한 소비가 이끄는
  평등한 세상

  모든 소비자가 공정한 소비를 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선 시장에 참여하는 소비자와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는 시장에서 비판적으로 소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 중에서는 핑크택스가 부과됐지만 기업이 이를 교묘하게 감춰 소비자가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교수는 “소비자는 습관적으로 제품을 소비하는 경우가 잦다”며 “소비자는 핑크택스처럼 시장에서 나타나는 불공정한 사례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기업이 이를 고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기업은 소비자가 기업에게 문제를 제기할 경우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이 교수는 “기업은 고객을 만족시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는 기업의 태도는 기업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소비자에게 책임의식을 갖고 소비자의 문제 제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만약 소비자의 문제 제기가 정당하지 않다면 기업은 이를 소비자가 이해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8
  • 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재연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한상권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나재연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