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지도자, 누가 그를 선출해야 하는가
대학의 지도자, 누가 그를 선출해야 하는가
  • 정지원 기자
  • 승인 2018.11.28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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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모두가 이뤄가는 학내 민주주의

  우리나라는 국민이 직접 투표에 참여해 우리사회를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는다. 우리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생은 학교를 이끌어갈 ‘총장’을 뽑고 있지 않다. 총장을 선출하는 데 있어 학생을 배제하는 현 제도에 반발하기 시작한 학생들은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를 학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기사에서는 현재 대학가를 둘러싸고 있는 이슈, 총장직선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총장직선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부가 국·공립대학의 총장을, 학교 법인이 사립대학의 총장을 임명해왔으나 1987년에 일어난 민주화운동의 영향으로 많은 대학이 총장직선제를 도입했다. 정부와 학교 법인의 간섭에서 벗어나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장직선제가 대학사회에 정착돼가던 시기에 이명박 정부는 이로 인해 대학교수들 사이에서 파벌이 조성되고 있다는 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대학의 총장 선출 제도를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전환하려 했다. 정부가 대학의 총장 선출 제도와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연계해 간선제를 총장 선출 제도로 택한 대학에는 가산점을 부여하고, 직선제를 유지하는 대학에는 사업비를 환수하는 조치를 내려 총장 선출 제도를 간선제로 유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대학이 직선제에서 간선제 혹은 학교 법인이 총장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게 됐다.

  시간이 지나고 정권이 바뀐 오늘날,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립대학 총장을 선출하는 데 대학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리고 지난해 8월, 교육부는 국립대학 총장 임용 과정에서 발생한 교육적폐를 해소하고 교육의 민주성과 자율성을 존중함으로써 대학이 스스로 교육 혁신의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는 대책의 일환으로 ‘국립대학 총장 임용제도 운영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대학이 자유롭게 후보자 선정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후보자 선정 방식과 여러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연계를 폐지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상곤 부총리는 “앞으로 정부의 일방적 의사결정으로 인해 대학 현장에 갈등과 혼란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지난 정부의 적폐로 지적돼 온 문제들을 반드시 해소해 대학사회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직은 갈 길이 먼
  사립대학 총장직선제

  이러한 흐름에도 아직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학교 법인에서 총장을 임명하거나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한다. 지난 10월에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사립대학 총장 선출 실태 전수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 7월을 기준으로 138개의 사립대학 중 99곳이 대학 구성원의 참여 없이 학교 법인이 총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완전임명제를 시행했다. 반면, 대학 구성원이 총장 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사립대학은 직선제 7곳, 간선제 32곳으로 그 비율이 낮았다. 또한 직선제를 시행하는 사립대학 7곳 중에서도 교수와 직원, 학생 모두가 총장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곳은 두 곳뿐이었다. 사립대학에서는 아직 총장직선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사립대학 총장 선출 제도 현황<출처/교육부(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 제공)>
사립대학 총장 선출 제도 현황<출처/교육부(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 제공)>

  누구를 위한 학교이며
 
 누가 다니는 학교인가
  총장직선제가 도입된다면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성이 보장될까? 학생들은 이를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총장직선제는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직접 선거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이상적인 총장선거 제도가 아니다. 기존의 총장직선제는 대체로 교수가 선거를 통해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학생들은 왜 총장직선제를 부르짖고 있는 걸까?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총장직선제는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다. 지난 3월 20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는 광화문 광장에서 ‘학생참여 총장직선제를 위한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의 발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운동본부는 “대학을 운영하는 주체가 교수뿐이라는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며 “학생은 대학에서 삶을 영위하는, 매우 중요한 구성원이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가 실현되면 총장 중심, 교수 중심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평평해지고, 학생이 대학 운영의 당당한 주체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20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학생참여 총장직선제를 위한 운동본부’의 발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출처/참여연대>

  이런 가운데 일부 대학들은 논의 끝에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성신여자대학교 심화진 전 총장은 ‘교비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자 학내에서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지난 4월에 교수와 직원, 학생, 동문이 직접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총장직선제를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그리고 지난 5월 30일, 투표 반영 비율을 △교수 76% △직원 10% △학생 9% △동문 5%로 정한 성신여자대학교 제11대 총장선거가 진행됐다.


  반면, 총장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대학 구성원들의 목소리에도 아직 귀를 막고 있는 대학도 있다. 지난 6월, 동국대학교의 민주적 총장직선제와 이사회 구조개편을 위한 조직 ‘도트’(DOTE)는 △총장직선제 실시 △동일한 투표 반영 비율 보장 △총장 선출 기간 후보자 검증제도 마련 △이사회 구조 개편 등이 담긴 학생 요구안을 학교 법인에 전달했다. 그리고 지난 8일, 동국대학교 교수협의회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총장직선제와 대학의 민주적 거버넌스 확립을 위한 2차 대토론회’를 열어 총장직선제 도입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그러나 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하자는 대학 구성원들의 계속된 요구에도 동국대학교는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구성원 모두가
  함께하는 그날까지

  총장직선제를 도입했음에도 학교 측과 학생들은 계속되는 의견 충돌에 갈등을 겪기도 한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학교 측에 더 잘 반영되길 바라며 총장직선제에서 학생 투표의 반영 비율을 더 높여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경미 의원은 “참여민주주의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시대적 추세를 감안할 때, 대학이 일방적인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하기보다는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직접 참여해 총장을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총장직선제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문제로 인해 대학 구성원이 직접 참여하는 선거 자체가 부정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총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총장을 간선제로 선출하는 경우라도 대학 구성원 모두가 적정 비율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국대학교 48대 안드레 총학생회장이 지난 13일부터 학내 만해광장 옆 11m 높이의 조명탑에 올라가 동국대학교 총장직선제 실현을 요구하고 동국대학교 한태식 총장의 연임을 반대하며 무기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출처/UPI뉴스>

  우리대학은 현재 2018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얻은 역량강화대학이라는 결과와 이원복 전 총장의 사퇴로 위기상황에 처해있다. 덕성학원 이사회는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최단 시간 내에 새로운 총장을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최종적으로 총장을 선임하는 권한을 갖고 있던 덕성학원 이사회는 과거에 바람직한 지도자를 선택하지 못해 우리대학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책임을 지고자, 그리고 우리대학의 위기를 극복해나갈 차기 총장을 우리대학 구성원 모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고자 총장직선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투표 반영 비율이 △교수 75% △직원 12% △학생 11% △동문 2%로 정해진 우리대학 제11대 총장선거가 다음 달 5일부터 2일간 진행된다.


  2주기 대학평가 결과로 우리대학이 들썩이는 지금, ‘덕성’의 구성원은 모두 마음을 함께해 술렁이는 분위기를 타개하고 앞으로의 우리대학을 잘 이끌어나갈 총장을 선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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