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을 짓"
"맞을 짓"
  • 박세미(정치외교 2) 학우
  • 승인 2018.11.2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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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 ‘맞을 짓’이라는 행동이나 태도가 있는가? 우리는 유년 시절부터 흔히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와 같은 말들로 폭력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음을 배워왔다. 그런데 최근 ‘맞을 짓’이란 말이 거리낌 없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체 어떤 행동이 맞아도 싼, 맞을 만한 행동이었을까?

  지난 13일 새벽 3시경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술집에서 집단폭행사건이 발생했다. 남성 5명과 이성 커플 2명으로 총 7명과 여성 2명이 대치된 상태로 시비가 붙었다. 다툼이 번졌고 몸싸움 과정에서 남성이 여성을 계단에서 밀쳐 뒤통수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반면 남성들은 옷자락이 늘어나고 팔에 상처를 입는 등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상황만 봤을 땐 누가 봐도 절대적인 물리적 힘의 차이가 큰 일방적 폭행인데 왜 ‘쌍방폭행, 맞을 짓을 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일까.
 
  이는 여성과 남성에게 사회로부터 비치는 공격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싸움은 말다툼으로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여성 2명은 해당 술집에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반대쪽 이성 커플이 이러한 이야기에 페미니스트를 비하하는 용어인 ‘메갈년’이라는 단어를 쓰며 시비를 걸어왔고, 그에 대응하던 여성들의 말이 거칠어지고 남성 무리에게까지 번져 싸움이 커졌다고 여성들은 주장한다. 반면 남성 무리는 여성들이 먼저 이성 커플과 본인들에게 한국남자를 비하하는 용어인 ‘한남충’과 같은 말을 사용하며 시비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말다툼이 몸싸움으로 번졌다.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여성 중 1명이 경찰에 신고했고 이에 남성 무리가 달아나려 하자 다른 여성 1명이 계단 앞을 막아섰다. 이때 남성이 발로 여성을 차 계단으로 굴러떨어졌고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대중들과 언론은 폭력의 심각성이 아닌, 피해자인 여성이 폭력의 원인을 유발했는가 아닌가를 따지고 있다. 즉 ‘맞을 짓’을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를 따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앞서 싸움이 시작된 말다툼에 관한 모욕죄는 양측의 주장이 다른 만큼 시시비비를 가려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폭행죄는 앞선 모욕죄와 구분해야 한다. 뒤에 계단이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발로 여성을 밀어 떨어지게 한 것은 심각한 범죄다. 앞서 말다툼에서 여성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 하더라도 절대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인 것이다.

  ‘맞을 만한 짓’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어떤 사람의 가치관이나 행동, 언어가 폭력을 정당화시켜줄 수는 더더욱 없다. 이번 폭행사건 이전 큰 이슈가 됐던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누구 하나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싸가지 없었으니 당할 만했네”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혹은 그 이전 어떠한 폭행, 살인사건에서 그러한 의견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결국 화살은 또 약자에게 향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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