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기획 ①]상품이 아닌 사람이 되고 싶은 여성들
[성매매 여성기획 ①]상품이 아닌 사람이 되고 싶은 여성들
  • 나재연 기자
  • 승인 2019.04.01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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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의 이름을 빌린 성착취를 파헤치다

  17세기, 유럽의 철학자 존 로크는 인간의 자연권을 주장했다. 자연권이란 인간이 자신의 생명, 자유, 재산에 대해 갖는 천부적 소유권으로, 누구도 타인의 자연권에 손상을 줄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로크의 주장은 근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됐으며, 현대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갖는 당연한 권리로 여겨지게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신체의 자유를 앗아가는 인신매매의 일종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성매매’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여성 성착취에 대해 알아보자.



  불법? 버젓이 존재하는 성매매 시장
  성매매 시장에서는 업소의 규모나 실제로 성매매가 일어나는 횟수가 불분명하다. 산업 자체가 음성화돼 있어 이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조직범죄 단체의 불법적 지하경제 운영실태와 정책대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성매매 단속률이 통상 4~5%인 것을 고려해 성매매 시장을 추산했을 때 우리나라의 성매매 시장 규모는 30조~37조 6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6년 국내 대중문화예술산업 규모가 5조 원인 것과 비교해 볼 때 성매매 시장이 하나의 대규모 산업으로서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1,050명 중 한 번 이상 성구매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일반 남성 응답자가 50.7%에 달했다. 일반 남성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성구매 경험을 가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조사에 따르면 최초로 성구매를 한 동기는 △호기심 △군 입대 등 특별한 일을 앞두고 △회식같은 술자리 후 모두 함께 가서 등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성매매는 큰 규모를 갖고, 사람들의 삶에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의 족쇄, 경제적 부담
  성매매 시장은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이 어쩔 수없이 향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성매매에 관심이 없던 여성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성매매 시장에 노출된다. 여성인권센터 ‘보다’ 이하영 소장(이하 이 소장)은 “처음부터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을 시작하는 여성은 많지 않다”며 “여성이 일을 구하며 시급이 높은 가게를 알아보면 성매매와 연결된 업소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 유입의 대표적 예시인 조건만남이나 노래방 도우미 등을 시작할 때, 처음엔 여성에게 성매매를 강요하지 않는다”며 “이후 돈이 필요해 성매매를 전업으로 삼거나 업소에 빚이 생기게 되면 자연스럽게 여성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택하는 것처럼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들은 금전적으로 어려워 성매매를 선택하게 되지만, 오히려 성매매는 여성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 그 대표적 원인이 ‘선불금’이다. 선불금이란 업소에서 여성들에게 미리 지급해주는 돈을 통칭하는 말로, 이는 여성들의 빚이 돼 여성들을 경제적으로 구속한다. 사단법인 대구여성인권센터 신박진영 소장은 “성매매를 하기 위해 여성들은 △방값 △화장품과 옷 등 꾸밈비용 △콘돔 등의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여성은 필요한 생활비를 가불처럼 선지급받게 되는데, 돈을 받기 위해 업주에게 비굴해지며 실제로 받는 소득 자체가 거의 없어진다”고 전했다.

  이러한 선불금은 여성이 성매매로부터 벗어나고자 할 때 여성을 강력하게 억압한다. 이 소장은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려 할 때 잠적하거나 업소를 옮기려 하면 업주들이 여성을 쫓아다니거나 사기죄로 고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은 집에 성매매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며 “이를 이용해 업소는 선불금을 지급할 때 여성들에게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받고, 돈을 갚지 못하면 집에 찾아가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한다”고 말했다.



  여성들, 다양한 폭력에 고통받다
  성매매 여성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폭력적 상황에 노출되는 것이다. 다만 여성들을 억압하는 폭력은 단순한 물리적 폭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일반적으로 성매매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라 하면 업주와 성구매자의 물리적 폭력을 떠올린다”며 “그러나 반복적으로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어야 하는 성매매 자체가 여성에게 큰 폭력이며, 트라우마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여성이 성매매를 지속하는 생활을 견디기 어려워 약물 중독, 알코올 중독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여성들을 억압하는 폭력은 성매매의 현장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여성들은 성매매 여성이라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심리적 두려움을 겪는다. 이 소장은 “여성들은 업소에서 친척, 동네 주민, 지인의 가족 등 아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을 한다”며 “그러다 보니 오히려 자신이 성매매 여성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도 쉽게 알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업소에서 본 사람을 만날까 두려워 대중교통을 타지 못하겠다는 여성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매매 처벌법 논의는 현재진행형
  2004년, 우리사회는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 처벌법)을 제정했다. 이 소장은 “2000년대 군산에서 일어난 성매매 업소 화재 사건으로 성매매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 끝에 성매매 처벌법을 제정하게 됐다”며 “그러나 이를 제정할 때 모든 성매매 여성을 처벌에서 예외로 두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성매매로 인한 피해자만을 예외로 두는 법이 제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사회는 성매매 자체를 피해가 아닌 거래로 여기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은 사회가 인정하는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매매 여성이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일어나는 가장 큰 문제는 여성이 성매매알선자와 성구매자를 성매매 처벌법으로 고발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여성이 스스로의 피해를 입증하지 못하면 그들과 함께 처벌을 받게 되므로 고발 자체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노르딕 모델이다. 노르딕 모델이란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해 여성에게 자활 지원을 제공하고, 성매매알선자와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는 제도다. 노르딕 모델을 처음으로 시행한 스웨덴은 제도 시행 후 성판매자가 75% 이상 감소했다.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자 2014년 유럽의회는 각 국가가 노르딕 모델을 채택하도록 권고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성매매 처벌법에 대해 노르딕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노르딕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성매매 문제해결의 결착지는 아니다. 이 소장은 “성매매 처벌법에 노르딕 모델을 적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피해 여성에 대한 지원 서비스가 갖춰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르딕 모델 시행 후 성매매 피해 여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부수적인 조치가 따라야 진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성매매로부터 여성을 해방하려면
  지난해 12월, 홍준연 대구시 중구의원(이하 홍 의원)은 대구 중구의회 본회의에서 성매매 여성 자활 지원 조례안에 대해 반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 조례안은 대구의 성매매 집결지인 ‘자갈마당’을 폐쇄하며 해당 지역 성매매 여성들에게 생계·주거·직업훈련비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 의원은 “쉽게 돈을 번 성매매 여성들이 2천만 원을 받고 다시 성매매를 안 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성매매 피해자가 아닌 성매매 여성들을 우선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에 많은 여성 단체가 홍 의원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성매매 산업은 불평등한 노동시장에서 비롯된 성차별의 결과물이며, 여성이 성적 거래 대상으로서 남성의 경제와 유대를 위한 도구가 되는 일이다”며 “이는 이미 산업화된 사회구조의 문제기 때문에 여성의 성매매가 자발적 노동인지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박진영 소장은 “성평등의 관점에서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성착취로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정의된다”며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매매를 통해 돈과 권력을 얻는 세력을 처벌하고 근절해야 한다”고 전했다.

*성매매 집결지: 다수의 성매매 업소가 특정한 지역에 모여 자리 잡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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