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힌 진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묻힌 진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이서현 기자
  • 승인 2019.06.03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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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과천 법무부에서 검찰과거사위원회가 故 장자연 씨 사망 의혹 사건에 대한 최종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경향신문]
지난달 20일, 과천 법무부에서 검찰과거사위원회가 故 장자연 씨 사망 의혹 사건에 대한 최종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경향신문>

  2009년 3월, 무명 배우였던 장자연 씨(이하 장 씨)는 소속사 대표에게 언론사 및 연예계 관계자에게 성 접대를 강요당했다는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 씨의 억울함이 담긴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많은 국민이 이를 ‘장자연 사건’으로 기억하기 시작했고, 장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가해자들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장 씨의 죽음은 자살로 마무리됐다. 성 접대 의혹을 받은 이들이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는 문건에 성 접대를 받았다고 언급된 조선일보 사주 일가 및 여러 분야 특권 계층이 경찰과 유착해 수사를 막았다는 의혹을 낳았다.

  하지만 지난해 장자연 사건의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에 2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하면서 해당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와 더불어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는 장자연 사건을 재조사 사안으로 선정했고 검찰 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은 해당 사건의 재수사 가능성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사단의 조사 결과, 장 씨가 문건에 언급한 불합리한 계약에 근거한 성 접대 피해는 사실로 밝혀졌다. 또한 검경이 증거를 누락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게 미온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과거사위는 장자연 사건의 재수사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과거사위는 “피해자인 장 씨의 사망으로 가해자들의 이름을 적은 문건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우며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돼 재수사를 권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가해자의 처벌 가능성이 있는 특수강간이나 강간치상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사실관계와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과거사위의 결론에 논란은 커져갔다. 조사단의 총괄팀장을 맡은 김영희 변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조사단 6명은 외부인사 4명과 검사 2명으로 구성됐다”며 “그러나 과거사위는 조사단의 조사 결과에서 소수였던 검사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결론을 내면서 다수의 의견을 완전히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과거사위는 조사 후 수사할 만한 대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로 넘겨야 한다”며 “과거사 조사 기구가 직접 기소하는 게 아닌데 과거사위에서 조사와 수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결론을 내려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비판했다.

  권력 계층의 잔인한 횡포는 장 씨가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만들었고, 심지어 검경은 이를 쉬쉬하며 묻고자 했다. 시간이 흘러 재조명된 사건에 분노한 국민들은 다시 한번 목소리를 내며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결정적 증거가 누락된 채 진행된 수사는 제도적 한계에 부딪혔다. 또한 검경의 불공정한 수사를 방지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인 과거사위가 의혹만 남긴 채 수사를 마무리 짓는 것을 본 국민은 다시 한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죽은 자가 남긴 진실은 완결되지 않은 채로 여전히 우리 곁에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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