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범죄자인 당신, 오늘 체포합니다
내일의 범죄자인 당신, 오늘 체포합니다
  • 영화평론가 박재환
  • 승인 2005.09.24 1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재 미국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박스오피스 실력자는 스티븐 스 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저이다. 이들 두 거물 영화인이 함께 손을 잡고 만든 <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는 SF작가 필립 K. 딕(PKD)이 1956년에 쓴 단편소설 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PKD는 살아생전 100여 편의 SF 미래소설을 남겼고 그 중 에는 <블레이드 러너>나 <토탈 리콜>처럼 영화팬에게 강한 인 상을 남겨준 작품도 있다. 청소년기에 아시모프, 존 캠벨, 하인라인, 반 보그트의 SF를 탐독했던 PKD는 광장공포증, 심박급속증, 신경쇄약 등 그의 소설에 등장하 는 캐릭터가 앓았음직한 병마에 시달렸다. 성공한 작가로 부를 쌓기보다는 의심과 병마에 시달리던 불운한 작가였다. 소설 <마이너리티 리포트>(MR)는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끝나고 서방연합군이 해체되는 국제정치학적 상황 아래에서의 미래이다. 특별한 예지능력 을 가진 돌연변이 세 명의 예언을 토대로 컴퓨터가 통계학적으로 분석하여 범죄를 예방하는 임무를 30년 동안 대과없이 수행해오던 범죄예방국 존 앤더튼 국장 앞 에 뜻밖의 사건이 일어난다. 그가 곧 서방연합동맹군사령관 레오폴드 캐프랜을 살 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정의의 수호자에서 비인간적인 기계의 잘못된 예언에 근거한 가혹한 형벌시스템의 직접적인 피해자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에선 좀더 시각적이며, 좀더 상상가능한 미래의 형상이 그려진다. 수직과 수평으로 교차하는 고속도로와 자기부상 이동장치같은 근사한 볼거리가 등장한다. 3명의 예지자를 찾아내어 그들의 머리에 뇌파탐 지기를 연결하고 이들의 신호음에서 미래의 살인을 디지털 영상처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해낸다. 보통 계획된 살인은 1주일 전에, 우발적인 살인은 3일 전에 캣치된 다. 그럼, 톰 크루저가 대장으로 있는 범죄수사대는 그 디지털 영상자료를 바탕으 로 범인의 신원과 범죄가 발생하는 장소, 시간을 알아내어 자기부상 기구를 이용 신속하게 날아가서는 '흉기를 들고 살인을 벌이기 직전'의 용의자를 체포한다. " 당신을 살인혐의로 체포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핵심은 시간의 패러독스에 있다.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가능 성, 혹은 100% 발생가능한 사건을 사건 발생 직전에 인지, 체포할 경우, 즉 그 범 죄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에도 범죄의 요건이 되는가이다. 물론 소설이 나 영화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그 어떤 전지전능한 자가 있거나, 그 어떠한 최 첨단 컴퓨터 분석장비가 있어 범죄를 100% 입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PKD의 원작소설에서는 군부와 사법당국간의 국가적 권력갈등을 다룬다. 그리고 스필버그가 영화로 만들기 전에 많은 감독들이 검토했던 시나리오 가운데에는 미국의 수정헌법과 시민권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포함되어 있었다. PKD의 짧은 단편 속에는 오늘날 최첨단 특수효과가 그려내는 멋진 미래상과 함께 정치철학적, 인간적 오류 가능성에 대한 정말로 진지한 고찰이 담겨져 있는 것이 다. 소설과 영화는 각기 지향하는 바가 다르지만 유사한 점도 있다는 것이다. 이 처럼 거장과 거장이 서로 만날 경우에는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