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이제 청계천이 다시 흐를 차례입니다
[테마] 이제 청계천이 다시 흐를 차례입니다
  • 배현아 기자
  • 승인 2005.09.24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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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이 드러난다. 1957년 복개되고 고가도로가 들어섰던 것이 오는 10월 1일이면 주변환경과 어우러진 그 흐름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미 청계천의 모습이 공개되었고, 이제 청계천 복원사업이 완료되어 그 주변모습까지도 공개된다. 지난 2002년 이명박 현 서울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워 이듬해 서울시의 추진 아래 진행된 청계천 복원. 3년 여 간의 공사를 마치고, 이제 여러 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자연과 사람 중심의 친환경적인 도시공간이 조성되고, 시민들에게 맑은 하천과 휴식공간이 제공된다. 개발보다는 환경, 자동차보다는 사람, 효율보다는 형평을 기조로 내건 이번 복원사업을 통해 도시생태계가 복원되고 청계천 수변에 생태공간이 조성된다. 이런 환경적 영향에 대해 건국대 환경공학과 김조헌 교수는 “물이 흐름으로써 열섬현상이 느리게 진행되고 대기오염이 줄어들 것이며, 물고기나 새가 서식하는 등 동물생태계가 변할 것이다”고 예측했다. 이어 “환경이 인간 내부로 들어오는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2일 제정된 ‘청계천 이용에 관한 조례안’에는 청계천 환경을 고려해 낚시, 수영, 취사, 흡연, 음주, 영업, 동물 동반 출입 및 자전거,인라인스케이트 이용은 권장사항으로 제한한다. 그리고 조례안에 ‘청계천 시설 이용과 관련해 사용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허가조건을 위반한 경우 사용허가를 취소하거나 정지하는 등 필요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있어 정치적 목적의 집회 등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600년 고도 서울의 역사성과 문화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00년 전의 문화유적과 석조문화재인 청계천 다리가 복원되고, 수표교 다리 밟기, 연등행사 등 전통문화가 재현될 예정이다. 그리고 수변문화거리가 조성되어 고궁, 동대문, 도심과 연계된 문화공간이 형성된다. 문화적 효과를 활용해 성공한 예를 들면, 미국의 워터플레이스가 위치한 프로비던스 지역은 꾸준한 문화행사를 통해 ‘가보고 싶은 도시’ 순위에서 10년 사이에 무려 228위나 뛰어올랐다. 이런 전례로 보아 청계천을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셋째, 새로운 상권이 조성되어 경제가 활발히 진행됨으로써 강북,남이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문화,관광,패션산업의 마케팅 공간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청계천변이 강북 최대 상권 중 하나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외식업체 및 편의점, 동대문 쇼핑몰 등이 목 좋은 장소를 적극 물색하거나 앞 다퉈 매장을 여는 등 청계천변 진입에 부심하고 있다. 그리고 청계천복원추진본부는 노후한 구조물을 철거함으로써 시민 안전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을 했을 뿐만 아니라 청계천 주변지역이 고부가가치의 산업지구로 재편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서울이 동북아의 중심도시, 국제적인 상업도시이자 금융거점도시로까지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강북지역의 발전이라는 청계천의 약속 뒤에는 지난 2003년 노점상을 철거당한 상인들의 위태로운 삶이 있다. 청계천 노점상 강제 철거는 분명 청계천이 시민을 위한 것이라는 복원사업의 목적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당시, 노점상 철거에 대해 비난여론이 일자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에 '풍물시장'을 조성해 상인들을 동대문운동장으로 이주시켰으나 이는 뾰족한 대책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동대문운동장 철거 계획으로 인해 풍물시장의 존속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민의 문화 향유를 위한다는 미명 아래 소수의 생계가 무시당하고, 서민의 삶이 담긴 역사 깊은 문화가 파괴되고 있다. 소수의 사람과 문화를 존중하고 보존하는 것. 이는 분명 청계천 복원사업이 남긴 숙제이다.

뿐만 아니라 복원사업의 과정상에서도 몇 가지 문제가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 시장이 청계천 복원을 대권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시장은 2년이 넘는 청계천 복원사업만으로도 경제효과, 문화재 발굴, 다리 개통, 대기환경 측정 등에 대한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꾸준히 정치적 이미지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계천 복원 완공을 홍보하는 데에만 10억여 원 이상이 들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등 이 시장이 지나치게 홍보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 같은 양상을 보인다. 또한 시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복원사업이 진행되어 그 과정이 과연 민주적이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어찌되었든 10월이 시작되는 날, 백두산 천지에서부터 두만강, 소양강, 한강, 인왕산, 금강, 낙동강, 영산강, 압록강, 그리고 한라산 백록담까지 한반도 각지의 물이 청계천이라는 악보에 맞춰 거대한 협주를 시작한다. 이제 그 거대한 협주 속에서 시민들은 청계천 환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고 주변상가에서 쇼핑을 즐길 것이다. 이런 즐거운 상상과 함께, 또 청계천이 진정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청계천의 새날을 기대한다.

배현아 기자 / pearcci6@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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