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외국어 학습자들
익명의 외국어 학습자들
  • 차지영 불어불문학과 교수
  • 승인 2019.09.12 0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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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가톨릭 신학자이자 예수회의 수사(修士)였던 칼 라너(Karl Rahner)는 신학교육의 개혁을 주창한 신학자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란 명명을 통해 타 종교의 신자들은 물론 비(非) 신자들, 반(半) 신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한 걸음 다가가려 노력하는 기독교 교리의 확장 자세를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자신의 것만이 아닌 타 종교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할 때만이 변화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한,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교육방식의 변화였다.

  지난 1학기, 교양 외국어 강의 평가 중에 ‘교재에서 배운 내용을 정리한 자료가 추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지적이 있었다. 학기를 마감하며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시험에 대한 중압감으로 인해 ‘정리된’ 자료를 요구하였으리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학습 자세가 앞으로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쳐 나갈,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질함양에 적합한 자세인지는 고민이 된다.

  외국어 학습은 기본적으로 해당 나라 언어의 구조를 습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에만 한정하여서는 실제적인 언어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진정한 외국어 교육은 그 언어권의 문화와 인간 사고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여야만 하는 총체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프라하 카를 대학 사회학 교수로 재직하는 토마시 할리크(Tomas Halik)가 ‘인간 세상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본질적인 구조이며, 우리가 세상을 볼 수 있는 프리즘이 바로 우리의 언어’라고 언급한 것처럼, 언어습득은 다양한 인간의 영역을 그야말로 망라하는 종합적 사고의 메커니즘을 가진다. 그러므로 언어를 학습하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스스로 몰입하는 노력을 전제로 하여야만 완성할 수 있는 끊임없는 수행의 도정이다.

  과거의 외국어 학습이 문법교육을 통한 순수언어 습득과 문학 텍스트 연구의 수단이었다면, 현재의 외국어 학습은 탈 문화 간, 탈 국가 간, 탈 민족 간 소통의 주역이다. 그러므로 외국어 학습은 자신의 요구와 의지에 따라 다양한 문화를 자발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년 창학 100주년을 미리 기념하여 이번 여름 언어교육원의 MSD(Mid Summer’s Dream at DUKSUNG)와 같은 특별프로그램에 해외자매 대학의 재학생들이 방문한 것도 K-Culture를 배우기 위한 자발적인 학습 자세의 좋은 예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익명의 외국어 학습자들이여! 한정된 교재 속 내용을 ‘정리된’ 자료로 용이하게 받아들이기보다 그 내용을 토대로 스스로 정리하고 고민하는 자세를 통해 지금 여기 서 있는 이 자리보다 더 확장된 세상에 발을 담그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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