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화 정책으로 조롱받는 도서정가제
우민화 정책으로 조롱받는 도서정가제
  • 정해인 기자
  • 승인 2019.11.27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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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중심으로 개정 필요해

  2014년 모든 책의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5년이 지났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적용 범위를 웹툰과 웹소설로 확대해 도서정가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이 올라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현재의 도서정가제가 제정 당시 취지에 맞는 결과를 낳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동네 서점 살리기 위해
  시작한 도서정가제
 
도서정가제는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대로 팔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문화상품 보호를 위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도록 하는 제도로, 2003년 2월부터 시행됐다. 2007년 한 차례 개정이 이뤄졌으며, 현재는 2014년 11월에 개정된 내용을 따르고 있다. 2014년 이전 구 도서정가제는 출간 18개월 동안은 최대 10% 할인만, 이후에는 무제한 할인이 가능했다. 가격 할인과 별도로 10% 포인트 적립 등 합리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현행 도서정가제는 책에 대한 할인 판매를 가격할인 10%와 간접할인 5%까지, 최대 15%로 제한한다. 또 구 도서정가제에 있었던 도서관, 군부대, 교도소 등 공공기관에 복지의 일종으로 할인하던 조항을 삭제했다. 전자출판물의 경우 전자책 정가의 15% 이내에서 가격할인이 가능하고, 이를 판매자의 이익과 조율해 판매(가격할인은 10% 이내)할 수 있다. 종이책과 전자출판물 모두 신간과 구간의 구분 없이 할인율을 높일 수는 없지만, 출간 18개월이 지난 출판물은 정가를 재조정할 수 있다.

  개정 도서정가제는 2020년 11월까지 유지된다. 아직 정부는 2020년 이후 도서정가제의 폐지·완화·유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도서정가제 시행 후 5년,
  그 결과는?

  많은 출판사가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출판시장이 나아질 거라는 전망을 했다. 하지만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독서인구는 △2011년 61.8% △2013년 62.4% △2015년 56.2% △2017년 54.9%로 감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하 이 의원)이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평균 책값은 2014년 1만 5,600원에서 2017년 1만 6,000원으로 올랐다. 반면 출판사 매출 규모는 2014년 4조 2,300억 원에서 2016년 3조 9,600억 원으로 줄었고, 평균 도서 초판 발행 부수 역시 2014년 1,979부에서 2017년 1,401부로 감소했다.

  이 의원은 “도서 정책의 기본 방향은 책 읽기를 권장하는 쪽이어야 하는데, 현행 도서정가제는 책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다”며 “독서인구를 끌어올리고자 한다면 심도 있는 논의와 제도 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최근 도서정가제의 확대 시행으로 다시 이슈가되자,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2014년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독서시장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인다”며 “현행 도서정가제는 부담스러운 가격에 도리어 독자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했다.

지난 9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연구소 주관으로 '출판문화생태계 발전을 위한 도서정가제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출처/대한출판문화협회>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 청원자가 20만 명을 돌파해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캡쳐/청와대 청원 게시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 청원자가 20만 명을 돌파해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캡쳐/청와대 청원 게시판>

 

  이제 전자출판물도 규제 대상
  ‘기다리면 무료’ 사라지나

  도서정가제가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달 23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도서정가제를 지키지 않은 업체를 신고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10월부터 전자출판물의 가격 표시 준수 여부를 파악해 법을 위반한 사업자들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겠다”는 공문을 전자책 유통회사 등에 보냈다.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받아 도서로 분류된 웹툰·웹소설의 도서정가제 준수 여부를 감독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업계는 동네 서점을 지키자고 제정한 도서정가제를 동네 서점에서 팔지 않는 웹툰·웹소설까지 강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업계와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온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단법인 웹툰협회는 “웹툰을 기존 전자책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웹툰은 회별 무·유료 서비스 등 마케팅 수단이 다양한데, 이를 일괄적으로 묶어 적용하는 것은 웹툰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자출판물에도 도서정가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공문이 공개되자 독자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쏟아졌다. 우려가 현실이 되듯, 전자책 플랫폼인 리디북스에서 “사전 통지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서비스 중단) 사후에 통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공지에 추가했다. 전자책을 즐겨보는 이소미 씨(21, 여)는 “실물이 없는 전자책의 특성상 동네 서점을 위협하지 않고 책을 소유할 수조차 없는데, 종이책과 같은 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책은 구입한 플랫폼이 사라진다면 함께 사라진다”며 “업체 측에서 도서정가제 이후 서비스 중지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식으로 공지를 내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출판 분야별 특성을 고려한
  도서정가제 개정 필요해

  지난 9월 17일 출판문화생태계 발전을 위한 도서정가제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동진 리디북스 사업본부장은 “전자책 업계의 특수성을 반영한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책을 이용하는 방식은 대여, 구독형 서비스, 전자도서관 등으로 다양하기에 특징을 고려해서 종이책과 다르게 정가제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세라 YES24 본부장 역시 “전자책의 주 서비스 방식인 구독, 대여는 특수한 다른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세 자영업자와 대기업이 상생하기 위해 대형 서점을 규제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야 더 많은 소비가 이뤄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점점 감소하는 독서인구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면 소비자가 사용하는 매체가 다양해진 만큼, 일괄적인 적용이 아니라 각 분야의 특징을 고려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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