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직업, 성우를 만나다
목소리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직업, 성우를 만나다
  • 나재연 기자, 정지원 기자
  • 승인 2019.12.01 0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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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만 틀면 TV에 빠져들 것 같았던 어린 시절, 언제나 화면 속에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익숙한 목소리가 있다. ‘달빛천사’의 ‘루나’, ‘명탐정 코난’의 ‘보라’, ‘캐릭캐릭체인지’의 ‘아무’ 등 다양한 모습으로 말을 걸던 캐릭터의 목소리는 친구처럼 친근했고, 우리는 여전히 그 목소리를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어린 시절 모두에게 TV 속 친구였던 목소리의 주인공, 이용신 성우를 만나봤다.

<사진/나재연 기자>

  어릴 때부터 성우가 되는 것을 꿈꿨나요?
  저는 어릴 적에 장래 희망이 자주 바뀌는 편이었어요. 당시 쓴 일기를 보면 성악가, 가수, 아나운서, 기자, 성우 등 다양한 직업을 꿈꾸면서 신기하게도 꾸준히 목소리와 관련된 직업을 생각했더라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제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고, 책을 소리 내 읽어보는 등의 놀이를 하면서 제 목소리가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좋은 목소리를 가졌다는 것을 빨리 알게 된 거죠. 그래서 목소리를 활용해 방송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 생각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어요.

 

  어떤 과정을 거쳐 성우가 됐나요?
  저는 대학을 다닐 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방학과 학기 중을 가리지 않고 늘 아르바이트를 했죠. 당시에는 삶이 고됐지만,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업종을 경험하며 사람들과 만남을 쌓을 수 있었어요.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안정적으로 어느 직장에 정착하기보다 하고 싶은 일, 즐거운 일을 하는 게 제 성향에 맞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뒤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찾아다녔어요. 행사에서 MC를 보고, 홈쇼핑 쇼호스트를 하고, CM송을 부르는 등 목소리를 활용하는 일을 해봤죠. 그런 경험들을 거친 후 20대 후반에 성우가 된 거예요.
  성우가 되고 나니 저에게 정말 잘 맞더라고요. 지금까지 제가 쌓아온 경험과 재능이 완전히 꽃피는 일이었어요. 왜냐하면 성우는 단순히 목소리로 더빙만 하는 기능인이 아니거든요. 노래나 연기를 하고, 온갖 창법과 연령대를 소화해내며 내 목소리의 색깔을 계속 바꿀 수 있어야 해요. 제가 성우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을 미리 해왔던 거죠. 노래를 불러온 경험이 있다 보니 ‘노래를 맡겼을 때 믿을 수 있는 성우’가 될 수 있었어요. 또 홈쇼핑의 호스트, 기상캐스터, 안내 방송 같은 역할이 필요할 때에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그 역할을 잘 해냈어요. 그다음부터는 더 믿고 맡길 수 있는 성우가 됐죠.

 

  성우로 활동하며 힘들었던 일은 없었나요?
  있었죠. 저는 성우 중에서도 방송이나 언론에 많이 노출된 편이고, 인기 있는 성우라고 여겨져서 화려해 보이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제게도 보이지 않는 인생의 굴곡이 있어요.
  저는 연극영화과 전공이 아니다 보니 연기에 기초가 없다는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성우 중에는 연극영화과를 나온 사람이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 연기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결핍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잡았어요. 제가 정한 목표는 NG를 내지 않는 거였어요. ‘연기를 잘하는 성우가 되자’는 것은 큰 목표고, 성취를 확인하기 어렵잖아요. 그에 비해 ‘실수하지 않는 성우가 되자’는 목표는 연습과 노력을 통해 이뤄내는 성과가 눈에 보이죠. 그래서 실수 없는 성우를 목표로 삼고 많이 연습하며 저만의 장점을 만들어나갔어요.
  또 성우 7년 차가 됐을 때쯤에는 성대결절이 오기도 했어요. 성우들은 목소리를 많이 쓰니까 한 번씩 성대결절이 와요. 계속해서 변성된 목소리를 내다 보니 성대에 무리가 오는 거죠. 당시에는 ‘내가 이 직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에 힘들었어요. 그런데 사실 성대는 몸의 일부잖아요. 성우에게 목소리란 성대라는 뚝 떨어진 신체 기관이 아니라, 몸 전체를 악기로 삼아 내는 소리거든요. 그렇게 생각해보니 내 몸이 오랜 기간 항상 멀쩡할 수 없다고 느끼고, 몸을 관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때부터 목에 안 좋은 것을 피하고, 꾸준히 운동하며 체력을 기르고, 생활습관도 관리하기 시작했어요. 또 너무 무리하지 않게 일을 조절했죠. 이런 노력을 통해 페이스를 회복할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성우로 일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지금이에요. 제가 지난 5월 이화여자대학교 축제에 초청받아서 달빛천사의 OST로 공연을 했어요. 그때 일이 화제가 되고 제 팬인 ‘달천이’들의 추억 버튼이 눌린 거죠. 15년 전에는 어렸던 팬들이 지금은 어른이 돼서 저에게 “성우님, 하고 싶은 것 다 하세요. 저희는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어요!”라고 응원해줬어요. 그 반응이 마냥 웃기고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든든했어요. 제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달천이들이 지지해줄 것 같았죠. 그렇게 자신감을 갖고 15년 전에 음원으로 발매하지 못한 달빛천사의 OST를 정식으로 리메이크해보자고 결심했어요. 그때부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과정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큰돈이 필요했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펀딩을 열었어요. 그랬더니 예상치 못하게 많은 사람이 참여해 규모가 커졌어요. 팬들이 제 예상보다도 많은 응원을 보내준 거죠. 이번 일로 팬들의 진심을 체감할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고, 행복했어요.

<사진/정해인 기자>

  지금까지 여러 캐릭터를 맡았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당연히 달빛천사의 루나라는 캐릭터는 빼놓을 수 없어요. 그 작품과 캐릭터 덕에 제가 대학 축제에서 공연하게 됐고, 그 인기로 펀딩을 열어서 달빛천사 OST 앨범 제작이라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게 됐으니까요.(웃음)
  그리고 저는 명탐정 코난의 보라라는 캐릭터를 정말 좋아해요. 사실 보라는 많이 꾸미지 않은 제 목소리에요. 이용신의 원래 모습과 굉장히 가까운 캐릭터인 거죠. 제가 보라로 녹음을 하고 있으면 함께 녹음하는 성우들이 “용신아, 이건 연기가 아니라 그냥 너잖아”라고 말해주기도 해요. 그렇듯 보라는 제 정체성과 비슷해서 애착이 가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우선 달빛천사 OST 앨범 제작을 멋지게 마무리 짓는 게 지금 제 앞에 놓인 큰 과제에요.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작업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음 달 24일과 25일에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싶어요. 저는 관객들과 호흡하는 라이브를 해온 가수가 아니라서 라이브에 미숙해요. 그래서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라이브를 소화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노래하는 성우’라고 불리는 만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콘서트에 온 관객들에게 멋지고 감동적인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 팬들의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대학생이나 청년인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고르자면 너무 두려워하거나 조급해하지 말라는 거예요. 우리는 다른 사람과 싸우는 게 아니고 결국은 내 안에 있는 불안과 싸워야 해요. 솔직히 20대는 불안한 시기에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취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 온갖 걱정과 불안에 휩싸이죠. 저도 20대에 그랬어요. 그럴 때 저는 ‘내가 지치지 않고 오래도록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그러려면 자신의 재능을 파악하고 자신의 성향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정말 중요한 거죠. 두려워하지 말아요.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나를 성장시키고 불안한 미래를 상쇄시켜줄 거예요. 학교 를 나가면 우리는 정글에 떨어지는 것이지만, 진짜 경험은 밖에 있어요. 그러니 두려워 말고 멋진 인생은 거기서 시작된다는 걸 알고 도전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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