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우이천을 가다
4월의 우이천을 가다
  • 정현진 기자
  • 승인 2020.04.21 17: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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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

  우이천은 강북구 우이동의 북한산에서 발원해 중랑천으로 흘러든다. 우이(牛耳)는 하천의 상류에 있는 도봉산의 한 봉우리가 소의 귀를 닮아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많은 주민과 등산객의 쉼터인 우이천에는 산책로가 있는데, 우리대학 앞 근화교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에 휴식과 문화의 공간, 우이천 산책로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11일, 기자는 우리대학 정문 앞 우이천에 도착했다. 근화교에는 표지판이 있어 우이천 산책로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시기인 데다가 날씨마저 흐려 사람이 적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마스크를 쓰고 산책 중인 사람이 많았다. 우이천 주변이 주택가 밀집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예상보다 많은 인파였다.

  산책로의 벽은 넝쿨이 우거져 있었고, 하천에는 이끼와 갈대 등이 눈에 띄었다. 또 하천 수심이 얕아 돌과 바닥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물고기와 하천 위를 떠다니는 청둥오리 한 쌍을 발견했다.

  하천을 따라 걷자 쌍우교가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쌍우교 인근의 모래는 하천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거친 모래와 입자가 고운 모래로 분류돼있었다. 사람들은 모래를 밟으며 발을 지압하고 있었다.

  쌍문414앞교를 지나자 이전까지와는 달리 맑은 물이 흘렀다. 청정한 물을 자랑하듯 처음으로 잉어와 붕어도 눈에 띄었다. 산책로에서는 우리대학 언어교육원과 기숙사가 보였다. 기자는 길을 걷던 도중 반대편의 한글 벽화를 보고 징검다리를 건넜다.

  우이천이 흐르는 도봉구에는 정의공주 묘역이 있다. 정의공주는 세종의 딸로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는 변음과 토착을 해결하는 데 기여했으나, 한글 창제 과정에 여성인 자신이 일조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한글이 천대당할 것을 염려해 숨겼다고 한다.

  도봉구는 훈민정음에 대한 정의공주의 업적을 기리며 매년 ‘도봉 한글잔치’를 주최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이천 산책로에 한글 벽화가 있다. 도자기로 제작한 이 벽화에는 하늘·땅·사람의 조화 를 뜻하는 천지인의 원리가 설명돼 있다. 기자는 한글을 묘사한 도자 벽화 모습이 우이천의 자연, 사람들과 잘 어우러져 아름답다고 느꼈다.

  이후 쌍문교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둘리 벽화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둘리의 거주지는 도봉구 쌍문동이다. 남극 대륙의 빙산에 갇힌 채 한강을 거쳐 우이천에 도달한 둘리를 고길동의 딸이 발견해 같이 살게 됐기 때문이다.

  벽화는 둘리 만화와 서울 올림픽, 기업 등을 홍보하고 있었다. 기자는 벽화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캐릭터의 역사와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올렸다. 대중에게 친숙한 만화 캐릭터가 서울 올림픽을 포함한 당시 한국의 업적을 홍보하는 모습을 보며 시대적 맥락 또한 읽을 수 있었다. 우이천을 걸으며 산책뿐 아니라 문화와 역사를 감상하고 체험하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수유교에 도착하자 둘리 벽화가 끝나고 우이천 산책로의 명물인 벚꽃길이 나타났다. 매년 4월 초 토요일에 우이천 벚꽃축제가 열리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벚꽃길이 전면통제된 상태였다. 통행로만 통제했을 뿐, 여전히 가까이서 벚꽃을 볼 수 있어 시민들로 북적였다.

  벚꽃길 아래에는 운동기구도 갖춰져 있었다. 큰 활차 머신, 역기 올리기 등 다양한 운동기구 중 기자는 구름걷기를 시도했다. 제대로 하려면 크게 걸어야 해서 어려웠다. 무엇보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외부 활동을 최소화해 다리가 뻣뻣해졌음을 실감했다.

  우이제3교로 가는 길에서 원앙과 백로를 발견했다. 천연기념물인 원앙은 예부터 잉꼬부부의 상징이지만, 실제로는 혼자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 백로의 늠름하고 지조 있는 모습에서 기자는 속세를 벗어나 산속에서 은거하는 선비의 모습을 상상했다.

  맞은편에서 윷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창번교를 지났다. 곳곳에 손 소독제가 비치돼 있었는데, 벚꽃길 통제와 함께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사회의 변화를 체감했다.

  마지막으로 월계2교에 도착했다. 취재하며 걷느라 3시간가량 소모했지만, 우이천에서 삶의 활력을 얻어 기분 좋은 상태로 산책을 마무리했다.

  산책로를 걷는 동안 우이천을 즐기는 많은 시민을 볼 수 있었다. 소매를 걷고 물가에 난 쑥과 봄 나물을 캐는 사람들, 자식 이야기에 열중한 어머니들, 호두과자 등 간식을 사 먹거나 바둑과 장기를 두는 어르신들, 자전거를 타는 가족과 운동하는 사람들 등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우이천에서 힐링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기자 역시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을 함께 누렸다.

  우이천은 도심 속 자연이 주는 행복과 함께 이웃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지만, 집에만 있다보면 우울감이 찾아오기 쉽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명력 넘치는 4월의 우이천을 산책해보는 것은 어떨까. 건강을 챙기고 지역 문화도 느끼며 일상을 환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정해인·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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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우 2020-04-30 20:40:37
참 정겨운 우이천 모습이네요,
따듯한 사진 ,기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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