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작은 TV, OTT 서비스
손안의 작은 TV, OTT 서비스
  • 전유진 기자
  • 승인 2020.09.0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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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속도에 비해 관련 규제 미흡해

  “월 3,625원에 넷플릭스 같이 쓰실 분을 구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글이다. 값싼 가격으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OTT(Over The Top) 서비스가 급격한 상승세를 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 OTT 서비스는 미디어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혜성처럼 나타나
  우리 삶에 스며든 OTT 서비스

  이제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을 시청하기 위해 유선방송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셋톱박스가 있어야만 TV를 시청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매달 일정 요금을 내면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OTT 서비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OTT 서비스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시간과 기기에 관계 없이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고, 원하는 부분만 짧게 보거나 해당 장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상원 교수는 “OTT 서비스 상승세의 이유는 브로드밴드 네트워크 확산과 성장, 스마트 디바이스 확산, 스트리밍 기술 진화, 알고리즘,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보유율 증가 또한 OTT 서비스의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 TV보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이 기존 IPTV와 케이블TV 유료방송에서 넷플릭스, 왓챠 등과 같은 OTT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6개월째 사용 중인 A 씨는 “넷플릭스의 4인 요금제를 나누면 가격이 저렴해서 좋다”며 “콘텐츠도 많을뿐더러 라이브러리도 차별화돼 있어서 만족스럽게 이용 중이다”고 말했다. 왓챠를 사용 중인 B 씨는 “대중교통 이용 시간이 길 때 이용하면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영상을 저장하면 네트워크에 연결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밝혔다. 이상원 교수는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하거나 개인화 및 편의성을 추구하고 미디어 시장 경쟁 등 산업적 요인이 더해져 급성장했다”며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양하고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이 긍정적이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OTT 서비스 플랫폼별 가격이다.
대표적인 OTT 서비스 플랫폼별 가격이다. <출처/천지일보>

  영국 회계컨설팅 기업인 PwC의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약 45조 원이었던 글로벌 OTT 서비스 시장 매출이 2023년에는 두 배에 육박하는 산업 가치를 지닐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가 OTT 서비스에 만족해 기존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코드 커팅’ 현상과 유료방송 가입 상품을 저렴한 것으로 변경하는 ‘코드 셰이빙’ 현상을 통해 OTT 서비스의 미디어 시장 장악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영국 회계컨설팅 기업 PwC의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카테고리별 전세계 OTT 서비스 시장 매출 추이와 그 예측을 나타낸 그래프다. 2023년에는 7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영국 회계컨설팅 기업 PwC의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카테고리별 전세계 OTT 서비스 시장 매출 추이와 그 예측을 나타낸 그래프다. 2023년에는 7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출처/PwC>

 

  늘어나는 플랫폼,
  경쟁 우위 선점은 누가?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OTT 서비스는 승자독식 구조다. 서비스 플랫폼이 다양해진 만큼 상위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다.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 여러 플랫폼이 독점 콘텐츠 제작과 킬러 콘텐츠 확보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BMO 캐피탈 마켓의 분석가 대니얼 살먼은 연구 노트에서 OTT 서비스의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는 넷플릭스가 올해 자사 콘텐츠에 20조 원가량을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즌, 웨이브 등 토종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서비스에 대항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KT가 운영하는 시즌은 시청자와 출연진이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참여형 실시간 예능 콘텐츠를 선보였으며, 티빙과 웨이브는 지상파 방송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웨이브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와 손을 잡고 오리지널 콘텐츠인 ‘SF8’을 공동 제작하기도 했다.

  기존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규 서비스 플랫폼도 늘고 있다. 가격 할인 정책으로 단기적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경쟁에서 승리한 후 만회해도 늦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 글로벌 OTT 서비스가 선보인 콘텐츠다.
각종 글로벌 OTT 서비스가 선보인 콘텐츠다. <출처/대신증권>

  그러나 콘텐츠 확보, 가격 경쟁 등 플랫폼 간 경쟁이 소비자에게 이익으로만 돌아오지는 않는다. 보고 싶은 콘텐츠가 분산된 경우 각 플랫폼 이용권을 전부 결제해야 한다. 또 ‘넷플릭스 증후군’과 같은 심리적 피로를 겪을 수 있다. 시청하고자 하는 콘텐츠를 고르기 어렵거나 고르더라도 집중하지 못해 다시 목록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둘 이상의 플랫폼에 가입했을 때 어떤 플랫폼을 이용할지부터 결정해야 하기에 피로감은 더할 수 있다.

2017년 라임라이트 네트웍스가 8개국 소비자 4천 명을 대상으로 한 OTT 서비스 플랫폼 가입 수 설문조사다.
2017년 라임라이트 네트웍스가 8개국 소비자 4천 명을 대상으로 한 OTT 서비스 플랫폼 가입 수 설문조사다. <출처/라임라이트 네트웍스>

 

  OTT 서비스,
  집중해야 할 점은

  OTT 서비스의 확산으로 데이터 독점이 이뤄지면서 유료방송 사업자의 재무 구조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젊은 층일수록 TV 시청과 케이블 방송 가입이 감소하는 반면 OTT 서비스 이용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에 기반한 부가통신서비스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다. 사업자의 법적 의무 역시 가볍고 해외 사업자의 국내 진입이 쉬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상원 교수는 “기존 국내 방송사업자가 많은 변화를 겪고 있기에 여러 가지 갈등 요소가 생긴다”며 “해외 사업자가 국내 미디어 산업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해외 사업자가 조세 회피를 시도하거나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허점이 드러날 수 있다”며 “OTT 서비스는 부가통신 서비스 사업이기에 규제가 약해 혐오 콘텐츠 등 사회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이성엽 교수는 “OTT 서비스 규모가 커질수록 막대한 동영상 트래픽이 발생하는데, 이는 업체와 통신사 간 망 사용료에 대한 갈등을 촉발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4월 14일, 넷플릭스가 SK즈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사용료에 관한 민사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OTT 서비스의 급격한 상승세에 비해 관련 규제는 미흡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엄격한 규제를 가하는 경우 시장이 위축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이성엽 교수는 “글로벌 기업이 국내 시장을 석권하면서 토종 OTT 서비스 시장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며 “국내 업체의 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관련 규제의 불확실성을 없애 글로벌 기업을 견제하는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OTT 서비스로
  미디어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현재 미디어 시장은 계속 성장하는 OTT 서비스로 많은 변화를 겪는 중이다. 이상원 교수는 “강한 대체성을 보이는 미국과는 달리, 국내는 그만큼의 대체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유료방송 구독자들이 OTT 서비스로 이동할 만큼 유료방송과 OTT 서비스 간 대체성이 강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OTT 서비스는 아직 유료방송의 보완재 성격이 크다.

  OTT 서비스 시장이 성장할수록 해당 기업이 생산과 소비를 좌우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상원 교수는 “OTT 서비스가 현재 방송광고, 프로그램 제작 및 거래, 방송 플랫폼 등 여러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규제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엽 교수는 “미디어 생태계가 점점 OTT 플랫폼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변하면서 이들의 독과점, 소비자 보호 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OTT 사업자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도록 적절한 규제와 산업 진흥책을 동시에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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