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직장을 관두고 귀농에 접어든 청년이 있다. 경기도 포천에서 포천딸기힐링팜을 운영하는 안해성 대표(이하 안 대표)다. 안 대표는 서울대학교 석사과정을 수료한 후 대기업에 연구원으로 취직했다. 동기들보다 승진이 빨랐고 사내 표창장을 받을 정도로 실적이 우수했으나 틀에 박힌 업무와 자유롭지 못한 생활은 회의감으로 이어졌다. 안 대표는 “당시 빅데이터와 AI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를 농업에 접목한 ‘스마트팜’이 흥미로웠다”며 “바로 휴직해 관련 분야에 대해 공부했고 나만의 차별성 있는 수익 모델도 구상했다”고 말했다.

포천딸기힐링팜은 ICT기반 스마트팜 중소기업이다. 5명의 정직원과 실습생 3명이 안 대표와 함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20~25톤의 딸기를 생산하고 2차 가공 및 체험, 교육 서비스 등을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6차 산업으로 분류한다. 안 대표는 “창업에 초점을 두고 확실한 경영 전략을 준비해야 귀농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안 대표는 스마트팜과 주 생산품인 딸기를 이용해 다른 농가가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기도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코딩을 통한 스마트팜 운용 △딸기 DNA 분석 △딸기를 이용한 전구 제작 등 농업과 기술을 접목해 교육하고 있다.
현재는 좋은 이웃으로 지내고 있지만, 귀농 초반에는 지역 주민들이 민원을 넣거나 대놓고 좋지 않은 시선을 주는 등 텃세도 심했다. 연고도 없는 낯선 곳에서, 특히 토지를 구하고 하수 시설을 구비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안 대표는 “농지 선정은 비닐 하우스를 설치하기에 토지의 모양과 구성이 적합한지, 키우려는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인지 등 여러 요소를 고민해야 한다”며 “농지 마련만이 아니라 토목 공사와 설비, 시공의 기초도 배워야만 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에서는 귀농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직장인을 위한 WPL △6개월 이상 합숙하며 농장에서 실습하는 장기 프로그램 △전반적인 영농 창업을 다루는 강의 등 교육을 제공한다. 안 대표는 “장기 프로그램을 1000시간 이상 이수하며 커리큘럼이 우수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실패 없는 귀농을 위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청년 귀농은 여가가 아니다. 농업을 업으로 삼는 일종의 창업이자 취직이다. 다른 청년들이 기업으로의 취업을 준비하듯 철저하게 귀농준비를 해야 한다. 안 대표는 “최소 몇 개월간 현장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에게 정말로 농업이 맞는지 확신을 가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작물별로 재배법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품종으로 어떻게 수익을 낼 건지 사업 계획서를 꼼꼼하게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농림부 ‘2019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농 인구의 60%는 가족과 지인으로부터 정보를 얻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시행 중인 지원 방안은 상대적으로 잘 파악하지 못했다. 만 18~40세 청년은 청년 창업농에 지원 시 영농정착지원금을 받고 창업자금을 저금리에 대출할 수 있다. 스마트 농업기술에 관심이 있다면 농림부가 운영하는 ‘스마트팜 청년 창업보육센터’에서 무료로 교육을 받고 이후 각종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안 대표는 “창업진흥원과 농림부에서 만든 청년창업 관련 계획서의 양식대로 농장 계획을 수립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각 부처에서 주최하는 공모전과 연계되고 사업 모델도 견고해진다”며 “각종 공모전에서의 수상은 가산점으로 인정하고, 중소기업벤처부의 서류 승인을 받으면 부가적인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귀농 후 만족스러운 점도 명확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시간적인 제약이 컸지만, 농업에 종사하면서 자금과 시간을 온전히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농업은 ‘하는 만큼 돌아오는 정직한 산업’인 동시에 N차 산업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분야다. 영농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이라면 꼼꼼하고 신중하게 ‘꿈의 농장’을 계획해보자.
*6차 산업: 농장에서 1차 생산과 함께 2차 가공 및 제조, 3차 체험 및 서비스를 융복합하는 농촌융복합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