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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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응철 문화인류학전공 교수
  • 승인 2021.08.3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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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보그가 되다>라는 책에 AI 음성 합성 기술로 한 농인의 목소리를 추론하고 만들어 그의 가족에게 들려주는 광고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책에서는 많은 청인들에게 감동을 준 이 광고를 지적한다. AI가 농인에게 선물한 ‘목소리’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청인들이 그들에게서 듣고 싶어 하는 목소리일 뿐이며, 결국 ‘말을 하는 것’만을 정상에 가깝게 여긴다는 것이다. 한쪽의 시선만으로 일을 추진했을 때 예상과 다른 결과와 반응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사례가 보여준다.

  우리는 혼자가 아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사회를 형성한다. 진화적으로 직립보행,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양손, 커진 두뇌는 인간에게 크나큰 이점을 가져다줬다. 동시에 인간은 빠른 발도, 날카롭고 강한 발톱과 이도, 멀리 보는 시력도,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도 없는 연약한 존재다. 그러나 인간이 간단하고 어설픈 도구와 불만으로 맹수나 큰 짐승에 대적할 수 있었던 것은 눈짓과 언어로 의사소통하며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초경쟁사회, 공정함의 허울을 쓴 능력주의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모든 것을 경쟁으로 인식하며 이에 기반해 평가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줄세워지고 그에 따라 서열화, 위계화, 권력화된다. 친구보다 한 문제라도 더 맞혀야 하고, 처음 만난 사이에도 몇마디 나눈 후 나이를 따져 호칭과 말투를 결정하고, 나이에 기대어 훈계와 조언을 한다. 시간을 보며 누구보다 빨리 누르지 않으면 보고 싶은 공연도, 듣고 싶은 수업도 얻어 낼 수 없다. 적성과 취향, 앞으로의 인생 설계가 어떻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전공도 선택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것이 당연한 게 아닌데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데 있다.

  1년 반 넘게 이어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비대면 대학생활은 경쟁에 대한 강박을 더욱 키웠다. 모니터를 매개로 이뤄지는 비대면 수업에서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일대일 관계만 생길 뿐 그 외의 사람들과는 관계를 맺기 매우 어렵다. 나만 모르는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닌지, 나만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조마조마하며 각개 약진의 방식으로 1년 반을 지내 왔다.

  공부나 일, 어떤 정책을 ‘나’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경쟁으로 이어지지만, 함께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사회적 협력과 상호이해의 기초로 작용한다. 함께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기본은 경쟁이 아닌 협력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내 자리에서만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는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조금이라도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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