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그리고 ADHD
여성, 그리고 ADHD
  • 반건호 경희대학교 소아정신과 교수
  • 승인 2021.08.31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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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ADHD로 진단받은 여성들이 출간한 <젊은 ADHD의 슬픔>이나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ADHD란?  

  ADHD(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를 공식 진단명으로 규정한 것은 1987년이다. 그리 긴 역사가 있는 병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ADHD는 대중들에게 빠르게 각인됐다.

  ADHD는 △주의력 부족 △과잉행동 △충동성 등이 생활에 영향을 미칠 만큼 심한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전체 아동의 5~8%가 이 진단에 해당하는데, 위와 같은 증상이 4~7세경 두드러지게 나타나다가 사춘기를 지날 무렵 반 정도의 환자는 호전되고, 나머지 반은 성인기까지 이어진다. 즉, 전체 성인의 약 3~4% 정도가 ADHD 문제를 보인다. 더러 아동기에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기도 하지만, 성인기에 진입한 후에도 진단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더 많다.

  소아기에는 산만하고 힘이 넘치는 장난꾸러기 학생 정도로 넘어갈 수 있지만, 성인기에는 △고등교육 △대인관계 △직장 생활 △결혼 생활 등에서 문제가 생긴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동반할 수도 있다. 적절한 치료가 없는 경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술과 담배 등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고, 여성은 경계성 성격장애, 남성은 반사회적 성격장애 특성이 나타날 수 있다.

 

  여성 ADHD에 관심이 늘어나는 이유 

  여성 ADHD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이유는 ADHD 진단 기준 탄생의 역사와 관련 있다. 1950년대 초, 미국정신과학회의 정신장애진단통계분류(DSM)가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는 군대 징집 기준 마련이다. 이렇듯 남성 위주의 기준을 반영하다 보니 훗날 DSM에서 ADHD 진단 기준을 만들 때도 남성 편향적 내용을 포함한 것은 아닐까 유추해 볼 수 있다. 따라서 ADHD라고 하면 으레 남아들에게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2~30년 전까지만 해도 소아 ADHD의 남녀 비율은 약 9:1 정도로 남아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성인기 남녀 유병률은 거의 1:1 정도다. 이에 성인 여성 ADHD 환자가 늘어난 것인지, 어릴 때부터 문제가 있었지만 진단받지 못한 채 성인기에 이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그 이유에 대한 가설 중 하나는 남아들의 행동 특성에 초점을 맞춘 ADHD 진단 기준이다. 과잉 행동 및 충동성의 경우 주로 몸으로 나타나는 행동 문제가 기준인데, 여아들의 경우 몸보다는 말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이유로는 남녀의 성숙 속도 차이를 들기도 한다. 여아가 남아보다 신체·심리적으로 성숙이 일찍 진행되므로 남아보다 진단될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공시한 연도별 ADHD 진료 인원 현황이다. 여성 환자의 4배 이상인 남성 환자 수에 ADHD를 남성에게서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출처/한스경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공시한 연도별 ADHD 진료 인원 현황이다. 여성 환자의 4배 이상인 남성 환자 수에 ADHD를 남성에게서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출처/한스경제>

 

  의학 기록 속 여아 ADHD

  특히 논란인 부분은 여성 ADHD가 과거에는 없었지만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생겨난 ‘현대병’인가 하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는 과거 의학서적 내용에서 여성 ADHD의 존재를 찾아내는 것이다. 미국 정신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벤저민 러시는 통제불능 아동들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한 소녀는 온갖 나쁜 짓에 빠져 있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쉴 새 없이 장난을 친다. 뭔가 어려운 일을 할 때나 공부에 몰두할 때 빼고는 종일 그렇다.” 1932년 독일의 프란츠 크레이머와 한스 폴노는 「유아기의 과잉활동성 질환에 대하여」라는 논문에서 3명의 여아를 포함한 17명 아동의 과활동성 사례를 보고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보고한 내용 중 “1초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행동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과제에는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오늘날 ADHD 자녀를 둔 부모들이 흔히 말하는 “공부에는 집중을 못 해도 게임에는 화장실도 안 갈 정도로 종일 집중하는데 집중력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라는 내용과 놀라울 만큼 일치한다. 1941년 발표한 찰스 브래들리의 논문에서는 ‘벤제드린’이라는 중추신경계 작용 약물을 사용해 산만하고 이기적인 행동 문제를 보이던 77명의 남아와 23명의 여아가 ‘이상적 아동’으로 변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렇듯 ADHD의 정확한 개념이 없던 시절, 의사들의 기록 중 오늘날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사례가 주로 남아 대상인 건 맞지만, 분명 여아 사례도 포함한다.

 

  왜 여성 ADHD가 중요한가?

  성인 ADHD 관련 연구가 여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많은 여아가 조기 진단과 조기 개입의 기회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아의 경우 과잉행동이나 충동 성향보다 주의력 부족 문제가 더 많다 보니 생활에서 행동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다. 그저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 ‘좀 산만하고 게으른 아이’, ‘조심성이 떨어지는 아이’ 정도로 간과한다. 그러나 생활 특성으로 치부하는 것은 아이의 자존감과 학업능력에 영향을 미치며, 또래 관계는 물론 가정에서도 따돌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부적절한 경험이 수년간 계속되면 상급 학교 진학이나 사회에서 취업하는데 문제가 생기고, 이성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성인 여성 ADHD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이유는 ADHD가 아닌 우울감 때문일 확률이 높다. 우울감은 자살 또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고, 담배와 술 남용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둘째, 여성은 임신, 출산, 수유라는 여성만이 누리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 분야는 관련 자료가 매우 부족하다. ADHD 치료제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추신경 자극 약물은 개인차가 있겠으나, 약물 중단 시와 지속 시 예상되는 위험 정도를 면밀하게 검토해 태아와 산모 모두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특히 ADHD 관련 약물뿐 아니라 우울증 치료제 등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라면 조절에 더 큰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까지의 자료상으로는 ADHD 관련 약물 사용이 임신과 태아에 절대적 위험을 미치는 정도는 크지 않다.

  셋째, 여성이 양육을 맡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요즘 남성 육아휴직 등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늘고 있지만 육아에서 엄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내 아이를 돌보는 육아가 자랑스럽고 보람찬 일이기는 하지만, 아기에게 공감하며 키우는 것은 힘들다. 추가로 ADHD 성향이 있는 아이는 신생아 때부터 입과 수면 시간이 짧고 주변 소음에 예민해 잘 깨기도 한다. 그러나 신생아가 예민한 것이 산모의 ADHD 특성 때문인지, 아기의 ADHD 특성 때문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원인이 무엇이든 ADHD 엄마의 고충은 크다. 아기는 성장 과정에서 엄마와의 상호작용과 공감을 통해 발달한다. 이 과정에서 부족함이 계속된다면 아이에게 ADHD 성향이 없더라도 부모와 자녀 관계가 원만하게 발전하기 어렵다.

 

  여성 ADHD,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어릴 적 진단받았거나 치료를 계속하지 않는 경우, 실제 외래에서 여성 ADHD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진단한다. 성인 여성이 게으름, 낮은 지능, 조울증 등이 아닌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스로 방문하는 경우, 소아 ADHD 진료 과정에서 아이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 엄마에게 진료를 권하는 경우다. 두 경우 모두 앞서 말한 조기 진단과 조기 개입의 기회를 놓친 것이고, 이 경우 여성은 낮은 자존감과 우울감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어린 시절 진단 기회를 놓쳤다면 지금이라도 평가를 주저할 필요가 없다. 성인은 소아보다 진단이 어렵고, 여성은 남성보다 더 어렵다. 소아기에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청소년기를 거치고 성인기에 돌입했다면 그간 누적된 정신적 부담과 2차적 우울증 등 겹겹이 쌓인 문제를 잘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ADHD는 정신장애이며,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 사회적으로 ADHD의 문제 행동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 많다 보니 ADHD 환자들은 부정적 자동사고에 익숙하다. 자신들의 장점과 잠재력을 발휘할 자신감이 부족하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고생스럽겠지만 고비를 넘길 용기를 발휘한다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자신만의 밝은 면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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