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가진 힘을 모아 상처를 치료해요
음악이 가진 힘을 모아 상처를 치료해요
  • 안소정 기자
  • 승인 2021.11.22 0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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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음악의 곁에서, 음악으로부터 위로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를 전문적인 치료로 활용한다는 사실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음악이 가진 힘을 전파하는 이가 있다. 내담자가 가진 몸과 마음의 상처를 음악으로 치료하는 곽은미 음악치료사를 만났다.

 

  Q. 음악치료란 무엇이며 어떻게 이뤄지나요?

  음악치료는 말 그대로 음악을 이용한 치료예요. 국내에서는 자폐 아동이나 치매 노인에게 주로 적용하는 방법인데 점차 대상 영역을 넓히고 있어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시대에 들어서면서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졌잖아요. 그중 일부는 힘듦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해요. 그런 이들에게 음악의 힘을 모아 전달하는 사람이 음악치료사예요.

  음악치료는 정서적인 어려움을 느끼시는 분과 신체적인 어려움을 느끼시는 분들 간의 치료방식이 매우 달라요. 정서적 어려움을 갖고 계신 분들은 음악을 듣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감정들이 일어나요. 그 감정들을 통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도록 해요. 한번은 *윌리엄스증후군을 앓는 아이가 치료 중 노래를 부르는데, 율동을 기억하고 동작을 함께 하더라고요. 노래가 발달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 거예요.

  저는 교통사고 재활 환자를 집중적으로 맡고 있는데, 이 분야에 음악이 큰 힘을 발휘해요. 박자에 맞춰 걷는 훈련처럼 리듬적인 요소를 치료에 많이 활용해요. 실제 미국의 경우 **TBI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는 물리치료사와 음악치료사가 함께해요. 물리치료사는 걷는 걸 도와주고 음악치료사는 음악을 제공하거든요. 서지 못하던 환자가 지팡이를 잡고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움직이는 데까지 빠르면 3주, 오래 걸리면 6~8개월 정도 걸려요.

 

  Q. 타 심리치료와 달리 음악치료만이 갖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음악은 결국 매개체예요. 매개체는 심리치료 안에서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거든요. 언어적으로 하는 심리치료와 달리 여러 가지 복선이 있을 수 있어요. 같은 음악을 들어도 내담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거죠. 내담자에 따라서 미술, 음악 등 열리는 통로도 달라요.

  그리고 힘을 주는 음악은 직접 듣지 않고 상상만 하더라도 고스란히 그 힘을 받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어렸을 때 엄마가 들려주던 자장가가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면 엄마가 곁에 없더라도 그 자장가를 위안 삼으며 들을 수 있겠죠.

 

  Q. 음악을 매개로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데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음악치료가 환자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이 매우 많음에도 막상 의료계에서는 치료방식으로 인정받지 못했어요. 음악에 힘이 있다는 건 누구나 느끼지만 그게 치료의 영역이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해요. 음악이 치료적이라는 걸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열심히 홍보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으레 병의 완치를 바라고 치료에 임하죠. 하지만 음악치료에서 완치라는 개념은 거의 없어요. 조금 더 나아지게 할 뿐, 자폐에 완치란 없거든요. 일반적으로 병은 약을 먹으면 깨끗이 낫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저희가 치료하는 영역은 완치라는 개념이 없기에 치료사로서 지치는 부분이 있어요.

 

  Q. 음악치료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담자는 어떤 분인가요?

  현재 진행형인 환자가 한 분 계신데,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으셨던 분이에요. “죽을 확률이 90%인데 뇌수술을 받을 거냐”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상황이 심각했어요. 처음 뵀을 때는 의료적으로 가능한 모든 기술에 의존하고 계셨어요. 세미 코마 상태가 7개월간 이어졌고, 외부자극에 전혀 반응이 없었죠.

  환자의 플레이리스트 속 노래를 틀어 두고 16박자로 손을 주무르는 것부터 출발했어요. 한두 달 뒤부터는 눈 깜빡이는 활동을 했죠. 그리고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발가락을 움직였고, 이를 시작으로 아주 천천히 돌아왔어요. 그분은 기관절개술을 받으셔서 목소리도 안 나왔는데 제 말을 듣고 입 모양으로 답하더라고요. 그때 그분께서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그날부터 동요와 좋아하시던 팝송을 틀어드렸어요. 아주 어렸을 때 들었던 옛날 노래는 곧잘 따라 하나 팝송은 그러지 못했어요. 기억이 자기가 다친 시점을 기준으로 먼 것부터 돌아오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찾아가며 벌써 5년 10개월간 함께 치료했어요. 지금은 서로 농담도 하고 독립보행도 가능해요.

 

  Q. 음악치료사라는 꿈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어머니와 자주 싸우며 컸어요. 어머니께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상과 달리 활달하기만 한 저를 꺾어야 한다고 생각하셨죠. 어머니와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내 마음을 직접 보고 싶었어요. 이를 계기로 심리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원래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몸담고 있었지만 갈수록 허전함을 느꼈어요. 일하는 내내 컴퓨터만 다루지, 사람을 대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렇게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던 중 신문에서 음악치료를 다룬 글을 보게 됐어요. 마침 제가 음악도, 사람도 좋아하니 재미있겠다 싶었죠. 실제로 너무 즐겁게 일하고 있고 이전보다 만족스러워요.

 

  Q. 음악치료가 치료사 본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나요?

  음악치료를 공부하면서 가장 먼저 맞이하는 내담자는 본인, 즉 자기 자신이에요. 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들을 계속 마주하니 조금 힘들었어요. 내 탓이 아니라고 책임을 돌리고 싶었지만 결국 변해야 하는 건 나라는 걸 알았어요. 그러다보니 나의 취약점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또, 내담자가 원하는 것을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지 겁이 나기도 해요. 그래서 행간을 보듯 내담자가 마음속으로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보려고 해요.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 표현 속에 숨겨진 진심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직업인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커다란 목표가 음악공작소라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현재 이뤄냈어요. 그리고 최종 목표가 새로 생겼어요. 모든 사람이 저녁 7시에 이곳에 와서 쉬어 가는 거예요. 그러려면 더 많이 알려져야 하는데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모를뿐더러 본인이 음악을 할 수 있다고 생각조차 못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걸을 수 있다면, 심장이 뛴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심장 소리, 4분의 4박자로 걷는 것 전부 음악이니까요.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음악이 이렇게나 좋은 것임을 알리는 활동을 더 열심히 할 계획이에요.

 

   Q. 몸과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상처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어요. 이미 흉이 돼 밑에 아무것도 없는 상처는 지나갈 수 있어요. 그러나 흉 밑에 염증이 있는 상처들은 안으로 더 곪기 때문에 그냥 두면 안 돼요.

  세상에는 칼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너무나 많거든요.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을 튼튼하게 하거나 옷을 입고 방패를 들고 나가야 해요. 저는 음악이 그 보호막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음악은 상처가 생기더라도 제때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와줘요.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도움을 받아도 좋아요. 이런 게 흉이 되는 사회가 전혀 아니에요.

  무엇보다 지지받지 못하며 살아오신 분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은 지지적인 환경과 보호막을 스스로 만들어야 해요. 이때 미술이나 음악과 같은 창구를 통해 도움받기를 주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윌리엄스증후군: 7번 염색체의 일부가 결실돼 특징적인 외모와 함께 심장질환과 정신지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증후군

**TBI: traumatic brain injury, 외상성 뇌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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