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온전한 국가직 전환’이라는 숙제
소방공무원, ‘온전한 국가직 전환’이라는 숙제
  • 황보경 기자
  • 승인 2022.05.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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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직 전환과 노조 출범 이후에도 환경 개선 미흡해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인정받은 지 2년, 공무원노조법 개정에 따라 소방조직 노동조합(이하 소방노조)을 설립한 지 1년이 지났다. 가장 ‘영웅’ 같은 직업으로 칭송받던 소방관은 사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지위와 권리조차 불투명한 존재였다. 지난 7월, 4개 소방노조가 처음으로 결성을 허가받고 출범식을 진행했으나 이후 걸맞은 대우를 받았냐고 물으면 대답은 ‘아니오’다. 국가직 전환과 노조 출범 이후에도 물음표로 남은 문제들을 알아보자.

 

  공무원노조법 개정,
  소방공무원 노조 출범

  소방공무원은 공무원노조법 개정 전까지 노조 가입을 엄격히 제한받아 왔다. 기존 법안이 현직 공무원 중에서도 6급 이하인 일반직 등에 한해서만 노조 가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일한 만큼 대우받을 권리를 달라는 요구가 커지자 2020년, 정부는 소방공무원과 교육공무원, 퇴직 공무원도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도록 6급 이하 제한을 삭제했다. 같은 해 12월, 국제노동기구(ILO)가 중심 협약인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개정안이 통과됐고 지난해 6~7월에는 최초로 3대 노조 소속의 소방노조가 출범했다.

  현존하는 4개의 소방노조는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 소방노조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한국노총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동조합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이다. 각 소방노조마다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소방공무원 노동자로서의 권리 회복과 인사제도 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당시 한국노총 전국소방안전공무원노동조합 홍순탁 위원장은 “공무원노조법 개정으로 노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소방공무원의 노동권 신장을 이룰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며 “△노후장비 개선 △인력 확충 △순직공상자 예우 강화 △소방관 *공상추정법 제정 △구급대원 법적 방어권 신설 등 현안 처리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노동자로 분류돼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없는 부분에 관해서는 “단체행동권이 합법화돼도 근무일에 파업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열린 전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 준비위원회 출범 창립총회출처/연합뉴스
지난 8월 열린 전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 준비위원회 출범 창립총회<출처/연합뉴스>

 

  보호 체계 미흡은 물론
  순직은 인명 피해 아냐

  지난 1월 17일, 청와대에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 250여 명이 모였다. ‘더 이상 죽기 싫다’는 팻말을 들고 개최한 소방노조 대정부 규탄대회로, 같은 달 5일 현장에서 소방공무원 3명이 순직한 평택 냉동창고 화재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1월 17일 열린 공노총 소방노조 대정부 규탄대회출처/연합뉴스
지난 1월 17일 열린 공노총 소방노조 대정부 규탄대회<출처/연합뉴스>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인명 피해를 막기에 턱없이 부실한 대응 체계와 순직을 인명 피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재 사고에서 검찰 지휘부가 중시하는 것은 화재진압과 구조이며 실제 투입되는 소방공무원 보호나 순직 원인 조사는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민간인 인명 피해가 없는 사고에서 소방관이 순직하게 된 과정에 관한 별도 조사도 전례가 없다. 이렇다 보니 규탄대회가 증명하듯, 지휘부에 대한 신뢰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현장 인력 투입에 신중하고 큰 사고가 날 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역할임에도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노총 소방노조 정은애 위원장(이하 정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부터 올해 1월까지 벌써 5명의 소방공무원이 화재 진압 도중 사망했다”며 “희생이 계속되는 이유는 정부와 소방당국이 책임 회피를 위해 현장 상황과 괴리된 면피성 정책을 내놓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소방노조가 요구하는 바는 단순히 순직을 막자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노력이 있다면 충분히 지킬 수 있는 동료와 민간인들의 목숨을 모두 보호하자는 의미다.

 

  지자체장에게 위임된
  재정권과 인사권

  원초적인 문제는 허울뿐인 직위에 있다. 소방공무원은 국가직이지만 ***지방자치법 제9조에 따르면 소방 사무는 지방 사무로 분류한다. 실제 공무원증에도 도나 시 소속이라고 기재돼 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골자는 노동환경과 인력·장비의 격차를 해소하고 전국 소방 안전 서비스를 균형 있게 향상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별도의 구조 변화 없이 모든 것이 기존에 머물러 있다. 재정권은 정부와 지자체가 나눠 갖고 있고, 인사권은 지자체장에게 위임한 형태다. 이는 실제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의 시각을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행정 처리를 늦추는 원인이 된다. 소방청 임의의 유연한 행정을 어렵게 만들뿐더러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실무자들에게 현장을 운영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소방안전교부세를 승인 및 교부하는 것은 행정부 담당이지만 예산을 운용하는 것은 지자체 소관이다. 산간과 해안, 도시나 논 등 지역적 특성에 맞게 장비를 구입하고 편성해야 하지만 소방청 임의의 구매가 불가하고, 행정 처리가 완료되더라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인사권 또한 소방당국이 아닌 지자체장에게 있는데, 이는 효과적인 재난 대응을 위한 유기적 인사이동을 막는다. 지난해 11월 소방의 날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공노총 소방노조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이후 오히려 조직이 지방과 국가로 이원화됐다”며 “인사와 예산의 이원화는 국가와 지방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 딱 좋은 형태다”고 지적했다.

 

  소방조직 인사제도
  기틀부터 바로잡자

  지난 1일 소방노조가 대정부 규탄대회에서 내놓은 정책요구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 소방조직에 부합한 국가 소방조직 마련 △소방공무원 공상추정법 도입 △소방행정과 현장 대원 분리채용 △소방공무원 연금 혜택 불평등 해소 등이다. 의제들을 종합하면 최종 과제는 ‘온전한 국가직 전환’이다.

  소방공무원은 3계급으로 분류하는 타 직렬보다 1계급이 많다. 따라서 승진과 연금에 있어 상대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 인력 충원은 됐지만 365일 교대로 일해야 하는 특수한 업무 환경을 고려한 보수체계가 없어 초과근무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소송까지 걸어야 했다. 목숨을 담보로 일하지만 현장을 잘 모르는 지휘부의 정책은 그들을 보호하지 못한다. 소방노조 현장에서는 권위를 내세우는 조직 문화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가장 크게 들려온다. 국가직 전환은 이뤄졌으나 막상 제대로 된 인사제도가 정착되지 않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다.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제도다. 공노총 소방노조는 소방조직 인사제도의 만성적 문제점으로 내·외근 갈등 및 현장지휘관의 경험 부족, 형평성 잃은 간부후보생 출신의 조직 장악 등을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면평가제도 도입 △간부후보생제도 개혁 △현장업무 분리 등 기득권을 내려놓고 조금 더 개방적인 형태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위원장은 “소방청과 지자체의 지시를 동시에 받는 현 체제는 업무가 많고 효율도 떨어진다”며 “온전한 국가직 시스템을 요구하고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직보다 내근직을 중시하는 승진제도로 지휘관이 현장을 잘 모르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출처/서울경제, 서울 소방재난본부 자료 제공
현장직보다 내근직을 중시하는 승진제도로 지휘관이 현장을 잘 모르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출처/서울경제, 서울 소방재난본부 자료 제공>

*공상추정법: 위험직무 공무원들의 일부 질병을 당연 인정하고 질병 발생 원인의 입증책임을 국가가 지도록 하는 발의안
**노동3권: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으로,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포함
***지방자치법 제9조: 지역의 화재 예방·경계·진압·조사 및 구조·구급을 ‘지방소방에 관한 사무’로 규정하는 조항
****소방안전교부세: 지자체의 △소방 인력 운용 △소방 및 안전시설 확충 △안전관리 강화 등을 위해 행정안전부장관이 소방청장의 의견을 들어 해당 지자체에 내야 하는 교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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