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보장을 위한 외침, 중대재해처벌법
생존권 보장을 위한 외침, 중대재해처벌법
  • 배선우 기자, 채유경 기자
  • 승인 2022.05.30 1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효성 있는 법 운용 위한 적극적 논의 필요해

  일터에서의 안전 보장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노동자는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률은 꺾이지 않는다. 산업재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고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으나 기대와 달리 관련 사고는 줄어들지 않아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끊임없는 재해에서

  새로운 법 제정까지

  2016년, 한 정비원이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중 달려오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2018년에는 한국발전기술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직원이 태안화력발전소 연료공 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사고 모두 기업의 안전장치 부주의로 발생한 산업재해로, 이러한 재해가 잇따라 발생하며 안전사고에 대한 심각성이 불거졌다. 이에 근로자뿐이던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보호 대상을 2019년 노무 제공자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산안법 개정 1년 후인 2020년 재해율은 지난해에 비해 고작 0.01%만큼 떨어진 수치인 0.57%를 기록했다. 2020년 4월에는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로 3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산안법 개정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더 실효성 있는 법안인 중대재해처벌법이 등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은 올해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같은 달 27일부터 시행했다. 지난 1월 25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해 법률의 지향성을 공고히 했다.

지난 1월 25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출처/미디어뉴스
지난 1월 25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출처/미디어뉴스>

 

  경영책임자를

  처벌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률로,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서 중대재해란 △사망자 1명 이상 △부상자 2명 이상 △1년 이내 직업성 질병자 3명 이상이 발생하는 재해를 말한다.

출처 / KEF 한국경영자총협회 중대재해처벌법 기업 인식도 조사
대부분 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준이 과도하며 재해예방의 효과성이 없거나 미미하다고 응답했다.
대부분 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준이 과도하며 재해예방의 효과성이 없거나 미미하다고 응답했다.<출처/KEF 한국경영자총협회 중대재해처벌법 기업 인식도 조사>

  기존 산안법은 현장 안전 관리 주체를 현장 소장으로 간주해 사고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할 수 없었다. 또 기업의 직접적인 안전 조치 위반 여부만을 따져 기업이 사고 발생에 기여했다 하더라도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워 처벌받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까지 많은 기업은 한국 사회에서 특정 범죄 행위를 저질러도 고의를 입증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법의 감시망을 피했다. 범죄행위가 적발되더라도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고위급 임원은 처벌받지 않았다. 산업재해에 대한 대비나 피해자 보상제도 또한 턱없이 부족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경영자는 안전 조치 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또 처벌 대상을 현장 소장이 아닌 경영책임자와 기업으로 확대해 기업의 구조적인 책임을 묻는다. 산업재해를 현장 노동자나 안전 관리자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예방해야 할 문제로 보는 것이다.

 

  처벌 기준에 강경 반대

  법 재개정 원하는 기업들

  2020년 12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내 654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기업 인식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참여 기업의 90.9%가 국회에 계류 중이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반대했다. 또한 중소기업중앙회 외 7개의 경제단체에서 해당 법안의 제정 중단을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잇따를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라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세부화하는 규정들이 불합리하다는 것이 기업 측의 의견이다.

  반대 이유로는 △대표자 형사 처벌 △법인 벌금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과도한 처벌 수준이 가장 지배적이다. 수위 높은 처벌이 생산 활동을 위축시키고 기업의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법의 높은 처벌 수위만이 반대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중대재해 예방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무거운 처벌은 노동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고 기업의 경영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 외 안전관리 책임 소지의 혼선을 야기한다는 의견도 있다. 직무 중 중대재해의 원인은 △기업 △노동자 △주변 환경과 같은 다양한 요소인데 중대재해처벌법은 이 사실을 간과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재해 발생 시 원청업체에만 책임을 묻는 조항은 한쪽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지우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반발은 특히 중소기업에서 심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의 평균 매출액이 2018년 기준 4억 원가량에 불과한데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최소 10억 원의 벌금형에 처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재 사망은 대부분 300인 미만 규모의 사업장에서 벌어지는데 처벌 수준을 감당할 만한 재정적 여건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개선된 법안

  여전한 산업재해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에게 노동자 안전 보장 의무를 부여해 중대재해 발생 요인을 줄일 수 있지만 노동자들이 직접적으로 실감하는 작업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지난 4월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공장 컨베이어 벨트와 연결된 산업로봇에 끼어 사망했고, 5월에는 에쓰 오일 울산 온산공장 폭발·화재 참사가 일어나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된 후 발생한 사고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와 민주노총이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출처/경향신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와 민주노총이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출처/경향신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중대재해처벌법제정운동본부가 작년 9월 제대로 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고, 같은 날 처벌 완화를 주장하며 개최된 규제개혁위원회를 대상으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입법 예정이었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반대했다. 해당 법령은 중대재해의 범위를 과도하게 좁히고 핵심적으로 이뤄져야 할 안전 조치 보장 내용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한 원청이 외주화 등을 통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점이 명시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태의 민주노총 부의원장은 “날마다 중대재해로 인한 노동자들의 부고 소식을 접하지만 정부의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기업·경영책임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허술한 법안

  앞으로의 개선 방향은

  일부 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위가 해외 법률보다 지나치게 높고, 기업은 예방보다 처벌에 치우친 해당 법안이 경영 활동을 위축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기업 또는 경영자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법률을 제정한 사례를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3년, 호주는 ‘산업살인법’을 제정했다. 해당 법률은 고위직 임원의 부주의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경영자에게 최고 20년 이하의 징역 및 32만 호주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영국은 개인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지만 직원의 부주의로 법인이 조항을 위반했을 경우 법인과 대표이사를 함께 처벌하고 있으며 상한형 없이 벌금을 부과한다. 프랑스의 경우 1994년 기업의 형사법적 책임을 인정하며 기존 법인의 책임능력 부정설을 *법인실재설로 전환했다. 법 개정 이후에는 기업에게 개인의 처벌보다 5배가량 높은 벌금형 제시나 배상 명령 등 강도 높은 처벌을 진행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정도가 과도하다는 경영계의 입장과 달리 노동계는 현행 중대재해처벌법도 반쪽짜리 법안이라며 솜방망이 처벌을 우려한다. 사건의 인과관계 추정과 처벌받을 대상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인실재설: 법인을 독립된 인격체로 보는 학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주세린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주세린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