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더 새로울 순 없을까?
좀더 새로울 순 없을까?
  • 조영희
  • 승인 2006.05.16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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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5일까지 2-30대의 젊은 작가들의 전시인 「Art Wall Artist」가 ‘스페이스 C(전화번호: 02-547-9177)’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에 참여한 12명의 작가들의 공통점은 바로 젊다는 것이다. 젊다는 것은 다듬어 지지 않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패기와 실험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회화의 경계를 넘어’라는 부제에서도 확인되듯이, 회화 외의 사진, 설치, 영상 등의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선택된 매체의 다양성만큼 작가들의 주제와 내용의 표현 방법은 다양하지도 독창적이지도 못한 듯하다. 원윤선의 “허상과 경계에서”라는 작품은 작가의 일상과 주변의 상황을 사진으로 찍어 이를 회화적 기법으로 변용시켰다.

 

 약 5*7 사이즈의 작은 캔버스 70여점이 벽 한 면을 가득 채웠다. 작품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스타벅스’라는 로고와 이 로고가 새겨진 컵을 들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작가(혹은 친구)의 이미지이다. 어쩌면 우리 젊은이들의 가장 일상적인 일이 외국계의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친구들과 수다 떨기일지도 모르겠다. 작가 고유의 개인적 경험이 결국 모든 이들의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 결국 특별한 ‘나’의 일상은 어느 누구의 일상도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원윤선이 차용한 이미지들은 그동안 다른 작품들 속에서 많이 보아 왔고, 단지 작가 개인의 일상의 이야기를 억지로 우리의 이야기로 우겨가며 작가 개인의 일기를 보길 강요하는 것 같다.

 

 전시된 대다수의 작품의 주제는 일상의 내용을 차용하고 있으며, 키치적 속성을 띄고 있다. 회화의 경계를 넘는다는 것이 주제 면에서 키치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전시의 부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업은 회화에 삼차원의 일루전을 도입한 이재욱의 “Neo Gothic Fashion”이다. 미국 피츠버그 다운 타운에 소재한 고딕식의 현대 건축물인 PPG Place을 벽화와 사진 설치작품으로 재현하고 있다. 사진으로 보여지는 이 고딕식 건축물은 그리드 형태(격자무늬 형태)로 테이프와 벽화형식으로 단순화 되어졌다. 벽이라는 이차원에 그려진 PPG Place건물은 그 앞에서 행해진 퍼포먼스를 찍은 사진과 함께 삼차원의 환영을 만들어 낸다. 정확히 계산된 위치에 걸려진 사진과 뒷 배경인 그리드 형태의 건물 도면은 환영의 효과를 극대화 하고 있다.

 

 

 이 전시의 공통점은 젊은 작가들이 다양한 매체를 사용했다는 것 외에는 없다. 현대미술에 있어 ‘회화’의 완성이라 할 수 있는 모더니즘 미술은 평론가 그린버그에의해 일단락지어진지 오래이며, 그 뒤 ‘회화의 경계와 한계를 넘어’라는 담론은 이미 미국에서 1960-70년대에 걸쳐 미니멀리스트 등에 의해 회화의 평면성을 넘어서는 다양한 실험들이 있어 왔다. ‘스페이스 C’에서 기획한 이 전시의 부제는 이미 반세기전에 미술계에서 제기되었던, 현재로선 진부한 주제이다. 이러한 진부한 주제를 선택한 이면에 어떤 특별함이나 독창성을 기대해 보지만 그것은 기대로만 그치고 만다. 또한 한국 미술에서 회화라는 것이 과연 그 경계를 넘을 만큼 완성되게 존재했는지는 의문이다. 회화의 한계라는 것을 스스로 경험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 한계와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는 기획의 오류인 듯하다.

 

 젊은 작가들의 더 황당하고 더 엉뚱한 전시를 기대해 본다.

 

●조영희
(서울대 대학원 서양화과 미술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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