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가 묻어나는 책장을 넘기며
손때가 묻어나는 책장을 넘기며
  • 정인혜 기자
  • 승인 2006.05.16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이 대학가 근처에 자리한 건물들의 대다수는 술집 등 유흥을 목적으로 하는 상가들이다. 더욱이 신촌의 경우, 무려 4개의 대학이 몰려있어 ‘상업지구의 메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자꾸만 늘어가는 술집의 반짝이는 네온사인 불빛과는 다르게 우리의 마음이 허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찾아간 곳 역시 신촌이었다.
 

 대역 1번 출구 신촌지구대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눈에 잘 띄지 않는 뒷골목에 바로 ‘아름다운 책방’이 자리하고 있다. 뒷골목에 자리하고 있어 찾아가는 길이 생각보다 꼬불꼬불하여 험난하기만 했던 책방은 아늑한 북카페를 연상시키며 찾아간 수고로움을 눈 녹듯 사라지게 하였다.

 

뭇결이 살아있는 초록색 문을 열고 들어가면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노란 조명이 은은하게 책방 안에서 빛나고 있다. 약 20평 쯤 되어 보이는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재활용품을 활용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사람의 마음을 쏙 잡아끄는 구석이 있다. 이곳의 책들은 한 권 한 권 시민들의 기증을 받은 것으로 그 가격대는 보통 5백원부터 3천원까지 매우 저렴하다. 권수가 많지는 않지만 한국ㆍ외국문학 및 수필, 시 등 분류가 잘 되어 있어 대형서점 부럽지 않다. 책 이외에도 이제는 구하기조차 힘든 음악테이프를 단돈 1백원으로 지난 추억에 묻혀있던 ‘녹색지대’의 목소리도 살 수 있다. 더불어 부담 없이 마음에 드는 책 한권 골라 읽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도 마련되어 있다.

 

 한 책방의 한 켠에는 한 동물학자가 제안한 운동으로 ‘환경, 동물, 이웃’을 위한 지역 환경운동을 의미하는 말인 ‘뿌리와 새싹’이라는 코너가 있다. 이름과 걸맞게 이 곳은 환경, 생태 관련 서적으로 꾸며져 있으며 이를 열람 혹은 대여가 가능하다.
 

 곳에는 대형서점에서 좀처럼 마주하기 힘든 드문 광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시집을 찾는 할머니와 책방 매니저의 대화가 오고 가기도 하고, 대화의 잔잔한 배경음악이라도 된 듯 오디오에서 주저리주저리 흘러나오는 팝송이 사람의 기분을 아늑하게 만들기도 한다. 허겁지겁 필요한 책만 사서 자리를 뜨기 일쑤인 대형서점과는 달리 애초부터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이곳을 찾기 때문에 느긋하게 책 속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이 곳을 찾게 되는 매력이다.

 업적 성향이 짙은 신촌이라고 해서 모두가 보여지는 멋스러움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듯, 가뭄에 콩 날 듯 하지만 여전히 신촌에도 이곳 ‘아름다운 책방’과 그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원봉사자 박진영 씨는 “대학생들의 문화가 안타깝다. 특히 신촌의 환경이나 여건 자체가 대학생들을 술집으로 몰리게 하고 있다. 소비하는 문화보다는 방학 등을 이용해 아름다운 책방에서 자원 활동을 지원하길 바란다.”며 대학생들의 기성세대와 다를 바 없는 문화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곳이 ‘아름다운 책방’이라고 불리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 아마도 ‘나눔과 순환’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 계속적으로 찾기 때문은 아닐까. 기증받은 이 공간에서 기증받은 책과 음반, 비디오들로 어려운 이들에게 기증되어질 수익금까지 마련하는 이곳은 마음을 나누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순환할 줄 아는 사람들이 찾는 ‘숨겨진 신촌의 메카’인 셈이다.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오전 11시에서 오후 7시까지 문을 여는 아름다운 책방 신촌점에서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책들과 비디오, 음반들이 또 다시 우리의 손때가 묻혀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