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당신에게도 지름신이 강림하셨습니까?
백미러- 당신에게도 지름신이 강림하셨습니까?
  • 배은정 기자
  • 승인 2006.05.20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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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에 사망한 철학자 니체는 비장한 어조로 신의 죽음을 선포했다. 그러나 2006년 대한민국에는 죽지 않는 새로운 신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 신을 섬기며 신 내림을 받으라 권고하며 대한민국을 국교를 가진 강력한 종교국가로 만들고자 한다.

 

 지름 신이 강림하셨다. 그 분이 강림하시면 동공은 주체할 수 없이 한 사물을 응시하면서 커지게 되고, 심장은 쿵쾅쿵쾅 8비트 유로댄스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 손에 식은 땀이 흐르며 통장 잔액 수치가 대뇌에서 희미해진다. 그리고 손은 재빨리 신용카드 쪽으로 향한다. 의지가 강해 그 분의 강림을 거부한다 해도, 그 분을 거부한 죄로 나는 밤 잠을 잘 수 없다. 그 분이 눈에 아른거린다. 절대강자 지름 신 앞에 우리는 한 없이 약한 존재이다. 신이여 당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인해 왔던 죄 많은 저를 용서해 주소서.

 

  지름 신이라는 이 새로운 신의 등장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은 우리를 수없이 유혹에 노출시키고 결국에는 소비에의 유혹에 빠지게 하는 그 어떤 힘들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무력감에 대한 표현일 것이다. 마치 신 내림이 내린 것처럼 매끈한 명품 핸드백 앞에서 힘이 빠지고 한 없이 그 분에게 종속하고 싶은(이 상품을 소비하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최소한 그 분을 꾸준히 영접하기 위해 그것을 목적으로 하여 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종교적이다. 더구나 그 분을 영접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기도 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종교는 광적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소비하기 위해 살고 있으며 더 잘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요일은 교회에서 절에서 절대자를 숭배하고 있지만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는 그 분을 위해 살고 있지 않는가?

 

 바야흐로 봄이고, 4학년들은 졸업앨범 촬영시즌이라 졸업 정장을 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야말로 일주일 내내 지름 신과 함께 생활하고 있음이다. 이 모든 현상들에서 우리는 진정한 소비 주체는 가능한가는 물음으로 다가갈 수 있다. 과연 주체적 소비는 가능한가? 신내림에 의한 외적인 자극에 의한 소비가 아니라 정말 내가 필요한 것을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이성을 갖추는 것에 우리는 얼마나 무심한가 하는 것을 돌이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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