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에 놓인 돌봄노동자, 누가 돌보나
사각지대에 놓인 돌봄노동자, 누가 돌보나
  • 덕성여대신문사
  • 승인 2023.09.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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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돌봄서비스 구축으로 노동인권 보장해야

  돌봄 영역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2008년 58만 명에서 2019년에 110만 명으로 10년간 두 배가량 증가했다. 돌봄이 중요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돌봄노동자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그들의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우리사회는 돌봄노동을 전적으로 여성에게 떠맡기고 있다. 돌봄의 의미와 돌봄노동의 중요성을 분석하고 여성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와 노동환경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돌봄노동의 책임은
  온전히 여성의 몫

  돌봄은 전 연령에 걸쳐 모두에게 필수다.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삶의 과정 속 인간은 타인이 제공하는 돌봄에 의존한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서 벗어나 구조와 기능이 시대에 따라 변하고 새로운 노동시장이 떠오르면서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해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여성이 가정에 머무르며 무급 가사노동에 일조해 돌봄노동의 큰 축을 담당하던 과거와는 달리 돌봄을 담당할 주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 생애 전반에 걸쳐 돌봄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돌봄노동이란 타자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돌봄노동을 정의하는 범주로는 주로 가정 내 양육자가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무급노동뿐만 아니라 △건강 관리 △교육 △보육 △의료와 관련한 직업에 종사하며 제공하는 유급노동도 포함한다.

  돌봄노동을 제공하는 주체의 대다수는 여성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대표적인 돌봄노동자인 요양보호사 중 여성의 비율은 94.9%다. 전체 돌봄노동자를 대상으로 여성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을 차지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8~2019년 전체 여성 취업자 178만 2,000명 가운데 27.2%인 48만 5,000명이 돌봄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남성 돌봄노동자는 이전에 비해 3만 3,000명이 증가했으나 남성 취업자 중 돌봄노동자의 비율은 2%에 불과했다. 계명대학교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안숙영 교수는 “여성은 가사부담으로 인해 공적 영역에서의 경제 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하기 어렵다”며 “여성의 무급 돌봄노동이 유급노동자의 가능성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 내 돌봄 제공자가 여성이라는 현실, 즉 돌봄의 여성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돌봄노동자와 취업자 대상 근속기간에 따른 시간 당 임금 그래프
돌봄노동자와 취업자 대상 근속기간에 따른 시간 당 임금 그래프<출처/한국일보>

 

  열악한 노동환경 속
  고통받는 돌봄노동자

  지난 2월 16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에 소속된 한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성추행 피해를 호소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돌봄노동자 A씨는 심장이 벌렁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마음이 들었지만 “일을 잘 마쳐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7월에 열린 돌봄노동자 건강권 보장 제도 개선 방향 모색 토론회에 따르면, 서비스 대상자인 어린이, 노인, 장애인으로부터 폭력을 경험한 돌봄노동자는 약 47%에 달했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사업주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는 34.1%, 서비스 이용자나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10.5%로 집계됐다. 요양보호사가 이용자로부터 겪은 성희롱, 비인격 대우, 언어폭력 등을 경험한 비율이 최소 20%에서 최대 40%까지 나타났다.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장기요양급여에 유급병가 제도를 마련했으나 이용률은 49%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 역시 이들의 열악한 환경을 보여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돌봄노동자의 임시직 비율은 33.2%로 전체 취업자 중 임시직 비율인 17.8%보다 약 2배 높았다. 또한 돌봄노동자가 속한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임금은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의 절반가량인 197만 원에 불과하다.

지난 7월에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관련 공청회 현장
지난 7월에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관련 공청회 현장<출처/뉴시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 도입
  가사근로자를 위한 대안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5월 국무회의에서 돌봄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의 육아 부담을 덜고 저출생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로 도입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은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주고 외국인을 가사근로자로 고용하는 제도다. 정부는 제도 도입을 통해 여성의 가사 돌봄 부담을 덜어 경제 활동 참여율을 증가시키겠다고 전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에 가사근로자를 추가하고 **E-9 비자로 고용하는 방식도 구상 중이다. 현재 가사·돌봄 분야에는 △내국인 △재외 동포 △한국 영주권자의 배우자 △결혼 이민자만 취업할 수 있으나 이를 다른 국가 출신 외국인에게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E-9 비자로 취업한 이주여성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7년 서울시 노동권익센터의 이주가사노동자 노동인권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동포 가사근로자는 주 6일, 하루 16시간 이상 일하며 월 200만 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 실제 이 제도를 시행 중인 △대만 △싱가포르 △홍콩은 수요자가 민간기관의 알선을 거쳐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한다. 이들은 입주해서 일하며 해당 국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양난주 교수(이하 양 교수)는 “돌봄노동 시장의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값싼 노동력으로 대체하려는 제도는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모두를 위한 돌봄’
  보장받기 위해서는

  돌봄노동은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서비스다.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돌봄을 수행해야 한다는 노동시장의 관행과 사회적 인식을 탈피해야 한다. 가사·돌봄 부담을 또 다른 여성에게 외주화하는 것이 아니라 성별과 관계없이 평등하게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돌봄노동은 명목상 공적인 사회서비스로 제공되지만 실제 서비스 공급은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비스의 공공성이 훼손되며 노동조건의 악화 등 문제가 심각하다. 2019년 서울시는 종합재가센터인 서사원을 설립해 방문 요양, 장애인 활동지원, 방문간호, 긴급돌봄서비스 등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서사원은 지난 4월에 발표한 2023년 혁신안을 통해 공공돌봄 지원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과 돌봄노동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 필수 돌봄 시대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 사회서비스이용권법에는 사회복지서비스, 보건의료서비스 등 돌봄 영역을 명시하고 있지만, 돌봄노동권을 보장하는 내용은 없다. 서사원이 제대로 운영되고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관련 기본법을 제정해 사회적 돌봄을 위한 재정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국가 차원의 돌봄서비스 공급 및 민간 영역 관리·책임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돌봄노동자들의 직무 가치, 경력, 숙련도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 역시 마련해야 한다. 양 교수는 “현재와 같이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로는 미래사회의 돌봄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며 “성평등한 고용이 이뤄짐과 동시에 성별 임금 격차를 완화할 수 있도록 돌봄 고용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허가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사업장에 합법적으로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E-9 비자: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등에만 취업이 가능한 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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