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듯 말듯 아찔한 경계의 미학을 말하다
보일듯 말듯 아찔한 경계의 미학을 말하다
  •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 승인 2006.05.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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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커트를 입는 요즘 여성들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눈을 어디에 둬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남들 신경 안 쓴다. 예뻐 보이니까 입는다.’ ‘어떻게 입든 자기만족 아닌가?’ 여름을 앞두고 미니스커트를 향한 공방이 이어진다. 신문과 방송에서도 ‘올여름 치마 확 올라간다!’, 그냥 미니스커트가 아닌, ‘무릎 위 25cm, 울트라 초미니스커트 유행!’이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달고 보도에 열을 올린다.

여름 초입이면 빈번히 매스컴을 타는 논쟁거리, 미니스커트. 짧은 치마는 다리를 그대로 드러내서 여성적인 매력을 더함과 동시에 일반적인 기준을 넘어섰다는 해방감을 준다. 한 조사결과에서 여성들의 70% 이상이 현재 몸매로도 어느 정도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불과 10여 년 전인 1990년대 초까지도 여대생 사이에서 짧은 치마는 그 ‘의도’를 의심받았다. 여성성을 부정하고 비판하는 분위기에서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지탄받아야 한다고 여겼던 시절의 이야기다. 최근에는 남자든 여자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됐다. 짧은 치마를 입는 게 여자가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은 ‘남성들의 착각’일뿐, 미니스커트를 애용하는 여성들은 타인의 시선과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뭘 걸쳐 입든 무슨 상관이야’ 싶지만, 타인의 시선이 미니스커트에 꽂이는 이유는 바로 마지막으로 드러난 여성의 속살이 ‘다리’였기 때문이다. 여성패션에서 다리 전체의 노출에 앞서 발목을 드러내는 데만도 100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다리’라는 단어를 외설적으로 여겨 입에 올리지 못했고, 피아노 다리에도 양말을 신겼다.

스커트 밑으로 발목을 드러낸 것은 18세기 들어 레깅스와 타이즈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였고 이후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물자절약의 의미와 여성들은 사회로 진출하면서 거추장스러운 스커트의 긴 자락을 잘라 버리는 것을 의무적으로 받아들였다.

실용성에 의해 짧아진 여성들의 스커트가 극소라는 뜻인 미니멈(minimum)의 약자 ‘미니(mini)’를 달고 세상에 소개된 것은 엄마와 다른 옷을 입고 싶어 했던 소녀들의 마음을 읽었던 영국 디자이너 마리 콴트(Mary Quant)에 의해서였다. 그래서 미니스커트의 시작은 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167센티미터에 40킬로그램, 허리둘레가 22인치에 불과했던 말라깽이 10대 모델 ‘트위기’를 앞세운 미니스커트는 ‘어린 소녀’의 이미지였다.  

영국에서 시작된 미니스커트는 곧 전 세계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우리나라에는 1967년 윤복희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미국에서 귀국하는 장면이 방송되었고 젊은 여성들에게 미니스커트는 해방을 맛보게 했다. 당시 윤복희는 구류 3일을 언도받았지만 미니스커트의 폭발적인 인기는 막을 수 없었다. 무릎 위 5cm에서 시작된 미니스커트는 무릎 위 30cm까지 올라가 ‘마이크로 미니’가 됐고 이를 풍속 사범으로 간주한 경찰이 자를 들고 다니며 여성의 치마 길이를 단속하는 웃지 못 할 사건도 만들었다.

패션은 사회 전반의 심리 상태를 판단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패션과 경제의 상관관계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속설이 ‘경기불황=미니스커트’다. 이 같은 유행의 속설은 여성들이 경기가 나빠지면 초라해 보이지 않기 위해 되도록이면 짧고 도발적인 옷차림을 시도한다는 예측에서 비롯됐다. 옷에 투자할 여유가 없을수록 튀는 옷가지를 구입한다는 것.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이 속설에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의 경제학자 마브리(Mabry)는 1971년 뉴욕 증시와 경기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면서 경기 호황이던 60년대에는 여성들이 무릎길이 치마를 입어 다리를 드러냈고, 오일 쇼크 등 불황이 지속됐던 70년대에는 긴 치마를 입었다는 반대 사례를 들었다. 증시에서도 ‘치마 길이가 짧아지면 주가가 오른다’는 ‘치마 길이 이론(Skirt-length Theory)’이 있는데, 여기서 미니스커트는 경제상승효과의 깃대 역할을 하고 있다.

‘미니스커트=경기 호황’의 공식이 성립된다면 미니스커트는 경제의 푸른 신호가 아닌가. 부츠와 화려한 구두, 니삭스, 레깅스, 망사 스타킹, 속바지 등의 패션상품 외에도 다리 운동기구나 다리 성형, 하체전용미용용품 등 하체관리용품의 관심도 늘어 성형외과와 미용계도 미니스커트의 유행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몰카 성추행’의 짓궂은 행태만 사라진다면 몸과 마음, 눈이 즐거워지는 미니스커트 유행은 반가운 일이 아닐까.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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