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의 역사를 새로 쓰는 면역항암제
항암제의 역사를 새로 쓰는 면역항암제
  • 김석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3.11.13 0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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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면역항암제 개발하며 지속적인 노력 필요해

  암 발병률의 증가와 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암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치료제에 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면역항암제 발전은 인류 질병에 큰 영향을 미치며 앞으로의 전망과 미래에 중대한 과제로 남을 것이다. 면역항암제의 개념과 면역감시·면역회피라는 항암 면역 과정을 이해하고, 면역항암제의 개발 과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면역항암제
  시대가 도래하다

  2012년 12월 9일 뉴욕타임즈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려 모든 약제에 반응하지 않았던 일곱 살 소녀 에밀리 화이트헤드가 새로운 항암 치료를 받고 완치했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에밀리를 죽음 직전에서 살린 것은 키메릭 항원 수용체 발현 T세포(Chimeric Antigen Receptor-T)로 줄여서 CAR-T(카-티)라고 부르는 유전자 변형 항암 면역세포 치료제였다.

  우리 몸 안에는 여러 종류의 면역세포가 있다. 이들은 외부에서 병원체가 침입하거나 몸 안에서 암세포가 발생하면 이를 감지하고 달려가 병원체나 암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한다. CAR-T는 환자의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를 체취하고 유전자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를 더 민감하게 인식하고 더 강력하게 죽일 수 있는 능력을 장착해 다시 환자의 몸 안에 주입함으로써 암세포를 살상하도록 만든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다. CAR-T는 그보다 앞서 개발된 면역관문 억제제들과 더불어 3세대 항암제라고 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의 새 시대를 열었다.

 

  항암 면역 과정의 이해
  면역감시와 면역회피

  본래 T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달려가 죽이는 항암 면역 과정은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항원 제시단계로 수지상세포가 항원인 암세포를 먼저 인식하면 그 정보를 T세포에 전달하는 단계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시동을 거는 과정에 해당한다. 2단계는 면역관문 단계다. T세포는 항원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활성화되지 않으며 여러 자극·억제 수용체로 구성된 면역관문의 신호를 받아야 활성화 혹은 억제된다. 이는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기능에 해당한다. 액셀러레이터로 기능하는 자극 수용체는 비정상 세포를 죽이기 위한 것이며 브레이크인 억제 수용체는 정상세포를 공격하지 않기 위한 존재다. 마지막 3단계는 암세포 공격 단계다. T세포가 암세포의 항원을 인식하고 면역관문의 자극 신호를 받으면 암세포를 공격해 제거한다. 이렇게 면역체계가 비정상 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해서 암 발생을 억제하는 과정을 면역감시라고 한다.

  건강한 정상인은 면역감시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해 매일 조금씩 생성되는 비정상 세포를 당일 바로 죽여서 없앨 수 있다. 그런데 특정 이유로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암이 발병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면역편집이라고 한다. 비정상 세포 중 일부는 T세포가 인지할 수 있는 항원 부위나 항원이 전시되는 부위 자체를 제거하고 종양미세환경이라고 불리는 종양 주변에 각종 면역억제 물질을 분비하는 등의 방식으로 면역감시를 회피한다. 이러한 면역편집 과정이 지속되면 암이 발병한다.

암 면역치료법과 최근 동향을 나타낸 표 제공 / 김석관
암 면역치료법과 최근 동향을 나타낸 표 <제공 / 김석관>

 

  면역관문 억제제의
  기전과 개발 현황

  CAR-T보다 먼저 개발된 면역관문 억제제는 암세포의 면역회피 기능을 차단하기 위해 고안한 약물이다. 암세포의 면역회피 방법으로 암세포가 T세포의 보조 억제 수용체인 PD-1에 결합하는 리간드 PD-L1을 분비하는 방법이 있다. 이 물질이 T세포의 PD-1 수용체에 결합하면 T세포는 정상세포가 보내온 신호로 인지하고 활성을 억제한다. 암세포가 자신을 정상세포로 속여 생존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관계된 면역관문 억제제는 PD-1 수용체나 PD-L1 리간드에 결합하는 항체다. 이 항체가 PD-1에 먼저 결합하면 암세포가 분비한 PD-L1이 PD-1에 결합하지 못하고, 결국 T세포가 활성화돼 암세포를 살상할 수 있다.

  PD-1 외에 CTLA-4 수용체도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음이 밝혀졌고 PD-1과 CTLA-4은 각각 초기 면역관문 억제제 개발 대상이 된다. PD-1 수용체는 1992년 일본 교토대학의 혼조 타스쿠 교수가 발견했으며 CTLA-4는 1994년에 미국 텍사스주립대 오스틴 캠퍼스의 James P. Allison 교수가 발견했다.

  임상용 anti-CTLA-4 항체는 Medarex가 제작해 2000년 임상시험을 시작했고 2009년 BMS가 Medarex를 인수해 개발을 이어간 결과, 2011년 BMS가 FDA 허가를 받아 제품명 Yervoy로 시판했다. 임상용 anti-PD-1 항체도 Medarex가 제작해 2006년 임상시험을 시작했으며 2009년 BMS가 인수해 추진했다. 그러나 BMS보다 늦게 뛰어든 Merck가 PD-L1을 바이오마커로 사용해 50% 이상의 암세포에서 PD-L1이 발현되는 환자로 대상을 좁힘으로써 반응률을 높여 2014년 9월, BMS보다 3개월 먼저 FDA 허가를 획득했다. Merck와 BMS의 PD-1 억제제는 각각 Keytruda와 Opdivo라는 제품명으로 시판됐다. 이후 2023년 2월까지 총 9개의 면역관문 억제제가 FDA의 허가를 받았다.

  면역관문 조절제는 반응률이 10~40% 정도에 머무르며 자가면역성과 관련한 부작용과 내성 발생 문제가 존재한다. 연구자들은 바이오마커를 발굴해 반응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기존 대상에 대한 적응증 확대 △새로운 면역관문 대상 확보 △부작용 및 내성 기전 연구 △병용 치료법 개발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면역관문 억제제의 기본 기전 출처 / 분당서울대병원
면역관문 억제제의 기본 기전 <출처 / 분당서울대병원>

 

  CAR-T 치료제의
  구조와 개발 과정

  CAR-T 치료제는 유전자 변형을 통해 T세포의 구조를 바꿈으로써 암세포 인식과 살상 기능을 크게 향상한 세포치료제다. T세포는 원래 항원제시세포의 도움을 받아 항원을 인식하지만 CAR-T는 T세포 외부에 항체를 달아 항원제시세포의 도움 없이 직접 항원을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T세포 내부에 보조 자극 인자도 넣어 면역관문의 보조자극 없이 활성화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구조로 만들어진 1세대 CAR-T 세포는 효과가 미흡했으나 2세대 구조로 개선 후 혈액암에서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

  이렇게 T세포를 변형해 항암 치료에 사용하자는 주장은 1980년대 후반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에서 처음 제시해 1990년대 초 미국 국립암센터에서 2세대 구조를 고안했다. 2011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2세대 CAR-T에 대한 파일럿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말기 불응성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 4명 중 3명에게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주입된 CAR-T 세포는 체내에서 1,000배 증폭돼 6개월간 지속되면서 완전관해도 10개월간 지속됐다.

  이후 CAR-T 치료제는 본격적인 개발 경쟁에 돌입했으며 △U.Penn-Novartis △NCI-Kite Pharma △FHCRC/MSKCC-Juno Therapeutics 3개의 공동연구팀이 초기 개발 경쟁을 펼쳤다. 그 결과 2017년 두 개의 제품이 FDA 허가를 받았고, 2017~18년에는 두 회사가 대형 인수합병으로 매각됐다. 2009년 설립한 Kite Pharma는 2017년 Gilead에 119억 달러로 매각됐으며 2013년 설립한 Juno Therapeutics는 2018년 Celgene에 90억 달러로 매각됐다. 현재까지 FDA의 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는 모두 6종이다.

  CAR-T 치료제는 혈액암에서만 효과가 나타나고 부작용이 심하며 환자 본인의 세포로만 맞춤 제작을 해야 하기에 가격이 비싸다. 따라서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CAR-T의 구조를 개선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동종 유래 기성품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CAR-T와 면역관문 억제제는 암 정복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서게 했다.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비용도 비싸지만 이제 인류가 암과의 싸움에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CAR를 이용한 암 면역치료 방법과 1~3세대 CAR-T의 구조도 출처 / BRIC VIEW 동향뉴스
CAR를 이용한 암 면역치료 방법과 1~3세대 CAR-T의 구조도 <출처 / BRIC VIEW 동향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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