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정치를 말하다
여성의 정치를 말하다
  • 고유미 기자
  • 승인 2023.12.04 18: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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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결정 시 여성의 목소리 대변할 수 있는 환경 마련돼야

  오랜 기간 정치는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정치인이라면 남성을 기본값으로 인식하고 여성 정치인의 모습은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정치계에 진입해도 전통적으로 남성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구조적 관습이 존재해 여성의 활동이 어렵다는 문제가 남아있다.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정치계 성차별을 알아보고 여성의 활발한 정치활동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제시하고자 한다.

 

  정치권 남성 편중 현상,
  사라진 여성 정치인

  현재 정치권에서는 여성 인재의 기용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 정치에 더 많은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여성들이 정치에 진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대해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대표(이하 이 공동대표)는 “여성 정치인이 부족하다는 것은 법이나 정책을 만들 때 여성의 관점이 그만큼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여성의 정치 참여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3년 국회의원 298명 중 여성의원의 수는 58명으로 전체 국회의원 대비 여성 국회의원의 비중은 약 19.5%에 불과하다. 한국 정치의 남성 편중 문제는 고위직 공무원의 성비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총리급 및 부총리급 인사 11인 중 여성은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맡는 이은애 헌법재판관과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유이하다. 장관급에 해당하는 19부의 장관 19명 중 여성 장관은 3명에 불과하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의 경우 김은혜 홍보수석이 유일한 여성이었으나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전원을 교체하면서 모두 남성으로 구성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3년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치권의 남성 편중 현상은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 정치 권력 분배 부문에서 0.169의 수치를 기록하며 전체 146개 국가 중 88위를 차지했다.

  이 공동대표는 정치인의 성비 편중이 심각한 원인으로 한국 여성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뽑았다. 이 공동대표는 “한국에서 정치를 하려면 많은 돈이 요구되는데 성별 임금 격차가 심하며 ‘유리천장 지수’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는 한국에서 경제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놓이는 여성들은 정치에서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에 진출한 여성에 대한 편견 역시 여성의 정계 진출을 어렵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 공동대표는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공적인 일에 나서거나 리더로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리더를 조력하는 역할로 여겨진다”며 “편견으로 인해 여성 정치인에게는 보조적인 역할만 주어진다는 점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여성 국회의원·장관 현황 <출처/춘천사람들>

 

  정치계 입문 경로 또한
  여성제한·남성중심적

  정치권 내 여성이 배제된다면 정치적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여성의 ‘정치 대표성’이 낮아지며 입법과정에서 여성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법안이 발의·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입법조사처 이정진 입법조사관은 “여성의 정치참여가 침체하거나 정치 대표성이 낮다면 여성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치계에 입문하는 대표적 경로는 대개 국회, 사법부에 종사하는 단계부터 시작한다. 특히 한국은 법조계에서 일했던 이가 정치에 입문하는 사례가 많으나, 남성이 편중된 사법계에서 여성은 정치계로 진입하는 기회조차 얻기 힘든 경우가 다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2 한국의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여성 법조인 비율은 △변호사 27.8%, △검사 32.3%, △판사 32.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치적 경력의 발판이 되는 대표적 직업군인 법조계 직종에서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로 나아가기 전 경험하는 대학 사회에서 학생 자치 활동의 진입 장벽 또한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훨씬 높다. 아직까지도 한국의 대학 사회는 남성이 조직의 대표자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의식이 널리 퍼져있고 학생회 조직 내 문화 또한 남성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치인 중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 인물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학생 자치에서 나타나는 남성 편중이 실제 정치에도 반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 나타난 주요 정당의 여성 후보자 추천 수 <출처/서울신문>

 

  의미 있는 정치 집단
  정치에 참여하는 여성 청년

  지난해 실시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청년 여성의 투표율은 그들이 유의미한 정치적 집단이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58%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한 사실이 나타났다. 두 후보 간 0.73%포인트 차이의 접전 승부를 이끈 데에 청년 여성 집단의 투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성별·연령대별 투표율에 따르면 노년층 투표율에서는 남성 투표율이 여성 투표율보다 두드러지게 앞서는 경향을 보였으나 20·30세대 여성 청년 투표율의 경우 남성보다 높게 기록됐다는 분석이 나타났다.

  덕성여대신문사와 서울여대학보는 20대 여성 청년이 가지는 정치 인식에 대해 알아보고자 두 대학에 소속된 학우들에게 여성의 정치 참여와 인식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최근 이뤄진 선거에서 성별에 따라 투표 성향이 나뉘었다고 느끼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66%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으며 34%가 ‘약간 그렇다’고 답했다. “내년 총선에서도 20대 청년 집단과 성별이 주목할만한 선거 요소로 꼽힐 것이라 생각하십니까?”라고 묻자 응답자의 52.8%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으며, 37.7%가 ‘약간 그렇다’고 답하며 뒤를 이었다. 두 대학에 소속한 학우들이 투표 성향을 인식하는 방식에 따르면, ‘성별’과 ‘20대’ 청년 집단은 정치권에서 주목할만한 키워드라고 설명할 수 있다.

  “정치계에서 여성이 겪는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83%가 ‘매우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17%가 ‘약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영향력 있는 고위직 여성 정치인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학우 A는 “고착화된 남성 중심 정치 문화와 기득권 남성의 성차별적 인식 때문이다”고 답했다. 학우 B는 “고위 정치인 임명과정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고, 당내에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차별이 존재한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기존 정치권은 20대 여성 집단을 청년세대 젠더갈등의 주체로 여기거나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집단으로 보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20대 남성의 투표 성향만을 의미 있는 선거 요인으로 분석해왔던 이전과 달리 여성 청년의 득표율을 확보하고 여러 정책을 마련해 이들의 정치적 관심을 불러오는 것이 정치권의 새로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대 대선에서 나타난 20대 여성 유권자의 정치적 효능감 <출처/시사IN>

 

  여성 정치 실현을
  위한 방법은?

  투표에 참여하는 여성은 많으나 피선거권을 행사하는 여성이 많지 않다는 문제는 자명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여성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리사회가 여성 정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권수현 대표(이하 권 대표)에게 물었다. 권 대표는 “여성의 낮은 대표성뿐만 아니라 청년과 장애인, 성소수자, 노동자 등 정치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대표성이 매우 낮은 것이 한국 정치계의 가장 큰 문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대 양당에 유리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의 피선거권을 보장할 목적으로 마련된 현행 제도에 대해 권 대표는 “성별할당제가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은 맞지만 한국의 비례대표제는 의석수가 너무 적어 성별할당제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는 성별할당제가 도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여왔고, 지역구 후보 공천에는 성별할당제가 실제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다”고 전했다. 여성 정치 실현을 위해 선거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권 대표는 “여성 추천 할당 비율을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못한 정당에 대해 보조금을 삭감해야 한다”며 “기탁금을 요구하는 것은 여성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벽이므로 기탁금을 삭제하거나 대폭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정치에 있는 여성 비율로는 여성의 목소리를 충분히 대표하기 어렵다. 의원은 절대다수가 남성, 이성애자, 비장애인, 특정 학교 출신, 고소득자, 고연령 등 기득권 집단이다. 기득권의 과대 대표성을 막고 그동안 정치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더 많이 대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여성의 대표성 확대가 절실하다.

 

고유미 기자 yumi6642@duksung.ac.kr

한채연 서울여대학보 편집국장 swpress205@hanmail.com

이예림 서울여대학보 사무국장 swpress209@han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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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4-01-31 09:01:26
국가에 기여는 안하고 정치는 하고싶나요?
출산, 국방등에 기여하지 않으면 점점 목소리 내기 힘들어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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