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나침반이 고장 났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앞에 누군가 보인다.
더 다가가 보니 여러 명이 보인다.
그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
그냥 그렇게 그들을 따라가고 있다.
그들을 따라가면 따라갈수록
자꾸만 더 힘이 든다.
어느새 고장 났던 나침반이
다시 방향을 가리킨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길은
그들과 반대 방향이다.
겁이 난다. 틀릴까 봐.
결국 용기 내지 못한다.
그렇게 나침반이 가리키는 길이 아닌
그들이 가는 길을 가고 있다.
갑자기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
걷는 것을 멈췄다.
나침반은 나에게서 완전히 사라졌다.
<제47회 학술문예상 시 가작 수상소감>
<나침반>은 ‘남을 쫓다 잃어버린 나’를 얘기한 시입니다. 삶을 살아갈 때 우리의 흥미와 관심사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우리는 이것들을 고려할 틈이 없습니다. 대부분 남들이 많이 하는 것을 따라 하려 하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서 남들과 내가 다르다면 무서움을 느낍니다. 그렇게 계속 그들을 따라가면 내가 왜 이 길을 가고 있는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 자신에게 물어도 대답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고 맙니다. 결국 감정에 무뎌져 나 자신을 잃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를 읽고 여러분이 잠시 걷는 것을 멈춰 봤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마음으로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다른 길은 있어도 틀린 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면 좋겠습니다.
중간고사 기간으로 인해 바쁘던 와중 덕성여대신문사에서 ‘학술문예상’을 개최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과연 잘할 수 있을지 망설였지만,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 틈틈이 시를 작성해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수업이 모두 끝나고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당선 문자를 확인했습니다. <나침반>이라는 시는 제가 아끼는 시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 전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선 소식에 많이 놀랐고 더욱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아직 부족한 저의 시를 평가해 주신 교수님과 학술문예상을 개최해 주신 덕성여대신문사 기자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당선이라는 기쁜 선물을 받았던 것처럼 여러분께도 제 시가 기쁜 선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