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학술문예상 소설 심사평
제47회 학술문예상 소설 심사평
  • 김유진(국어국문) 교수
  • 승인 2023.12.04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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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시대에 문학이 또 소설이 무슨 소용일까, 하겠지만 여전히도 소설은 나름의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형식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고 그 내용 역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번 학술문예상 소설 부문에는 두 편이 응모됐고, 1편의 우수작과 1편의 가작을 선정했습니다.

  먼저 우수작은 변수정의 <디에스, 알 코다.>입니다. 작품 제목의 ‘D.S. al Coda’는 ‘세뇨’로 돌아갔다가 ‘코다’로 넘어가라는 것이고, 마지막의 ‘D.S. al Fine’는 세뇨로 돌아가서 ‘피네’(Fine)에서 마침을 말하는 악보의 기호입니다. 우수작은 대학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하던 주인공이 보컬인 고서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작중 인물 고서은은 어쩌면 사랑했을지도 모르는, 하지만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생략해 버렸던 과거를 끊임없이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제는 건너뛰지 않고 마지막까지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마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맺게 되는 관계의 시작과 끝, 그리고 계속됨을 음악적 상징을 통해 비교적 잘 묘사한 수작이라 생각하여 우수작으로 선정했습니다.

  가작은 김도은의 <폭행할 수 있는 여자>입니다. 우수작이 내면의 심리를 다룬 작품이라면, 가작은 사회성이 짙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해당 작품은 권투 선수 출신의 부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왜소한 체격을 지닌 남편의 이야기입니다. 가정폭력을 소재로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여성이 가해자인 남성을 살해하는 상황을 전복시켜, 권투 선수 출신의 여성이 가정폭력의 가해자이고 남성이 가해자인 여성을 살해했을 때로 가설했습니다. 작가는 같은 살인 사건에 서로 다른 법적 처벌이 내려지는 사회적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작품의 설정은 독특하지만, 소설적 형식의 완성도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가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우수작과 가작을 나누기는 했습니다만, 큰 의미는 없습니다. 출품한 두 작품 모두 각자의 개성이 담긴 문체로 소설적 현실을 담아 창작해 낸 훌륭한 작품이라 칭찬합니다.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문학을 하는 덕성인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심사평을 마무리합니다.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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