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경제, 합리적 소비로 포장한 함정
구독경제, 합리적 소비로 포장한 함정
  • 강서영 기자
  • 승인 2024.04.08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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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규제 마련해 지속 가능한 구독경제 모델 구축해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후 활기를 띠는 구독경제 시장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구독경제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는 사이 마케팅을 가장한 ‘다크패턴’이라는 부작용이 등장했다. 다크패턴은 기업의 이익을 목적으로 구독 서비스에 교묘하게 적용돼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 이에 구독경제 속 다크패턴과 이를 해결할 대처 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선택받은 경제 모델
  구독경제의 부상

  구독경제란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지속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거래 유형이다. 구독경제는 과거 신문 구독, 우유 정기 배달 등 국한된 분야에서만 활용됐다. 그러나 최근 구독 서비스가 OTT 플랫폼, 소셜커머스 분야 등으로 확대되며 변화하는 현대 소비문화에 최적화된 경제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에 따르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약 26조 원 △2020년 약 40조 원인 것으로 추산됐으며 2025년에는 100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 싶은 영화·드라마를 구매해 소장하기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플랫폼 구독을 선택하는 새로운 소비 형태는 구독경제가 부상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예시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효용을 추구하는 사회상이 소비의 핵심을 ‘소유’에서 ‘경험’으로 바꾼 것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상품을 구매하던 행위가 서비스를 구독하는 행위로 바뀌며 소유경제에서 구독경제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국내·외 구독경제 시장규모 출처 / 농민신문
국내·외 구독경제 시장규모 <출처 / 농민신문>

  구독경제가 혁신적인 경제 모델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 있다. 소비자는 구독상품을 선택한 이후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자신의 특성에 맞게 소비할 수 있으며 소유경제에 비해 적은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기업은 구독상품을 판매하며 소비자가 선택을 이전하지 않도록 ‘고착효과’를 이용한다. 소비자가 기존에 이용하던 상품이나 서비스보다 질적으로 우수한 선택지를 접해도 선택을 쉽게 이전하지 않는 심리를 이용해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는 것이다.
 

  편리한 구독경제 속
  숨겨진 함정, 다크패턴

  구독상품을 처음 결제하는 경우 특별한 할인가를 적용해주거나 무료 체험분을 제공하는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는 일종의 마케팅으로 작용해 소비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그러나 무료 체험분 이후 유료 결제로 넘어가거나 초기 할인 혜택이 종료돼 결제 금액이 증가할 때 소비자가 해당 서비스를 계속해서 구독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어도 구독이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해 문제가 발생한다. 2020년 12월 한국소비자원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제공하는 구독상품 판매 앱 25개를 조사한 결과 18개 앱이 청약철회 유형을 현행법에서 제시하는 기준과 다르게 한정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처럼 소비자가 부당하게 구독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다크패턴의 대표적 사례다.

  다크패턴은 기업이 주도해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설계한 눈속임을 뜻한다. 다크패턴을 이용해 구독 서비스를 결제·갱신하게 만드는 행위는 소비자의 의지에 반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한국소비자원의 ‘신유형 소비자 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크패턴은 △고지 없이 결제로 넘어가는 자동결제 △최종결제 금액에 차이가 발생하는 총액 표시 미흡 △오해를 유도하는 특가 광고로 인한 압박 판매 △어려운 해지 방법으로 인한 해지 방해 등의 유형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다크패턴으로 소비자 상담을 진행한 유형은 △해지 방해 49.4% △자동결제 44.2% △압박 판매 5.3% △총액 미표시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크패턴은 소비자의 결정이라는 점을 방패로 들어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유발한다.

쿠팡에서 제공하는 구독서비스 쿠팡와우 해지 화면 출처 / KBS뉴스
쿠팡에서 제공하는 구독서비스 쿠팡와우 해지 화면 <출처 / KBS뉴스>

 

  구독경제 부작용 막는
  국내·외 규제 동향

  코로나19 이후 각 소비자 당국이 전자상거래 급증에 따라 증가한 다크패턴에 주목하자 OECD는 온라인 거래에서의 상술 허용 범위와 별도의 규제 마련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OECD 차원의 규범 마련과 실태 분석을 위해 2023년 1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정기 회의가 이뤄졌다. 이처럼 구독경제 속 다크패턴은 해결이 시급한 범국가적인 논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 기만행위에 주목해 규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2019년 다크패턴 금지법안을 발의하고 2021년 다크패턴 피해 사건을 신속 강제 조사권 발동 영역에 포함했으며 EU는 2022년 ‘디지털서비스법’을 제정해 기업이 사용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이처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해외 규제 사례와 비교했을 때 최근에서야 본회의를 통과한 우리나라 규제는 해결책 마련이 미비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15일 본회의를 통과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및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을 통해 현행법으로 규율이 어렵다고 판단한 6개 유형의 다크패턴을 규정한다. △숨은 갱신 △순차 공개 가격책정 유형은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행위로 명시한다. △특정옵션 사전선택 △잘못된 계층구조 △취소·탈퇴 방해 행위 금지 △반복 간섭 유형은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규약이다.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서희석 교수는 “6개 행위 유형을 새롭게 설정한 것은 대부분 현행법 차원에서 규제할 수 있고 사업자의 기만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에 다소 섣부른 시도로 볼 수도 있으나 사업자 스스로 자율규제를 유도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다크패턴 근절 대책 당·정협의회 출처 / 머니투데이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다크패턴 근절 대책 당·정협의회 <출처 / 머니투데이>

 

  이상적 구독경제를 위한
  다크패턴 규제 방향은?

  세계적으로 다크패턴 규제를 빠르게 추진 중인 한편 다크패턴 규제가 기업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역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전호겸 교수(이하 전 교수)는 “다크패턴이 소비자에게 끼치는 악영향은 무시할 수 없기에 규제가 필요하다”며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다크패턴 특성상 큰 틀 안에서 일정 수준을 규제하고 세부 사항은 자율규제 사항으로 지정해 기업의 창의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 제정 이외에 관련 산업계의 협회 등을 통한 자율규제 체제를 구축하고 운영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다크패턴 관련 법은 제정됐으나 자율규제와 관련한 기관의 구성과 지원은 미흡하다. 미국의 네트워크 광고자율기구의 회원사는 100개 이상으로 행위 규정에 명시된 모범 관행을 준수해야 한다. 다크패턴은 형태가 다양해 모든 사항을 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 만큼 자율규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구독상품을 이용한 기만적 행위에 대해 기업이 경각심을 가지고 자체적으로 규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구독서비스를 활용하는 독점기업에 대한 규제를 구축하는 것도 다크패턴으로 인한 소비자의 강제 구독을 줄이는 방법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0월 계정공유를 금지하고 1인 요금제의 신규 가입을 막았다. 같은 해 12월 ‘유튜브’는 유료 구독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을 42.6% 인상했다. 전 교수는 “소비자에게 다른 대안이 없는 독점기업이 혜택을 제한하거나 구독료를 올리면 강제구독 현상이 심화할 우려가 있어 이를 특정 짓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독경제 속 비즈니스 모델의 발전은 다양한 형태로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시에서 탄소배출감소와 시민 교통 복지 증대를 목적으로 지난 1월 출시한 구독상품 기후동행카드는 구독경제가 단순한 기업의 이윤추구를 넘어 사회적 복지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구독경제가 기업과 정부, 개인 사이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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