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내일위해 싸우며 우린 맞섰다
희망찬 내일위해 싸우며 우린 맞섰다
  • 김지향 기자
  • 승인 2006.05.20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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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6주년 메이데이 전야제
 

# 2006년 4월 30일 오후 2시, 을지로 훈련원공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밀려들어온다. 열 댓명씩 혹은 그 이상씩 무리지어, 그 서두에는 하늘을 찌를듯이 높이 걸린 깃발을 바람에 펄럭이며 들어온다. 그렇게 모인 숫자가 얼핏 보아도 족히 7백쯤은 가뿐히 넘어 보인다. ▲신자유주의 반대 ▲미제국주의 동북아 질서재편 ▲불안정 노동 철폐 ▲신자유주의 교육 재편 저지 ▲노무현 정권 반대를 외치는 ‘116주년 노동절 맞이 4. 30 전국청년학생투쟁대회’의 현장에 모인 전국의 대학생들이 바로 그들이다. 전국청년학생투쟁위원회(이하 전학투위) 공동위원장 유안나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이 “신자유주의 이끄는 노무현 정권을 우리가 심판하자”며 주먹을 불끈 쥐어 높이 들자, 앉아있는 06학번 새내기도 7년째 노동절 행사에 참가한다는 늦깎이 복학생도 모두가 하나가 된다.


# 2006년 4월 30일 오후 4시, 을지로 2가

신자유주의로 얼룩진 미국 국기를 ‘평등’과 ‘자유’로 덮는 상징의식으로 투쟁대회를 마친 전학투위 일동은 거리로 나선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을 타고 그들의 외침이 일파만파로 울려퍼진다. 그 순간, 어디선가 외마디 외침이 들려온다. “뛰어!” 훈련원공원에서 을지로 2가까지의 행진이 마무리되려는 찰나, 그들이 기습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눈 깜빡하는 순간이었다.


# 2006년 4월 30일 오후 5시 15분, 시청 앞 광장

전학투위 행렬과 전경 1백여 명이 5m 가량의 사이를 두고 마주서있다. 푸릇푸릇한 잔디가 깔린 시청 광장에서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알리는 오색의 풍선들이 나부끼는 모습이 그 아래의 팽팽한 긴장감 때문인지 유독 평화스럽게 보인다. 타박타박 재빠르게 움직이던 그들의 발걸음은 잠시 멈췄지만 ‘한미 FTA 저지’를 위한 그들의 심장은 계속해서 뛰고 있다. 아니, 더 빠르고 강하게 쿵쾅거린다.


# 2006년 4월 30일 오후 6시, 지하철 1호선 남영역 사거리

지하철로 장소를 옮긴 일행이 다시 지상으로 올라왔다. 미군기지 이전을 감행하는 국방부에 항의 방문을 진행하려 했으나 또 다시 전경에게 둘러싸여 발이 묶였다. 40분쯤 흘렀을까. 학생들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린다. 노 대통령의 얼굴과 미 성조기를 태우자 삽시간에 흰 연기가 도로를 가득 메웠고 학생들은 환호하며 또 다시 “신자유주의 반대, 노무현 정권 반대”를 연신 외쳐댄다. 그렇게 한동안 그곳은 뜨거웠다.    


# 2006년 4월 30일 오후 8시 30분, 건국대학교 노천극장

본격적인 노동절 전야제 행사가 열리고 있는 건국대 노천극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빠르게 뇌리에 스쳤다. 첫째는 한눈에 보아도 작년에 비해 참석 인원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 둘째는 노동자보다 학생들이 훨씬 많았다는 점이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내려오지 못하고 크레인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 하이스코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떠오르자 분명 ‘노동자의 날’임에도 함께 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현실이 여간 서글픈 것이 아니다.

그런 안타까운 마음도 잠시, 전국의 노동자들의 하나로 단결된 모습은 이내 마음을 동하게 한다. 전국 각지의 노동현장에서 달려온 모두의 이야기가 가슴 먹먹하고 애가 끓지만, 그 중 부당해고를 고지 받은 KTX 여승무원이 단연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파업 61일째에 돌입했다는 김정은 승무원은 “온갖 탄압을 받으면서 차별과 고용불안에 맞서왔다”면서 “노동자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이분화될 수 없다”고 핏대를 세운다.

대한민국, 8백50만 이상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OECD 30개국 중 여성경제활동참가율 27위라는 부끄러운 나라.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이주노동자라는 이름으로의 차별과 억압은 대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의 물음을 허공에 던져본다. 이는 단순히 노동자만의 화두가 아닌,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공통 문제이며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의 삶 그 자체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노학 연대는 어쩌면 필요충분조건 인지도 모르겠다.   

시계는 자정을 훌쩍 넘기고 이어지는 문화제에서의 다양한 노래 및 공연으로 제 116회 노동절 전야제는 차츰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을지로에서 건대에 오기까지 수차례 귓가에 들려오던 민중가요 ‘불나비’를 흥얼거려본다. ‘다행이도 난 아직 젊은이라네’ 그렇다. 우리는 아직 젊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 우리가 나서서 세상을 바꾸자. 가난하지만, 우리는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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