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테마 이슈-왜곡된 애국주의
작은 테마 이슈-왜곡된 애국주의
  • 오마이뉴스 임흥재 기자
  • 승인 2006.05.20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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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내셔널리즘 속 기괴한 신드롬 '하인즈 워드'

  수퍼 보울(Super Bowl)의 영웅 하인즈 워드가 드디어 우리나라에 왔다. 발 빠른 미디어들과 상업적 마케팅에 눈독을 들인 기업들의 모시기 경쟁으로 공항은 북새통이었다고 뉴스는 전하고 있다. 워드와 그의 어머니의 인생역정은 코메리칸의 성공신화로 방송 뉴스의 톱을 장식하고 있다. 가난과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을 이겨낸 그들의 삶은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왜 하인즈 워드만 야단법석으로 미디어의 조명을 받아야 하는지 말이다. 그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즉, 그가 이겨낸 인생 역정의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반쪽의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미디어에게나 그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아니 그 사실만이 하인즈 워드를 필요하게 만들었다.
  다시 묻는다. 그의 어머니가 핏덩이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을 간 것일까? 기자는 이민을 간 것이 아니라 추방당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혼혈, 그것도 우리가 그리 깔보고 징그러워했던 검둥이 자식을 낳고 살기에는 이 땅의 시선은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혼혈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못하다. 다니엘 헤니 등은 참으로 예외에 속한다. 백인 혼혈의 잘생긴 외모는 눈감아 주면서 동양(주로 인도차이나 계통의 피가 섞인)혼혈이나 흑인 혼혈에 대한 편협한 시선과 질시는 부끄럽고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오죽하면 지하철 광고에 ‘살색’은 틀린 말이라는 공익광고까지 필요했겠는가. 하인즈 워드의 방한을 계기로 미디어는 예의 호들갑과 선정적 보도로 혼혈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말이야 지극히 당연하다. 지금까지는 왜 그렇게 조용했을까? 사회적 의제가 되기에는 부족할 만큼 우리의 사회가 그동안 건강했던 것일까? 천만에 말씀이다. 혼혈과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은 그 냄새를 참아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미 곪아 터져 있었다. 바로 그 냄새가 싫었던 것이다. 국민들이 싫어하니 미디어가 굳이 그것을 건드릴 필요가 없었다. 그게 바로 우리의 미디어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파시즘의 광풍이 휩쓰는 저변에는 바로 인종주의 혹은 배타적 민족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대개 내셔널리즘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자기 민족의 우월성을 내세우면서 지배와 정복을 정당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치즘은 극명한 예이며 오늘날 독일이나 러시아에서 나타나는 스킨헤드 그리고 프랑스에서 만만찮은 정치적 지지를 받고 있는 극우주의자 르펜의 경우가 좋은 예이다. 이미 지적했듯이 스포츠 저널리즘으로 위장한 우리의 빗나간 내셔널리즘의 위험성은 그들에 못지않다. 디아스포라(Diaspora), ‘이산(離散)’을 뜻하는 그리스어이다.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이산 유대인 혹은 그 공동체를 이르는 낱말이기도 하다.『광장』의 이명훈을 우리가 이념을 앞세워 추방하였듯이, 하인즈 워드와 그의 어머니를 우리는 인종을 내세워 추방하였다. 군부독재와 우리의 편협한 유교적 가치관 등으로 그 동안 이 땅에서 내몬 이산의 백성, 디아스포라는 부지기수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붉은 광장에 동참하지 못하는 자는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우리의 그릇된 내셔널리즘의 광풍이 먹고 살기 웬만해진 작금에도 우리 중 누군가를 추방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실제로 이 땅에 살고 있는 혼혈인들의 대다수는 그에 대한 관심이나 과도한 미디어의 흥분이 또 다른 차별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미리 아파하고 있다. 하인즈 워드의 방한이 우상숭배의 해프닝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셔널리즘의 옷을 입은 파시즘적 선동과 인종적 편견으로 한 쪽에서는 자신의 백성을 추방시키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추방된 우상을 불러들여 전체주의의 장식으로 치장하는 이상한 나라, 그 기괴한 영웅 하인즈 워드.『디아스포라 기행-추방당한 자의 시선』을 쓴 서경식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디아스포라에게 ‘조국’은 향수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조국이란 국경에 둘러싸인 영역이 아니다. ‘혈통’과 ‘문화’의 연속성이라는 관념으로 굳어버린 공동체가 아니다. 그것은 식민지배나 인종차별이 강요하는 모든 부조리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곳을 의미한다. 우리 디아스포라들은 근대국민국가를 넘어선 저편에서 ‘진정한 조국’을 찾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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