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 대국민 사기극을 중계해드리겠습니다
백미러 - 대국민 사기극을 중계해드리겠습니다
  • 김지향 기자
  • 승인 2006.05.20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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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사기극’을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아아, 잠시 후부터 희대의 ‘대국민 사기극’을 중계해드리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참으로 말많고 탈많던 황우석 박사의 검찰수사가 시작된지 5개월 만의 일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가짜 줄기세포와 논문 조작 그리고 연구비 횡령으로 이어지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네, 말씀드리는 순간, 벨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저기 잔뜩 긴장한 얼굴로 들어오는 황박사의 얼굴이 보입니다. 또 김선종 연구원이 고개를 떨군 채 초조해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오늘의 관전 포인트는 이들 두명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김선종 연구원은 줄기세포를 섞어 심어 가짜를 만들어냈으며, 환자 맞춤형 줄기 세포는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참으로 기가 막힌 일입니다. 황박사는 앞장서 논문 조작을 지휘하였을 뿐만 아니라 연구비까지 횡령했습니다.

더욱 자세히 설명해드리자면, 정부와 민간 후원단체 등에서 제공받은 연구비를 가짜 세금계산서를 이용하거나 재료구입비를 과다 청구하는 등의 수법 등을 동원하여 총 27억 8천 4백만원을 지원받거나 횡령했다는 것입니다. 그 방법도 치밀하여 63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연구원 인건비 명목으로 8억여원을 따로 챙겼으며, 재미교포에게 돈을 주었다가 미국에서 되돌려 받는 등 전문범죄자가 따로 없군요. 또 고액 현금 거래에 대한 금융정보분석원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여러 은행을 돌아다니며 현찰을 출금하는 알리바이까지 갖췄습니다. 이런식으로 횡령한 공금은 부인의 승용차를 구입하거나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제공했다고 하니, 이런 사람에게 우리나라 의료계를 맡겨왔던 지난날이 소름끼치게 무섭습니다.

세계 최초의 복제 개 ‘스너피’ 탄생과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등으로 국민적, 아니 나아가 세계적 영웅이 되었던 그가 이처럼 초라한 모습으로 온갖 비난을 받으며 뒤늦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 모은 것이 과도한 욕심이 부른 허망된 꿈입니다. 나라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이군요.

김선종 연구원의 세포 조작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황박사. 그 말을 믿기 어려웠는지 검찰은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하네요. 결국 줄기세포 조작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정됐지만, 2004년 사이언지에 논문을 게재할 때 1번 줄기세포 관련 사진의 해상도가 낮아 가짜 사진을 게재했고, 2005년 논문에서도 줄기세포 개수와 DNA 분석 결과 등의 자료를 조작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아, 드디어 황박사와 김연구원 등 모두 여섯 명이 불구속 기소되는군요. 김연구원은 업무방해와 증거인멸 혐의를, 사기와 횡령, 생명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이로써 우선은 일단락되는 이번 황우석 사건을 계기로 지금 서울대는 재발 방지를 위해 다음 달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는 속보가 들어오는군요. 이 위원회는 서울대 내부인이나 서울대를 통해 인건비를 지원받는 외부연구자의 ‘연구부정행위’나 ‘부적절행위’ 의혹에 대한 조사 권한을 갖게 됩니다. 뒤늦게나마 자체적으로 내부 감시할 수 있는 기구가 생긴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지만 용서받을 수 있는 잘못이 있고,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잘못이 있습니다. 쓸쓸하게 퇴장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다소 씁쓸한 마음을 지우기는 어렵습니다만은,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생명 공학 연구에 큰 타격없이 많은 후학들이 더욱 훌륭한 연구를 펼쳐나가기를 기대하면서 여기서 중계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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