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사이버 문학, 그 열풍의 야누스적 얼굴
문화기획/사이버 문학, 그 열풍의 야누스적 얼굴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06.07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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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해 천박해 나가있어 사이버 문학

▲"그놈은 멋있었다"로 세간의 인기를 끌고 있는 귀여니 사이트 /
나는 접속한다. 이처럼 사이버문학(또는 사이버공간)은 '접속'에서 시작해 접속으로 종료된다. 이것은 사이버문학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나온 디지털시대의 산물임을 암시한다. 후기산업사회의 도래와 함께 더욱 고립된 현대인의 소외감, 사용가치가 아닌 교환가치로 추락한 주체의 죽음, 판에 박힌 일상의 반복, 새로운 탈출구에 대한 욕망 등이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이버공간은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로 자리매김된다. 현실에서 삶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많은 이들은 인터넷이라는 노아(Noah)의 인도 아래 사이버공간으로 대거 이주해 네티즌(netizen)을 형성했던 것이다. 그들에게 가상현실은 현실도피가 아니라 새로운 저항과 연대를 모색하는 신천지이다.
  이러한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문학은 원고의 삭제, 복사, 이동이 자유로운 전자적 기호를 사용하기에 기존의 문학 작품과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대개 20대인 사이버작가들은 문학적 수련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이것은 작품에서 세련되지 못한 문장력과 채 여물지 않은 사유력의 노출로 이어져 비문, 비속어, 경박함으로 나타난다. 사이버작가들이 대상을 치밀하게 형상화하는 묘사보다 표피적 대화나 감각적 행동이 주를 이루는 간결체가 전면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이것은 전자 스크린을 통해 글을 읽는 네티즌이 지루한 묘사보다 즉각적인 이해를 할 수 있는 대화나 행동을 선호한다는 측면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사이버문학은 네티즌의 조회수가 높지 않으면 곧 용도폐기될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결과 사이버문학은 사랑, 섹스, 폭력, 엽기, 복고 등의 대중적 코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아마도 사이버 글쓰기에서 독특한 것은 채팅에서 사용되는 '이모티콘'과 축약된 언어일 것이다. "책임져-_-♨" "응ㅠ.,ㅠ..?" "내 입술에 입술 비빈뇬은 니가 첨이였어..-_-^책.임.져."({그놈은 멋있었다} 중에서) 작중인물의 열받는 표정을 '♨'로, 눈물 흘리고 싶은 심정을 'ㅠ'라는 이모티콘 기호로 표기하는 것은 새로운 세대론적 감각의 표현이기도 하다. 일상적 산문질서를 뛰어넘는 이러한 언어의 파괴현상은 기성 세대와 자신을 구별하는 세대론적 인식이자 동시에 낡은 세계를 뛰어넘으려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이 중심을 이루는 네티즌들은 엄숙주의라는 똥폼(?)보다 경박한 언어일망정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세대의 풍경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사이버소설에 더욱 열광했던 것이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이버소설은 크게 판타지소설과 로맨스소설이다. 판타지소설은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흥미와 모험으로 가득한 세계로 도피하려는 독자의 심리를 적극 반영한다. 이런 면에서 판타지소설은 현실에 절망한 존재가 추구하는 환멸의 서사학이다. 한국에서 대중적 판타지 소설은 이영도의 {드래곤라자}(1998)를 필두로 하여 김예리의 {용의 신전}, 전동조의 {묵향} 등이 쏟아져 나오면서 판타지소설의 전성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판타지소설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문학평론가들도 작금의 대중적 판타소설을 저질 문화 쓰레기나 활자로 된 신종 문화산업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것은 기존에 나온 대부분의 대중적 판타지소설이 불온한 상상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틀에 박힌 매너리즘의 세계를 양산한 탓이다. 특히 영어식 담론으로 도배질된 판타지소설이 서구중심주의를 유포하는 식민지적 기제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또한 사이버소설의 또 하나의 중심 축인 로맨스소설은 미국에서 유행한 할리퀸문고 시리즈, 순정만화, 미니시리즈를 언뜻 연상시킨다. 이러한 소설들은 사랑 아니면 죽음이라는 식으로 절대적 가치를 남녀의 사랑에 고정시킨다. 인터넷에 인기리에 연재되어 조회수가 높았던 김호식의 {엽기적인 그녀}(2001), 최수완의 [스와니-동갑내기 과외하기], 귀여니의 {그놈은 멋있었다}(2003), 김유리의 {옥탑방 고양이}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만적 사랑의 신화를 유포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청소년들이 지닌 다양한 문제를 단지 '사랑'이라는 단일 코드로 수렴시키는 것은 일종의 파시즘적 폭력이자 기만적 이데올로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이버소설의 작품성과 인기성을 확인하는 척도로 곧잘 이용되는 것은 조회수이다. 그렇지만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명작이나 고전이 아니듯 조회수가 곧 작품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이버문학은 쌍방향성의 문학과 문학의 민주화를 실현시킨 장본인이다. 이러한 긍정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사이버문학 열풍은 자체의 문학적 엔진보다 상업주의 논리를 앞세운 이들에 의해 부동산 거품처럼 증폭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따라서 네티즌과 사이버작가들은 이러한 열풍이 가상현실마저 자신의 식민지로 만들려는 후기자본주의의 술책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사이버 문학에 현재 필요한 것은 자아도취적 호들갑이 아니라 자기성찰이 더욱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사이버문학이 체질 개선에 성공할 때에 사이버문학은 기존 문학제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며 21세기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강민(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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