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 사람들] 피부가 검다고 다른 것은 없다
[여기 이 사람들] 피부가 검다고 다른 것은 없다
  • 배현아 기자
  • 승인 2006.05.22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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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가미니 씨

-외국인 근로자 가미니(스리랑카, 34, 김포)

가미니는 스리랑카에서 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신문에 난 연수생 모집 광고를 보고 한국에 오게 되었다. 그의 나이 22살, 그때가 96년이었다. 그는 김포의 기계 만드는 공장에서 1년 동안 비정규직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

“힘들었을 때는요?”
많았고, 많다. 그는 특히 IMF 때 1년 동안 일도 거의 없는데다 봉급도 받지 못하고 일했다. 결국에는 받았지만, 그때 회사에서 주는 것도 없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지냈다. 일을 하면서 먼지를 많이 먹어 병원에 가기도 했다. 지금은 합법체류자이지만 예전에는 불법체류자이었기 때문에 병원비가 만 원 이상이어서 힘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피부가 검다고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그가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과 같이 다닐 때면 나이 든 한국 사람들이 뭐라고 하기 때문에 따로 걷곤 한단다. 그리고 그가 불법체류자이었을 때 스리랑카에 있는 어머니가 유명을 달리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을 때였다고 그는 기억한다.
그는 힘들고 서러울 때면 한국의 피를 가진 부인과 이야기를 나눈다. 가족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전부이다. 그들 모두 상처를 준 상대방에게 따져 물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그들은…”
노동환경은 예전보다 나아졌다. 도와주는 단체도 많아졌다. 그가 요즘 나가는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는 교회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곳에 가면 친구들도 사귀고, 모르는 것도 많이 알게 된다고 한다. 그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해결도 해준단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 한국인 근로자에게 맞는 일이 많다고. 게다가 예전과 달리 좋은 회사 구분 없이 연수생 스스로 뭐하는 회사인지도 모른 채 들어가서 더 그런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봉급은 예전보다 올랐지만, 아직도 한국인과 차이가 많이 난다. 또 일자리를 구할 때는 혼자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에서 나서서 해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신문을 보기도 하고, 친구나 아는 선생님의 소개로 구하는 것, 이것뿐이다.

“그리고 희망”
예전에 그는 수출입 사업을 한번 했다가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그는 그 사업을 다시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 5년 정도 한국에 더 있다가 부인과 같이 스리랑카로 가고 싶다고.
100%는 아니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생활환경이 예전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을 조금 더 인간적으로 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피부가 검다고 다른 것은 없기 때문이다. 또 그들 모두가 바라는, 불법이든 합법이든 모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의료보험 혜택이 주어지기를 그는 희망한다.

이달부터 경기도 시흥과 안산에 외국인 근로자 자녀를 위한 특별학급이 신설된다. 그리고 올 연말에는 한국으로 이주한 중국인이 최대 5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이른바 코시안도 3천여 명에 이른다. 이런 시점에서 그들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무시와 적대가 여전히 이어진다면, 희망을 안고 한국을 찾은 그들이 원망을 지고 한국을 떠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미 멍들어 있는 그들의 손을 어루만지자. 그것이 가미니도,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도 절망의 격랑에서 바라는 희망이다.

배현아 기자

pearcci6@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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