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 사람들] 공사 측과 전화통화조차 없었다
[여기 이 사람들] 공사 측과 전화통화조차 없었다
  • 배현아 기자
  • 승인 2006.05.22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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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여승무원 노은영 씨

-부당 해고 통보 받은 KTX 여승무원 노은영(26) 씨

경복궁역 6번 출구. 정부중앙청사 초행길인 기자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다 마이크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는 향한다. 지상의 스튜어디스인 KTX 여승무원들이 정부중앙청사 앞 인도에 앉아 그들의 문제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관심을 촉구한다. 잿빛 대기와 싸늘한 공기, 오직 여승무원들과 전투경찰들의 공간인 듯한 공허한 집회 현장. 그 속에서 어느 KTX 여승무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화 창구는 어디에”
그녀는 태어나 시멘트 바닥에 설지도 몰랐고, 비정규직자가 될지도 몰랐다. 정규직화를 위한 파업에 앞장서며 다른 비정규직자나 여성노동자를 위해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로 이 자리에 나선 그녀. “현재 한국철도공사(이하 공사) 측과 협상된 것이 하나도 없다. 공사 측과 대화나 통화라도 한 적이 없고, 해고 통지까지 받은 상황이다”며 그녀는 말한다. 공사 이철 사장은 “항상 KTX 여승무원 측과 대화를 시도했다. 우리는 열심히 했다”면서 노사협정은 여승무원만 빼고 진행했다. 그리고 노사 간의 대화 창구도 없었다. 여승무원은 한국철도유통(이하 유통) 소속이기 때문에 유통 측과 대화하라는 것이 공사 측의 대답이었다. 따라서 여승무원들이 파업을 지속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불법 파견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정리해고를 통보한 공사 측에 있다는 것이다. 불법 파견이란 여승무원들이 공사 직원인 열차 팀장의 지휘,감독 아래 일하고 있지만, 공사가 여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사회 초년생. 다 그런 줄 알았다”
입사 당시 1년 단위 계약직임을 알았다. 그러나 철도청에서 공사로 개편되면서 1년 단위 계약이라는 상황보다는 좋아질 줄 알았다. 당시 공사 측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항상 여승무원에게 준공무원 대우를 하고 정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은 믿었다. 게다가 부산 KTX 소속인 그녀는 서울 사무실까지 와서 5분 만에 계약서를 쓰고, 공사 측에 계약 내용을 설명해달라니 시간이 없다며 ‘다 좋은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녀는 당시 사회 초년생이라 그런 줄로 안 채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공사 측은 ‘지금 안 할 거면 집에 가’라고 말하기까지 했다고.

“정규직, 정규직, 그리고 정규직”
언론에서조차, 그리고 관심이 많은 시민들도 KTX 여승무원이 공채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아니다. 열차 팀장도 예전에 들어온 사람으로서 경력직으로 팀장이 된 것이다. 그녀는 “공사 간부들이 배부르기 위해 자회사(유통)를 만들었고, 여승무원들을 생긴 지 3개월 된 KTX 관광레저(이하 레저)에 위탁할 예정이다”며 말한다. 레저는 감사원이 지정한 부실 회사 1위를 한 회사이다. 그저 그들 좋기 위한 밥먹이 수단이라는 것. 그녀는 “우선 직소속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규직이 탐나서가 아니라는 것이다”며 계약직인 상태에서는 팀장과 소통할 수 없다고 말을 잇는다. 더욱이 유통 측에서는 여승무원 교육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위탁이란 교육과 관리를 하는 것이다. “정규직은 상시업무이기 때문에 정규직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덧붙인다.

“신규 채용? 자원봉사자 투입?”
공사 측은 여승무원들이 파업을 지속하면 다음달 1일부터 KTX와 새마을호 여승무원을 신규 채용할 것이고,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KTX 열차역 구내 승강장에 자원봉사자를 투입해 서비스를 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녀는 “공사 측도 여승무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며 “신규 채용은 협박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한다. 예전에 새마을이 여승무원 신규 채용 후 해고했던 20명을 다시 받아준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라는 명목으로 여승무원들보다 많은 일당을 주겠다는 것은 자원봉사자가 아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이제-”
공사 직소속이 된다면 당연히 파업을 접고 일에 매진할 것이라는 그녀. 그녀를 포함해 파업에 참여하는 여승무원들은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공사 측이 여승무원의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 대화를 시도했으면 한다. 또한 정부, 노동부, 여성가족부 모두 등을 돌리고 있는데 관심을 가지고 올바르게 판단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여승무원들로 인해 여성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길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앞장서서 열심히 싸울 것이라며 결의를 다진다.

한쪽은 여승무원의 존재 자체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식으로 생각하고, 한쪽은 그런 냉담 앞에 분통과 간절함으로 그들의 바람이자 대한민국 비정규직자들의 숙원을 외치고 있다. 대체 뭔가! 인터뷰 중 그녀가 말했다. “여승무원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단체들이나 시민들이 도와주는 것이 여승무원의 요구가 틀리지 않고 정당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뜨거운 의사와 따뜻한 손길의 정당성을 위해서는 바로, 대화 창구 개통만이 이 문제의 정확한 열쇠이다.

배현아 기자
pearcci6@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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